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는 툭툭이라는 3륜 택시가 가장 대중적인 운송 수단으로 오랜 기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툭툭은 주로 태국과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며 인도에서는 오토릭샤로 알려져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릭샤, 방글라데시는 베이비택시, 네팔에서는 템포, 인도네시아에서는 바자이라고 부른다.
EBS에서도 세계테마기행 프로그램을 통해 툭툭이 소개됐는데 툭툭은 남미 페루에서도 운행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운행되고 있다고 한다.
툭툭의 전기차 전환이 최근 화제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 명신과 모빌리티 블록체인 기업인 엠블(MVL)이 e-툭툭을 보급하면서 툭툭의 전기차 전환은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엠블이 캄보디아에 공장을 짓고 e-툭툭을 생산한다는 소식과 함께 캄보디아개발위원회(CDC)가 이를 최종 승인했다는 프놈펜포스트 기사도 나왔다. 태국도 일찍부터 툭툭의 전기차 전환을 추진해 왔다.
툭툭과 같은 3륜 전기차가 중대형 전기차(EV)를 대체할 진실한 친환경 경전기차(LEV)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전기 스쿠터와 전기 자전거 등 2륜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3륜 경전기차를 이 범주에 포함시켜 대중교통 수단으로 퍼뜨리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는 기후 대응의 시급함과 긴요함을 따져볼 때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지난해까지는 친환경 모빌리티로 전기차(EV)가 화두였다. 테슬라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랐고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은 머지 않은 장래에 모든 자동차를 EV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연방에서 사용하는 모든 공용차 65만대를 EV로 바꾼다고 했다.
EV로의 전환은 대세이며 장거리 주행에서 화석연료 자동차를 대체할 모빌리티 수단임은 확실하다. 파리 기후협약에서는 연간 기후 목표에서 온도의 상승을 섭씨 1.5도 이내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려면 2030년까지 차량 주행 거리를 20% 줄여야 한다.
그러나 EV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LEV에 있다. LEV만큼 자동차 여행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수단은 없다. e-스쿠터와 e-바이크, e-3륜차로 대표되는 LEV는 라스트 1마일은 물론 소도시 또는 대도시 역세권의 대중교통을 전담할 충분한 가능성과 역량을 지녔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이제 보조 수단이 아닌 주역이 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다이브가 최근 보도한 한 연구에 따르면 포틀랜드시에서 e-바이크가 자동차 이용 통근을 대체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전기 2륜 및 3륜차는 다른 어떤 차량보다 에너지 소모가 적고 탄소 제로에 다가갈 수 있으며 기후 목표를 달성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인릭스 리서치는 코로나19 시대의 교통을 분석한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 주요 도시의 자동차 여행 중 e-바이크와 e-스쿠터가 약 절반, 유럽에서는 3분의 2를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LEV로서의 e-3륜차를 추가하면 효과는 배가된다. 미국 자동차 운전자들의 4분의 3 정도가 최대 10마일 정도 운행한다. LEV는 이를 대체할 좋은 수단이다.
동남아시아 각국 정부가 지원하는 LEV 육성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같은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는 툭툭과 같은 e-3륜차의 운행이 더 효율적이다. 교통체증을 줄이고 친환경을 앞당길 수 있다. 한국의 중규모 도시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사실 전 세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온 EV와 같은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LEV 생태계가 육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e-툭툭의 제조를 주도하고, 여기에 사용하는 배터리를 국산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가치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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