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선택

'미수금 32.8조에 막힌 현금' 건설사, 결제 미루고 미래채권 당겨쓴다

13개사 차입 29조원인데 부채비율은 172% 결제 이연·미래채권 선취·자본 계상으로 지표 밖에 쌓인 부담

건설·부동산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9. 29. 16:04
출처=현대건설 홈페이지
출처=현대건설 홈페이지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건설사들이 은행 대출과 회사채 대신 공급자금융약정, 매출채권 유동화, 신종자본증권으로 자금줄을 옮기면서 재무제표에 보이는 차입과 실제 갚아야 할 부담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29일 발간한 이슈리포트 〈건설사의 조달 어디로 옮겨갔나〉에서 유효등급 건설사 13개사의 총차입금이 2021년 말 15.9조원에서 올해 6월 말 29.0조원으로 82% 늘었는데도 부채비율은 148%에서 172%로 오르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실질 차입부담과 회계상 차입부담 간 간극이 생기고 있다는 의미다.

13개사의 합산 EBIT/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7.9%까지 올라왔지만 공사미수금(계약자산 포함)은 2021년 말 16.2조원에서 올해 6월 말 32.8조원으로 두 배가 됐다. 이익이 현금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차입이 늘었고, 만기도 짧아졌다.

총차입금 대비 단기성차입 비중은 AA급이 25.5%에서 60.3%로 가장 가파르게 올랐고 A급 50.9%, BBB급 51.1%로 모든 등급군에서 절반을 넘는다. 그런데 부채비율은 2025년 말 177.7%에서 올해 6월 말 171.5%로 오히려 내려갔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이 26.6조원에서 29.0조원으로 늘었는데도 발생한 현상이다. 순차입금은 14.5조원으로 2021년 말보다 15.2조원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레버리지 지표만으로 건설사의 실질 차입부담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공급자금융약정 ▲매출채권 유동화 ▲신종자본증권 등 세 가지 조달 수단을 한계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첫째는 공급자금융약정이다. 금융기관이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먼저 주고 건설사가 나중에 갚는 구조로, 구매전용카드와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차입금이 아닌 매입채무로 계상된다. 13개사의 매입채무 분류 약정 잔액은 2024년 말 2.8조원에서 올해 6월 말 3.8조원으로 늘었고, AA급이 2.6조원으로 A급(1.1조원)·BBB급(0.1조원)을 압도한다. 약정 한도가 건설사 신용도를 기준으로 부여되기 때문.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의 신용도가 저하되면 한도가 축소되거나 회수될 수 있고, 이 경우 이연돼 있던 결제 부담이 단기간에 현실화된다"며 "잔액 추이와 지급기일 분포를 함께 봐야 한다"고 전했다.

둘째는 매출채권 유동화다. 장래 공사대금채권을 특수목적회사에 넘기고 ABCP·ABSTB를 발행해 자금을 당겨쓰는 방식으로, 결제를 미루는 공급자금융약정과는 반대 방향이다. 13개사 총차입금에서 유동화 조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말 3.9%에서 올해 6월 말 9.7%로 커졌다. AA급은 유동화가 확인되지 않은 반면 A급은 5.9%에서 14.3%로, BBB급은 1.6%에서 6.0%로 늘었다. 은행권과 회사채 시장 접근이 좁아진 등급군이 미래 현금을 선취하고 있다는 뜻이다.

회계상으로는 대부분 차입금으로 잡힌다. 문제는 만기 구조다. 한국기업평가는 "유동화 조달이 실제 만기 안에서 단기 차환이 반복적으로 요구된다"며 "자금시장 경색 시 트리거가 걸리면 공사대금 회수액이 유동화증권 상환에 먼저 쓰여 운전자금 유입이 끊긴다"고 경고했다.

셋째는 신종자본증권이다. 2020년 이후 13개사와 신세계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1조8700억원이며 그중 A급 3사가 1조7500억원(93.6%)을 차지한다. 신세계건설은 2023년 말 연결 부채비율이 951.8%까지 치솟고 2024년 1784억원 순손실로 자본잠식 가능성이 거론되자 2024년 5월 모회사 이마트의 자금보충 약정을 기반으로 6500억원을 7.078%에 발행했다. 롯데건설은 2025년 9월 말 부채비율이 214.3%로 오르자 같은 해 12월과 올해 1월 3500억원씩 7000억원을 5.8%에 발행했고 호텔롯데(4000억원)·롯데물산(3000억원)이 자금보충을 제공했다. 부채비율은 올해 6월 말 162.8%로 내려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영업적자 451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18.1%에서 172.6%로 뛰자 올해 7월 4000억원을 6.35%에 발행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이 발행분의 "경제적 실질은 만기가 정해진 차입에 가깝다"고 봤다. 최초 콜옵션 행사 가능 시점이 발행일로부터 1년 9개월~3년으로 모두 3년 이내이고, 콜을 행사하지 않으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예외 없이 붙어 있기 때문.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발행한 전환우선주 6000억원은 명시적 상환조항이 없어 자본으로 분류됐지만 기한 내 기업공개를 못 하면 우선배당률이 5%로 뛰는 주주 간 약정이 있었고, 올해 상반기 SK와 SK에코플랜트가 이를 재매입했다.

×

댓글 (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