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통신장비 업체인 미 시스코가 새로운 매출원으로서 도시의 디지털화, 즉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에 주력했으나 최근 발을 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이 네트워킹 장비 공급이라는 시스코의 핵심 비즈니스에 부담이 되는데다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에 대한 지방 정부의 자금 조달 능력이 제한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의 스마트시티 구축 기획자와 지방 정부들은 모빌리티 혁신, 스마트 조명, 기능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합하는 기술이 도시를 재탄생시킬 것이라는 판단 아래 수년간 스마트시티를 준비하고 추진해 왔다. 도시를 뒤덮고 있는 5G 기술을 사용한 통신은 스마트시티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라우터 등 네트워킹 장비를 제공하는 시스코에게 이러한 비전은 새로운 시장 창출의 청신호였다. 시스코의 스마트시티 비즈니스 추진은 주로 ‘도시 운영을 위한 시스코 키네틱’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회사의 CEO인 척 로빈스는 시스코를 하드웨어 공급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 판매라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회사로 전환하는 노력을 가속화했다.
이제 시스코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시스코는 최근 변화하는 시장 요구와 고객 요구사항에 맞게 투자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시스코 키네틱 소프트웨어 판매를 중단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원도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기술 비즈니스를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어렵다는 것은 여러 사례에서 발견된다. IBM은 수년간 왓슨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료 산업에 도입하려고 노력했지만 많은 고객사들은 환자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존재는 여전히 미미하다. 인텔은 최근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목표로 했던 인텔 스튜디오 시도를 중단했다.
시스코는 지난 2016년 스마트시티를 뒷받침할 연결 장치인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높이기 위해 재스퍼 테크놀로지스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다음 해에 시스코 키네틱을 출시했다.
로빈스는 “스마트시티에는 좋은 기회가 많다"면서 연결 조명과 같은 기술들을 지적했다. 시스코는 곧바로 10억 달러짜리 스마트시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스코는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월스트리트를 실망시킨 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비즈니스에 차질이 발생했다. 로빈스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회사의 변화를 위해 시스코는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고 인력을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고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보안 서비스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주력 비즈니스로의 회귀를 선언했던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스마트시티 투자에 필요한 지방 정부의 예산에 큰 타격을 입혔다. 다수의 도시를 지지하는 단체인 전국도시연맹의 6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 도시의 65%가 인프라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알파벳의 사이드워크랩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토론토 퀘이사이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알파벳은 수억 달러를 사이드워크 랩에 쏟아 부었고, 그 대부분은 토론토 프로젝트에 배정됐었다.
스마트시티에 대한 시스코의 접근 방식은 구글과 달랐다. 구글은 자사의 기술을 선보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시스코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국가 및 지방정부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스마트시티 경제학을 분석한 전 시스코 이사 크리스토퍼 리버거는 "스마트시티는 눈으로 보면 잘 팔리지 않는 서비스다" 라고 말했다. 투자수익률을 계량화하기 어려우며 상이한 스마트시티 기술을 결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코는 이와 관련, 지방 정부와의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며 네트워크 연결 및 보안과 같은 분야에서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스마트시티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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