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바보야, 문제는 국회의원이야!"

산업 | 입력:

대한민국의 ‘위상’은 누가 뭐라고 해도 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라떼’ 세대인 필자의 느낌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관들이 발표하는 데이터에서도 그것은 확인된다. 물론 그런 데이터들에 대한 해석은 사람들마다 다를 수 있다. 필자는 최근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이벤트들을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법으로 신혼여행을 해외로 가지 못하게 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라떼’일테니 말이다.

필자가 달라진 위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P4G 서울 서밋’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주최국이 되어 30일과 31일 이틀간 전 세계 50여 개 국가 정상과 20여 개 국제기구 수장들이 참가하는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를 필자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정상토론 세션에 실시간, 온택트로 참가하여 Δ녹색회복 Δ탄소중립 Δ민관 협력 등 3개의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참가국들의 공동의지를 담은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사진=
사진='P4G' 서울 정상회담 홈페이지 캡처

필자가 P4G를 관심있게 지켜본 것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위상 때문만은 아니다. ‘녹색미래(Green Future)’라는 주제의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실제로 P4G 정상회의 마지막 날에는 ‘도시, 파트너십을 통해 녹색 미래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세션도 있었기 때문이다. P4G 공식 사이트 영문판에는 이 세션의 제목은 “Partnership for Smart and Resilient Green Cities”로 표기되어 있다. 한글판 제목과는 달리 ‘스마트 시티’가 토론 주제에 포함되어 있다.

P4G 홈페이지 한글판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이 세션은 국토교통부가 주최기관으로 되어 있으며 ▲녹색회복, 탄소중립 사회,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스마트도시”의 역할과 이와 관련된 글로벌 민관 파트너십 구축 등을 논의했다. 이러한 논의에는 도시, 교통, 플랫폼, 녹색건축 등에서 전문적 지식을 겸비한 국내·외 인사들이 참여했다.

구체적인 논의 사항을 살펴보면, ▲지속가능한 도시 조성과 관련된 민관 협력 파트너십의 중요성에 대한 국내·외 인식 제고 및 ▲관련 해외 사례의 공유를 통해 국내 탄소 중립도시 조성에 대한 방향 모색 ▲스마트시티 시대의 글로벌 파트너십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ICT 역할의 중요성 ▲“e-모빌리티”와 “대중교통 e버스 파트너십”, ▲개도국 도입 촉진을 위한 “e-모빌리티 비즈니스 모델”, ▲“Net-Zero 건축물” 등에 대한 다양한 우수 사례가 소개됐다.

이와 함께 패널토론에서는 스마트시티와 P4G 파트너십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민관협력, 건축·도시, 교통, 플랫폼 등 분야별 발제와 함께 “스마트 도시는 기후변화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국토부가 주관하는 세션이라 예상을 했지만, 필자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도시의 Smart, Resilient, Green이라는 상태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과 그 방법론에 대해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녹색미래’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속가능한 도시’는 또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바보 같은 의문이 또 생겼다. 물론 행사를 기획한 기관에서는 ‘사람, 시민을 위해서’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 역시 기술 그 자체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필자의 고지식함에서 비롯됐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왕이면 녹색미래, 지속가능성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 도시에 계속 살 사람들의 ‘행살편세’를 구현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져야 하는가를 논의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녹색미래’라는 멋진 구호를 우리 현실에 비추어보면 그런 아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는 필자의 이런 아쉬움을 더욱 불러일으켰다.

지난해 9월 전국 1만997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P4G 서울’의 주최국인 우리나라 가족의 평균 가구원수는 2.3명으로 2010년 2.9명, 2015년 2.8명에서 크게 줄어들었다. 1인가구 비중은 2015년(21.3%)에 비해 9.1%포인트 늘어나 30.4%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 비중은 31.7%로 2015년보다 12.5%포인트 감소했다. 사람들 인식 변화도 뚜렷하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혼 독신(34.0%), 비혼 동거(26.0%), 무자녀(28.3%)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특히 ‘녹색미래’의 주인공들인 20대 경우 비혼 독신에 53%나 동의했으며 자녀를 갖지 않아도 괜찮다는데 52.5%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여성가족부
출처: 여성가족부

"20대의 절반 정도가 비혼 독신, 비혼 동거, 무자녀에 대해 동의하고 있어 앞으로 가족 형태의 다변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는 여가부 관계자의 설명은 스마트시티 건설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엄청 크다고 할 것이다.

내친 김에 ‘녹색미래’ 스마트시티의 주민으로 살아갈 20대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2021년은 '극디지털 세대'로 불리는 MZ세대 모든 구성원이 만 20세 이상이 되는 첫해다. MZ세대는 1980~1990년대 중반에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생인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학창 시절에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순차적으로 접한 세대로, 디지털문화를 자연스럽게 형성했다. 밀레니얼 세대와는 또 다르게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 있던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첫 번째 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s)’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국민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옷을 입고 밥을 먹고 살 집이 있는, 기본적인 의식주는 모두 해결된 환경에서 태어난 세대가 밀레니얼과 Z세대이다. 이들 젊은 세대에게는 이른바 ‘워라벨(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삶의 유지를 위한 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실적 성향도 동시에 나타난다. 아울러 젊은 세대는 차량공유, 승차공유, 숙박공유 등 공유 경제의 수혜를 받은 새로운 세대로,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공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출처: 맥킨지 리포트
출처: 맥킨지 리포트

KPMG의 ‘Me, my life, my wallet’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지출비중 가운데 주택 거주비가 43%를 차지하는 반면, X세대는 동일 항목에 37%, 밀레니얼 세대는 33%의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레저·엔터테인먼트와 건강·웰빙을 위한 지출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보다 높은 비중을 보였다. 현재 삶의 재미와 만족을 위한 항목에 지갑을 더 열며, 윗 세대의 지출 비중이 높았던 주택 거주비는 상대적으로 가볍게 가져가려는 성향을 보였다. 주(住) 역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좌우하는 큰 한 축으로 떠올랐다. 공장에서 찍어낸 남들과 똑같은 집에 살고자 하는 소비자들은 줄어들고, 나와 가족의 생활습관에 맞춰진 주거 공간에 대한 니즈가 늘었다. 개개인이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전적으로 반영된 공간을 찾아 나선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주거 패러다임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스마트시티의 건설은 ‘녹색미래’의 주인공인 MZ세대의 성향과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세대의 마음 건강 상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2030세대의 주요 심리정서 문제 증가율은 우울증의 경우 80.8%, 공황장애는 93.8%까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과 2019년을 비교한 수치이다. 디지털을 통해 편리성이 증가한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이들의 삶은 그리 행복하지 않아 보인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토부는 유투브 자체채널인 On통 사이트에 업로드한 ‘세종·부산 스마트시티 건설, 배달은 드론! 버스는 자율주행? 혁신을 통해 새로워진 대한민국을 소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혁신적인 기술개발로 스마트한 미래를 준비해 나가며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겠다”고 스마트시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마음 건강 상태, 행복한 삶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다. 국토부이기 때문에 언급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 정부 차원에서 주최하고 전세계 정상들과의 논의를 거쳐 마련하여 발표한 ‘P4G 서울 선언’은 달라야 했다. 정부의 역할은 기술개발을 통한 스마트한 미래, 녹색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시민과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담당하는 부처도 정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사업을 취소하고 대신 지역 주민을 위한 자전거 전용 차선, 공원, 공터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는 콜롬비아의 아이들이 거리를 통행 금지 구역으로 만들었던 수십 년간의 자동차 중심 계획을 무산시켰다. 2000년 2월, 파네로사가 24시간 동안 거리에서 자동차를 금지시켰던 날, 병원 입원은 3분의 1감소했고, 대기오염 수치는 떨어졌고, 주민들은 그것이 그들이 도시에서 사는 것을 더 행복하게 느끼게 했다고 말했다. 2000년까지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의 시장직을 맡았던 엔리케 페노사(Enrique Penalosa)의 업적(?)이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도시를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로 전환시켜가고 있는 사례는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녹색미래’라는 화두를 주민들의 삶과 삶의 공간에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P4G 서울 정상회담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법과 제도이다. 그러한 노력이 현실 세상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상당부분 바뀌어야 하고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관한 법과 제도는 여전히 문제가 많으며, 아직 미비하다는 것은 전문가들만 아는 비밀(?)이다. 폐배터리 처리 문제 말이다. 따라서 법과 제도를 ‘녹색미래’에 맞게 바꾸는 것과 새로운 법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물론 정부도 법률을 만들 수 있다. 정부입법이 그것이다. 정부입법은 정부가 정책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과 법령을 새로 만들거나 고치는 것을 말한다. 법령은 시행령인 대통령령, 시행규칙인 총리령과 부령을 가리키며 정부는 필요한 경우 그것을 고칠 수 있다. 기존 법령을 스마트시티 실현을 위해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핵심은 법률이다. 국회의 심의 받아 의결을 거쳐 만들어지는 법률 말이다. 정부입법을 포함한 모든 법률은 국회의원에 의헤 심의되고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다. MZ세대 녹색미래 세대를 위한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 건설에 관한 법률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세종 선언’에 이어 ‘P4G 서울 선언’까지 제 아무리 스마트한,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언’을 채택하더라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름 대안을 제시해온 필자에게 팔순이 넘은 언론계 선배의 일갈은 여전히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국회의원이야!’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필자: 이연하. 전직 언론인.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