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은 ‘풍요와 번영’의 상징으로 통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름달만 같아라’라는 덕담을 주고받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보통 ‘보름달’ 하면 우리는 추석 한가위 보름담을 떠올린다. 그러나 2021년 4월에 뜨는 보름달은 ‘특별’하다. 바로 오늘(27일)이 보름이다. 특별한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오늘밤 뜨는 ‘4월의 보름달’은 올해 가장 큰 ‘슈퍼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문기상 전문가가 아닌 일반사람들의 육안에는 월력 보름 하루 전후에 뜨는 달은 그야말로 휘영청 둥근 보름달로 보인다.
그런 ‘보름달’이 어제 인간 세상에도 떴다. 바로 ‘윤여정’이라는 보름달이다. 윤여정은 74세의 나이에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award)인 아케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세계인들이 모두 쳐다보는 ‘보름달’로 떠올랐다. 특히 ‘윤여정 보름달’은 4월에 뜬 올해 가장 큰 ‘슈퍼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윤여정 보름달’은 그야말로 ‘아미’부터 시작하여 74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겪고 뜬 보름달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슈퍼문’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직업은 연기자, 배우이지만 보통 사람들과 같은 온갖 삶의 곡절을 겪고 띄운 보름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이는 보통 사람들처럼 이혼을 했고, 이혼 직후 미국 공립학교에 보낸 두 아이를 키우려 최저 시급 2.75달러를 받으며 슈퍼마켓 계산원으로 일하기도 했으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단역도, 보조출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윤여정은 이처럼 우리 인간의 삶의 여정은 ‘배우’라고해서 다르지 않는 걸 보여준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보름달만 같아라’라는 그 덕담이 현실이 됐을 뿐이다.
스마트시티에 관한 칼럼에서 보름달, 슈퍼문 그리고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윤여정’을 서두에 꺼낸 것은 필자 나름 ‘다 계획이 있는’ 전개 방식이다. 윤여정처럼 삶에서 풍상과 곡절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각자의 삶에서 보름달, 슈퍼문으로 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바로 ‘행살편세’를 위한 스마트시티를 만들어서 말이다.
월력 보름인 오늘 또 하나의 인간 슈퍼문이 우리나라에 뜬다. 이 슈퍼문은 스마트시티와 관련이 있다. 미국 블룸버그 뉴스가 꼽은 넘버 원 퓨처리스트(futurist)인 제이슨 셴커(Jason Schenker)가 바로 그 보름달이다. 그를 ‘슈퍼문’이라고 표기한 것은 ‘유로, 영국 파운드, 러시아 루블, 중국 위안화, 원유 가격, 천연 가스 가격, 금 가격, 산업용 금속 가격, 농산물 가격 및 미국 일자리에 대한 예측 등 26개 카테고리에서 예측 정확도 1위로 꼽혔기 때문이다.
그는 세종시가 오늘부터 3일간 개최하는 세종 스마트시티 국제포럼에서 스마트시티의 미래를 논한다. (세종시 보도자료에는 ‘세계최고의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라고 표기했지만 필자는 ‘미래학자’라는 표현보다는 그가 설립한 퓨처리스트 연구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데로 ‘퓨처리스트’라고 표기했다. ‘학자’에 대한 필자 나름의 ‘편견’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예측에 있어서 세계최고의 역량을 인정받은 그의 스마트시티에 관한 예측은 어떨 지, 어느 정도나 정확할 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크다.
"스마트시티는 컴퓨터가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다. 그 미션은 기술 그 자체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우리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더 좋게 만드는 것이다(Smart cities are about people not computers. The mission is not to invest in technology for its own sake, but to do so strategically, to make life measurably better for the people who live in our cities).”
아프리카 르완다 공화국 대통령 폴 카가메(Paul Kagame)가 한 말이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라는 고통을 엮은 세계 최빈국 르완다의 경우 스마트시티는 전세계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절실한 ‘보름달’일 것이다. ‘스마트시티는 기술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라는 그의 발언은 그래서 더 가슴에 꽂힌다. 세종시가 ‘스마트시티 국제포럼’에서 ‘미래예측의 슈퍼문’을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세종시가 발표한 프로그램의 구성을 살펴보고 또다시 노파심이 일고 있다.
세계최고의 컨설팅 회사들이 잘 써먹고 있는 ‘이니셜 모델’을 채택해 ‘S·E·J·O·N·G’이라는 문자로 6가지 키워드를 대표되는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S는 시민생활 안전 수호를 위한 지능형 스마트시티 솔루션 (Sustainable and Safe city)
▲ E는 지속가능한 에코 스마트시티 조성 방안 (Eco-green and Energy-efficient city)
▲ J는 민·관 협력 기반 개방형 혁신 플랫폼 (Joint venture and Joining governance)
▲ O는 초연결시대 시민맞춤형 스마트시티 (Open data platform and On-demand Service)
▲ N은 뉴노멀시대, 코로나19로 변화할 도시의 미래 (New deal for post corona and Non-contact city life)
▲G는 세종형 스마트시티 글로벌 진출 전략 (Global cooperation and Glocal development)
맥킨지, BCG 등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와 공동작업을 해 본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필자는 포럼의 주제들을 이 같은 방식으로 정리한 것에 대해 세종 스마트시티 국제포럼에 ‘고수’가 관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보기보다는 아주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스마트’한 정리에도 불구하고 3일에 걸쳐 다루는 내용들은 얼핏 보기에도 ‘사람’이 중심이 되어 있지 않다. ‘시민맞춤형 스마트시티’라는 주제를 다루는 세션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세션은 ‘Open data platform and On-demand Service’으로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다. 오픈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온 디멘드 서비스를 구현하는 기술에 관한 내용을 다룰 것이다. 지능형 스마트시티 솔루션, 개방형 혁신 플랫폼 등 대부분의 세션에서 세종시를 스마트시티로 만드는데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논할 것이다. 거기서 획득한 스마트시티 테크놀로지와 구현 노하우를 수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시민이 핵심 주제가 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시민은 종종 창조성과 혁신의 생산자나 원천이라기 보다는 사용자, 테스터 또는 소비자로 간주된다(Citizens are often considered as users, testers, or consumers rather than producers and sources of creativity and innovation).” 파리 경영대학원 이그나시 카프데빌라(Ignasi Capdevila) 교수는 Journal of Strategy and Management에서 스마트시티 추진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도시들은 스마트시티 이니셔티브에 유권자인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방법을 탐구하지 않았다. 호주 맥쿼리 대학의 마우리시오 매론(Mauricio Marrone) 교수 연구팀은 ‘비즈니스/정보시스템공학 Business & Information Systems Engineering '지 "스마트시티 개발에 있어 시민의 본질적 역할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다"며 "스마트시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마트시티는 시민을 적절히 참여시키지 않거나 시책이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종 스마트시티 국제포럼에서도 주제로 잡혀 있는 스마트시티 플랫폼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이는 도시들이 시민의 가장 시급한 요구를 데이터 및 정보 교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회사들과 연구원들을 한데 모아서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상호운용 가능하고, 완전히 연결되고, 완전히 결합되는 플랫폼은 진화하는데 수 년이 걸릴 것이며, 도시는 반복적인 접근법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스마트 시티의 이니셔티브는 더 이상 최적화된 교통 패턴, 주차 관리, 효율적인 조명 및 공공 사업 개선과 관련된 것이 아니다. 스마트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민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스마트 시민에게 초점은 인공지능(AI)과 스마트 머신 같은 기술 활용뿐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의 증진에 있다. "따라서 시민-정부간 대화는 올바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가트너의 베니타 트라츠 라이안 리서치 부사장은 강조하고 있다. 그는 "오늘날의 길은 시민이 스마트시티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부분이지, 기술 플랫폼에만 초점을 맞춘 도시 지도자들과의 하향식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재승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교수는 세종 스마트시티 국제포럼 첫날 기조강연에서 ‘시민의 행복은 모호한 개념이 아니며, 출퇴근 시간 등 작은 요소를 기술을 통해 바꿈으로써 증진시킬 수 있는 일상적인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테크놀로지가 드러나지 않는 도시, 친자연적이고 인간중심적이고 아날로그 중심인 도시가 스마트시티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생각은 진정한 스마트시티의 모습이 아니며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안보이게 지원하는 도시가 스마트시티”라고 설명했다. ‘행살편세’이 구현된 도시가 바로 스마트시티라는 것이다. 세종 스마트시티 건설을 총괄하고 있는 책임자가 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보통 사람들과 똑 같이 삶의 여정에서 고통과 곡절을 겪으면서 7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게 ‘슈퍼문’을 띄운 윤여정 배우. 스마트시티는 그곳에 사는 시민들이 윤여정 배우처럼 많은 고통과 곡절을 겪고 나이가 많이 든 후에 보름달을 띄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각자 나름의 ‘슈퍼문’을 띄우는 도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행살편세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한 세상
필자: 이연하. 전직 언론인. CEOCLUB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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