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시스코가 스마트시티 스프트웨어 사업을 접고 협업으로 전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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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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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차관리 시스템, 오염 데이터 수집, 스마트 가로등 등 도시를 스마트하게 관리하기 위한 스마트시티 기술은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솔루션 채택 붐을 불렀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지역 경제를 냉각시키며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잠정 중단까지 이어졌다. 인도의 100개 스마트시티 구축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시스코의 도시 관리 데이터 통합 관리 소프트웨어 기술인 키네틱 소프트웨어 판매 중단도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시스코는 지난달 이 제품의 영업을 중단했다. 소프트웨어 판매의 부진도 원인이지만 시스코는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도시들이 실제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면밀히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키네틱 소프트웨어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그렇다고 시스코가 스마트시티 영역을 비즈니스에서 삭제한 것은 아니다. 키네킥 소프트웨어를 파는 대신 시 정부와의 협력 파트너십 구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기본적인 인터넷 연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공무원들과의 유대 강화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 예산은 크게 줄었다. 비용이 많이 투입되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중단될지언정 시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 운영은 지속되어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연기됐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난 해결을 위한 스마트 신호등과 스마트 주차관리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가 확산되면서 도심의 교통난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교통난은 이제 후 순위로 밀렸다.

시스코가 주목한 부분이 이것이었다. 비싼 키네틱 소프트웨어는 지금으로서는 굳이 도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솔루션이다. 도시 입장에서 오히려 급한 것은 디지털 격차의 해소다. 빈곤계층은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원격근무나 온라인 강의를 들을 형편이 못 된다. 이 때문에 태블릿이나 노트북 등 정보기기를 운영하기 위한 네트워크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 면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제품군을 자랑한다. 네트워크의 말단에서 기업과 가정의 정보기기로 인터넷 회선을 배분하는 라우터나 허브 등의 장비는 세계 최대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시스코의 전통 비즈니스요 최강의 영역이기도 하다.

물론 시스코도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기업들은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있다. 데이터와 응용 프로그램을 모두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 모으고 원격으로 접속해 자원을 공유한다. 라우터나 스위치 등의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스코는 여전히 스마트시티 비즈니스에 대해 낙관적이다. 자사가 포기한 것은 단지 소프트웨어 솔루션 하나일 뿐이며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력 구도를 통한 사업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트렌드는 시스코에게 많은 기회를 주리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시스코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키네틱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계속했을까. 마찬가지로 포기했을 것이다. 시스코가 가진 강점을 살리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추구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하자’는 전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스코 역시 자신의 통신장비 솔루션에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인 AI(인공지능) 등을 접목시키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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