스마트시티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목표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차세대 기술들을 적용해 도시의 운영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공공 서비스를 효율화하면서 편리성을 높인다.
스마트시티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기술을 통해 공공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고 스마트 홈에 거주하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쾌적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시가 대기 청정도를 높여줄 것을 요구한다. 전기차 보급이 탄소 제로를 향한 정부 정책 차원에서 장려되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에너지 등 공공 유틸리티 비용이 낮아지면 생활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일석이조다.
탄소 저감은 스마트시티의 구성을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고 기온의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후 변화에의 대응이 늦어진 때문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는 가속화됐고 북극의 기류가 바뀌면서 저위도 지역에 이상 한파를 초래하고 더욱 강력한 허리케인이 빈발하는 등의 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전 세계의 곡창지대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곡물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밥상 물가를 흔든다. 세계적으로 음식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전 인류, 좁게는 스마트시티에도 치명적이다.
브라질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농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은 세계 상품 수출에서 오렌지 주스의 75%를 차지한다. 콩은 54%이며 설탕은 50%다. 커피 또한 32%이며 옥수수는 22%를 차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달부터 세계 농산물 가격이 대폭 오르고 있다면서 가장 큰 이유로 브라질의 최악의 가뭄을 들었다. 올해 브라질 가뭄은 100년 만의 최악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농산물 수확도 타격을 받았다. 블룸버그뉴스에 따르면 아라비카 콩의 가격은 7월 말에 6일 동안 30% 급등했고, 오렌지 주스는 3주 만에 20% 올랐으며 설탕은 지난 8월에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의 기록적인 가뭄도 마찬가지다. 기록적인 폭염, 산불, 그리고 심한 가뭄으로 황폐해졌다. 거대한 호수와 강이 말라 수력발전을 방해하고 있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까지 연결됐다.
캘리포니아는 세계적인 곡창지대로서 올리브, 옥수수는 물론 오렌지 등 신선 과일과 말린 과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수확량이 크게 감소했음은 잘 알려진 바다. 세계적인 와인산지 나파밸리와 소노마밸리도 물 부족에 시달린다. 센트럴 밸리의 농장들은 바닥이 갈라진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남부는 전례 없는 홍수로 몸살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인 삼협댐이 붕괴될 위험(일부 언론들의 과장 보도라는 주장도 있었지만)에 처할 정도로 심각한 홍수를 겪은데 이어 올해도 어김없이 홍수로 고난을 겪었다. 중국 남부 지역은 막대한 양의 쌀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이 역시 큰 탁격을 입었다.
가격 급등은 국제 식량 인플레이션의 급등으로 연결됐다. 신흥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것과 연관시켜 보면, 신흥국가의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저소득 인구들의 식탁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브라질 자연재해 감시 및 경보 센터의 기상학자 마르셀로 셀루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례없는 일이다. 습도가 낮아져 수분 증산이 없어지고 비는 오지 않는다“라며 아마존 삼림의 벌채가 가뭄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브라질은 2010년 이후 정상적인 장마철이 없었다.
가뭄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남미 전역을 괴롭히고 있다. 러시아는 가뭄인데 독일에서는 사상 최악의 홍수를 겪었다.
환경경제관리 저널 보도에 따르면 향후 30년 동안 전 세계 인구는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농작물 수확량은 10% 감소가 우려된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가뭄의 와중에 서리 피해마저 겹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막대한 가뭄에 서리 피해까지 겹쳐 약 150만 평방킬로미터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커피 손실이 가장 커서 무려 5억 8960만kg의 원두가 파괴됐다.
CNBC에 따르면 유럽도 에너지 가격의 폭등으로 가계가 크게 위축됐다. 이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 변화가 스마트시티 구축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탄소 제로를 향한 행보를 가속하는 것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삶을 지탱하는 의식주 가운데서도 ‘식’은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스마트시티가 수직농업이나 종자 개량에 주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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