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코로나19가 유발한 ‘마이크로 시티’ 개발…스마트시티의 세포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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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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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자전거, 스쿠터 등 1~2인이 단거리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말한다. 자동차로 대표되는 모빌리티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스마트시티 붐과 함께 주목되는 개념이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역세권을 개발해 소형 도시로서의 기능을 충족시키는 ‘마이크로 시티’가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앤 이달고 시장이 주창하는 ‘15분 도시’ 개념이 대표적인 예다. 그녀는 앞으로 파리에서 자동차로 동에서 서로 횡단하거나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며 통근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로 15분 이내에 이동하면서 직장과 가정생활, 교육과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등을 모두 영위할 수 있는 도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도보 5분 거리 이내에 주민들의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170km의 차도가 없는 보행 도시 '더 라인'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사우디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스마트시티 네옴의 개발이 현재는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이 같은 계획의 실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개념 자체는 마이크로 시티를 지향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거대 기술기업 텐센트는 지난해 선전의 본사를 스마트시티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가 후지산 기슭에 진행하는 스마트 우븐 시티도 같은 개념이다. 퀄컴의 샌디에이고 본사 캠퍼스는 그 자체가 완전한 스마트시티다. 퀄컴은 본사 캠퍼스를 대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ABI리서치는 ‘전 세계에 최소 1만 3000개의 마이크로 시티가 만들어졌거나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새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ABI리서치는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고서에서 대형 공항, 항만, 국제 철도역, 대형 사무실, 공원, 쇼핑몰, 기업 및 대학 캠퍼스 내 및 주변 지역을 포함한 마이크로 시티 개발을 정량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의 결론은 대규모의 클러스터인 도시가 분산되고 더 작은 규모로 변해 다수의 마이크로 시티 구성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생활 양식은 전반적으로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원격 근무, 원격 강의가 일반화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원격 근무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해 시행할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한 사무실에 모여 근무하는 것이 전통이었던 아시아 지역마저도 원격 근무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항공 여행은 종전의 영화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있다.

공항, 쇼핑몰, 비즈니스 파크의 개발은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공항이 드라이브인 영화관 및 저장시설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었다. 쇼핑몰은 의료시설, 창고로 다수 전환됐다. 우리나라의 김포공항을 대단위 주택단지로 개발한다는 논의도 결국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마이크로 시티에도 인공지능이나 IoT(사물인터넷), 5G 네트워크, ITS(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의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적용된다. 규모는 작지만 사설 네트워크와 솔루션으로 구축하되 외부와의 확장성만 보장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물론 마이크로 시티가 이미 형성된 스마트시티를 해체하지는 않는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유지되며 발전한다. 블록이 다수 모여 멀티 블록이 만들어지고 스마트한 멀티 블록이 여러 개 모이면 그것이 결국 스마트시티가 된다. 도시를 관통하는 대중교통이나 택시, 공유승차 등의 주문형 모빌리티, 고속 열차와 지하철 등은 확산되는 도시의 초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야 도시의 통합 기능이 수행된다.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은 스티브 시솔락 네바다 주지사가 최근 이노베이션 존(Innovation Zone)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보도했다. 이는 기술 기업들이 세금을 징수하고 학교와 법원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대안적인 지방 정부’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보틱스 등 분야에서 첨단기술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참여를 희망하는 기술 회사들은 개발되지 않은 5만 에이커의 땅을 소유해야 하고 초기에 2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해야 한다. 그 후 10년 동안 적어도 10억 달러를 개발에 투자한다는 플랜을 수반해야 한다. 운영은 카운티 위원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 3인 이사회에 의해 이루어진다.

논란은 많다. 민간이 공공 서비스를 맡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다. 그러한 권한을 부여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텐센트가 진행하는 선전 프로젝트 등과는 다소 다른 면이 있지만, 이 구상 역시 마이크로 시티의 개념이 발전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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