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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하한 18%·리니언시 75% 상한…담합 제재, 신용도 상시 변수 됐다

한신평,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제재 분석 과징금 하한 18%·리니언시 축소·가격재결정명령 '3중 압박'

산업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9. 30. 14:28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식품·제지 4개 품목 담합에 부과한 과징금이 2조1652억원에 이르면서 신용평가사가 담합 제재를 기업 신용도의 상시 모니터링 요인으로 올렸다.

한국신용평가는 30일 리포트에서 "과징금 자체는 대부분 업체가 감내 가능한 수준이지만, 과징금 하한 상향과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 축소, 가격재결정명령이 결합되면서 향후 담합 적발 시 재무 충격이 과거와 다른 차원으로 커진다"고 진단했다.

식품 3건 1조8269억…리니언시로 실제 부과는 17% 감면

한신평에 따르면 공정위는 올해 2월 설탕 3사(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4083억원, 5월 밀가루 7개 제분사에 6710억원, 7월 전분당 4사(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에 74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식품 3건 합산 1조8269억원이다. 4월에는 인쇄용지 담합에 3383억원, 9월에는 인쇄용지 입찰담합에 30억원이 추가됐다.

산정액과 실제 부과액의 차이는 리니언시가 만들었다. 전분당 담합은 삼양사가 1순위 자진신고로 2103억원을 전액 면제받아 최종 부과액이 5373억원으로 줄었고, 인쇄용지는 한솔제지가 면제되면서 3383억원이 1441억원으로 내려갔다. 무림P&P는 919억원에서 574억원으로, 무림페이퍼는 458억원에서 286억원으로 감면됐다. 설탕도 최종 3958억원으로 조정됐다. 밀가루는 산정액이 최대 1조1600억원까지 계산됐다가 6710억원으로 확정됐다.

한신평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공정위가 산정한 과징금 1조9700억원 가운데 실제 부과액은 1조6277억원으로 17%가 감면됐고, 담합 사건의 리니언시 적용률은 2024년 93.8%, 올해 5월 기준 93.9%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적발된 담합 열 건 중 아홉 건 이상에서 누군가는 먼저 신고한다는 의미다.

리니언시 '75% 상한'…감면 믿고 버티기 어려워진다

이 구조가 바뀐다. 공정위가 4월 30일 개정한 과징금 고시는 부과기준율 하한을 '매우 중대' 위반 10.5%에서 18%로, '중대' 3%에서 15%로, '약한' 0.5%에서 10%로 끌어올렸다. 반복 위반 시 가중은 최대 100%다. 9월 23일 입법예고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조사 개시 이후 자진신고에 대해 1순위라도 75%까지만 감경하고, 5년 내 재발 시에는 감면 폭을 절반으로 줄인다. 입법예고는 11월 2일까지다.

과징금 외 제재 수단도 늘었다. 한신평은 등록취소·영업정지, 비입찰담합에 대한 입찰참가제한, 임원 해임·직무정지명령, 지분매각·영업양도 명령, 처분시효 최대 15년 등이 검토·시행되고 있다고 정리했다. 성신양회 사례처럼 주주대표소송도 뒤따른다. 성신양회는 428억원 청구 소송에서 2심 약 4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고, 롯데웰푸드는 7월 첫 변론이 열렸으며 하림도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담합 과징금이 회사 손실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 개인 배상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생긴 것이다.

한신평은 과징금 부담을 최근 3개년 평균 영업이익과 견줬다. CJ제일제당(AA/안정적)은 과징금 3730억원이 평균 영업이익 8989억원의 41.5%다. EBITDA 1조8494억원, 담보 제공 가능 유형자산 9조1432억원에 지난 3월 CJ피드앤케어 매각까지 감안하면 부담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문제는 중견사다. 삼양사(AA-/안정적)는 과징금 2251억원이 평균 영업이익 1195억원의 188.4%다. 전분당은 면제받았지만 지난해 3024억원 순손실을 냈고, 3877억원 규모 소다아로마틱 인수까지 겹쳤다. 다만 현금 6314억원과 금융자산 7979억원을 보유해 유동성 자체는 문제가 없다. 대상(AA-/안정적)은 2341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 1566억원의 149.5%다. 순차입금이 7626억원에서 1조580억원으로 늘었고 순차입금/EBITDA는 2.5배다. 부산물 입찰담합과 장류 담합 조사가 진행 중이라 추가 제재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한제당(A-/안정적)은 1274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 469억원의 271.4%다. EBITDA 648억원 규모 회사가 두 해치 현금창출력을 과징금에 쓰는 셈이다. 프린세스GC 매각 1,040억원과 투자부동산 매각 계획 1261억원이 대응 재원이다. 대한제분(A2+)은 1120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 632억원의 177.4%지만 금융자산 3725억원으로 흡수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제지는 가장 취약하다. 무림페이퍼(A-/부정적)는 과징금 287억원이 평균 영업이익 544억원의 52.7%, 순차입금/EBITDA 8.1배다. 무림피앤피는 575억원으로 평균 영업이익 79억원의 730.6%, 순차입금/EBITDA는 16.5배다. 한신평은 무림 계열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가격재결정명령…과징금보다 무거운 '판가 통제'

한신평이 과징금보다 더 눈여겨보는 대목은 가격재결정명령이다. 공정위는 밀가루·인쇄용지·전분당 담합에 대해 각사가 독자적으로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명령했고, 설탕에는 가격변경 보고명령을, 전분당에는 3년간 반기별 보고 의무를 붙였다. 과징금은 한 번 내면 끝나지만, 가격 통제는 이익창출력 자체를 낮춘다. 원가가 오르는 국면에서 판가 인상이 공정위 보고 대상이 되면 마진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11월 2일 리니언시 개정안 입법예고가 끝나면 '먼저 신고하면 전액 면제'라는 공식이 사라진다. 한신평 분석대로 리니언시 적용률이 94%에 이르는 시장에서 감면 상한이 생기면, 담합 적발 시 실제 부과액은 지금보다 구조적으로 커진다. 과징금 하한이 18%로 오른 것과 합치면 매출 대비 과징금 규모는 종전의 2배 안팎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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