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산 위의 성곽을 둘러보고, 오래된 온천에서 쉬어가는 여행. 일본 에히메현의 중심 도시 마쓰야마에서는 역사적인 건축과 평화로운 일상이 가까이 놓여 있다.
마쓰야마성 아래로 도시가 펼쳐지고,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고온천에서는 오늘도 손님을 맞는다. 이마바리로 발길을 넓히면 섬과 다리 사이로 조선소가 들어선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지난 10월 18일부터 21일까지 에어로케이항공 부정기편을 이용해 에히메현을 찾았다. 마쓰야마의 성과 온천에서 이마바리 해협과 타월미술관으로 이어진 여정에는 서로 다른 여행의 재미가 담겨 있었다.
이 기사는 에히메·한국 경제관광교류추진협의회의 지원으로 진행한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에어로케이, 2027년 1월 2일부터 청주∼마쓰야마 정기편 운항

에어로케이는 2027년 1월 2일부터 청주∼마쓰야마 정기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화·목·토요일 주 3회 일정으로, 충청권과 경기 남부 여행객들이 에히메현을 찾을 수 있는 하늘길이 넓어진다.
정기편 취항의 발판은 전세기 운항이었다. 에어로케이에 따르면 올해 4월 나카무라 도키히로 에히메현지사는 현지 기자회견에서 양측의 협의를 거쳐 청주∼마쓰야마 전세기 운항이 정식 결정됐다고 밝혔다. 전세기를 계기로 정기편 취항까지 이어지도록 유치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후 6월 2·4·6·9일 청주 출발 전세기를 4왕복 운항했으며, 전편 만석을 기록했다.
지난 7월 14일에는 나카무라 지사가 청주의 에어로케이 본사를 직접 방문해 강병호 대표에게 정기편 취항을 요청했다. 강 대표는 내년 초 취항을 목표로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에히메현은 9월 30일 청주∼마쓰야마 노선의 2027년 1월 2일 정기편 취항을 공식 발표했다.
마쓰야마는 공항과 도심이 가깝고, 시내에 성곽과 온천 등 관광지가 모여 있다. 주변에는 이마바리의 바다와 우치코·오즈의 옛 마을도 있다. 마쓰야마를 거점으로 머무는 날수에 따라 에히메현의 여러 도시를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에어로케이항공 관계자는 본지에 “청주∼마쓰야마 노선은 에히메현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과 전세기 운항으로 확인한 탄탄한 수요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며 “시코쿠 지역 첫 정기 노선인 만큼, 내년 1월 2일부터 주 3회 정기 운항을 통해 충청권과 경기 남부 고객들이 환승 없이 일본 소도시 여행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히로시마 노선과 연계한 여행 수요까지 넓혀 청주국제공항 거점 항공사로서 일본 지방도시 네트워크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돌담과 성문을 따라, 마쓰야마성


에어로케이 항공편을 타고 방문한 마쓰야마에서 먼저 찾은 곳은 도시 중심부의 산 위에 자리한 마쓰야마성이다. 1602년 무장 가토 요시아키가 축성을 시작한 곳이다. 에도시대까지 지어진 천수(天守)가 오늘날 남아 있는 일본의 ‘현존 12천수’ 가운데 하나를 품고 있다.

천수란 성의 중심이 되는 높은 건물이다. 이곳 천수는 지상 3층·지하 1층 구조로, 내부에는 역대 성주의 갑옷과 칼, 고문서 등이 전시돼 있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층을 오르며 전시물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지막 계단을 지나 최상층에 닿자 마쓰야마 시가지가 펼쳐졌다. 성 안의 오랜 유물을 살펴보다 창밖으로 오늘의 도시를 내려다보는 순간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성의 모습은 천수 한 채로 설명되지 않는다. 산 위에는 중심 구역인 혼마루를, 아래에는 니노마루와 산노마루를 배치했다. 돌담을 겹겹이 두르고 진입로를 굽게 만든 것은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천수와 소천수, 망루를 연결해 가운데 뜰이 생기는 ‘연립식’ 구성도 특징이다.
천수를 오가는 길에는 여러 문과 돌담이 이어진다. 길이 꺾이는 지점과 문을 통과한 뒤 나타나는 공간을 살피면 방어시설의 구조가 드러난다. 건물의 외관뿐 아니라 그곳까지 이르는 길에도 성을 지키기 위한 장치가 담겨 있다. 산 위의 위치와 건축의 짜임새를 함께 보는 것이 마쓰야마성을 둘러보는 방법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머물렀던 곳, ‘도고온천’


성에서 내려와 오카이도에서 식사를 한 뒤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성곽의 돌담을 지나 이번에는 온천을 즐길 차례다.
3000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알려진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본관은 1894년 개축된 목조 건물을 중심으로 증축을 거듭해왔다. 1994년에는 영업 중인 공중목욕탕으로는 일본 최초로 국가 중요문화재에 지정됐다.

본관에는 ‘가미노유’와 ‘다마노유’ 욕실이 있고, 황실 전용 욕실인 유신덴은 견학할 수 있다. 이곳은 1952년 쇼와 천황이 방문하여 이용한 것을 마지막으로, 현재는 실제 목욕용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다고 현지 가이드는 설명했다.
본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3층의 작은 방, ‘봇짱의 방’이었다. 일본의 국민 작가 나쓰메 소세키가 목욕을 마친 뒤 쉬었다고 전해지는 공간으로, 그의 흉상과 사진, 족자 등이 놓여 있다. 소설 ‘도련님’으로 익숙했던 작가의 실제 흔적을 마주하니 오래된 건물이 한층 친숙하게 다가왔다. 한때 이 방에서 쉬어갔을 소세키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것도 도고온천을 둘러보는 재미였다.
직접 입욕한 곳은 별관 아스카노유다. 기분 좋은 향이 감도는 공간에서 온천을 즐기니, 다음 목적지를 서두르기보다 잠시 더 쉬어가고 싶어졌다. 소세키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다른 것은 도쿄에 못 미쳐도 온천만큼은 훌륭하다고 칭찬한 도고온천의 매력을 떠올리게 한다.
이마바리, 조선소가 있는 바다와 수건이 작품이 되는 도시


에히메현 북동부에 위치한 도시 이마바리에서는 성곽과 온천에 머물던 시선이 바다로 향한다. 시마나미 구루시마해협 유람선은 해협의 조류와 구루시마해협대교, 조선소 일대를 둘러보는 코스다. 대교 아래를 지나 바다 쪽에서 조선소를 바라볼 수 있다. 섬과 다리가 어우러진 풍경에 배를 만드는 현장이 겹쳐지는 점이 이 바다의 매력이다.
바다와 대교를 내려다보는 명소로는 구마 겐고가 설계한 기로산 전망공원이 있다. 다만 방문 당시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 전망을 보지 못했다. 기대했던 풍경을 다음 방문의 몫으로 남긴 채 발길을 돌렸다.
아울러 이마바리에는 바다만큼 눈여겨볼 것이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급 타월 브랜드 ‘이마바리 타월’이다. 특정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타월 가운데 독자적인 품질 기준을 통과한 제품에 붙이는 산지 브랜드다. 타월 조각을 물에 띄웠을 때 5초 안에 가라앉기 시작해야 하는 흡수성 시험이 대표적이다. 수건 한 장에도 이 도시가 지켜온 기준이 담겨 있다.
이어 찾은 타월미술관은 타월 제조사 이치히로가 운영하는, 타월과 예술을 결합한 공간이다. 5층 건물에 판매장과 갤러리를 두고 정원과 카페, 식당을 갖췄다. 1~4층에 판매 공간이 있으며, 4층 안쪽에서 유료 전시 관람이 시작된다. 수건을 고르는 곳이면서 수건으로 만든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약 1800개의 실타래로 채운 벽이었다. 약 200가지 색으로 나뉜 실타래가 빼곡하게 늘어서 그 자체로 거대한 색면을 이뤘다. 타월을 짜는 재료가 전시의 주인공이 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릭터와 그림을 타월로 옮긴 작품들에서는 평소 접어두고 쓰던 수건의 다른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면에서 실을 뽑고 날실과 씨실을 엮어 타월을 만드는 과정도 소개한다. 제조 공정과 작품을 함께 보고 나면 판매장에 놓인 수건도 색과 무늬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 장의 천을 완성하는 데 들어간 재료와 손길을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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