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IPO) 절차에 착수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122.88TB급 초고용량 기업용 SSD(eSSD) 수요가 늘면서 기업가치는 최대 204조원까지 거론된다. 다만 인텔 인수 이후 이어진 적자 부담을 버텨온 모회사 주주들 사이에서는 핵심 성장동력 분산과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몸값 최대 204조원 거론…주관사 선정 회의 착수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4조원), 공모 조달 규모는 약 150억달러(약 20조원) 수준이다.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등 SK그룹 주요 종목 주가는 약세를 나타냈다.
거버넌스포럼 "적자는 모회사가 감내…가치 상승분 계열사 분산" 비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문제 삼는 핵심은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의 경제적 몫이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는 88억달러를 들여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한 뒤 업황 침체와 솔리다임의 대규모 적자를 연결 실적으로 감내해왔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용 eSSD 수요 급증으로 솔리다임의 가치가 크게 뛰자,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서 창출되는 과실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포럼은 SK㈜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솔리다임 모회사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에 총 11억1000만달러 규모의 출자 약정을 맺고 순차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는 구조를 지적했다. 뉴스토마토는 SK㈜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제 지분 취득가를 역산해 당시 AI컴퍼니의 기업가치가 약 10조~15조원 수준으로 평가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후 솔리다임의 IPO 몸값으로 최대 1500억달러가 거론되면서, SK하이닉스가 인수 비용과 장기 적자를 버텨가며 키운 자산의 가치 상승분 일부가 다른 계열사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솔리다임이 실제로 상장해 외부 주주가 유입될 경우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경제적 지분율은 공모 구조에 따라 더욱 낮아질 수 있다. 자회사의 이익과 현금흐름 일부가 신규 주주에게 귀속될 뿐 아니라, 투자자 역시 SK하이닉스를 통하지 않고 솔리다임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기 때문이다. 김규식 전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낸드 사업에 투자하려는 시장 자금이 SK하이닉스 주식에서 솔리다임 주식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취지로 모회사 가치평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AI 추론 시장 급성장…HBM 보완할 HBF 부상
주주들의 아쉬움이 큰 이유는 솔리다임이 담당하는 낸드 사업이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AI 시장의 중심이 인공지능을 훈련하는 학습 단계에서 사용자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을 내놓는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보관하고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형언어모델(LLM)이 답변 문장을 구성하려면 수천억개 매개변수로 구성된 AI 모델의 기준값인 모델 가중치를 끊임없이 읽어내야 한다. 사용자와 나눈 이전 대화 맥락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두는 작업용 메모장 성격의 KV 캐시도 필수적이다. 사용자가 늘고 대화가 길어질수록 이 임시 메모장에 보관해야 하는 데이터 크기 역시 급격히 증가한다.
문제는 기존 메모리 장치의 속도와 용량 한계다. 연산장치(GPU) 바로 옆에서 초고속으로 작동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필수 부품이지만 가격이 매우 비싸고 물리적으로 장착할 수 있는 용량에 한계가 있다. 반면 일반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담기 쉽지만 연산장치까지 데이터를 전달하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연산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낸드를 수직으로 쌓아 전송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HBF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장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는 비싸고 빠른 HBM에 두고, 용량이 크면서 수시로 내용이 바뀌지 않는 모델 가중치나 일부 KV 캐시는 GPU 가까이에 배치한 HBF에 보관하는 방식이다. 연산장치와 가장 가까운 1선에 초고속 HBM을, 2선에는 준고속 대용량의 HBF를 두고, 그 아래 3선에 초고용량 eSSD를 배치해 속도와 비용 효율을 모두 챙기는 다층 메모리 구조다.
SK하이닉스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AI용 낸드 제품군을 처리 속도 중심의 AIN-P, 전송 통로를 넓히는 대역폭 중심의 AIN-B, 저장 용량을 극대화하는 고밀도 중심의 AIN-D로 체계화하고 있다. HBF는 이 가운데 대역폭을 책임지는 AIN-B의 핵심 기술이다. 현재 낸드를 8단 또는 16단으로 촘촘히 적층해 HBF 스택당 최대 512GB 용량과 초당 테라바이트(TB)급 전송 속도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상용화가 본격화되면 데이터 저장소 역할에 머물렀던 낸드가 GPU 바로 곁에서 연산을 직접 지원하는 핵심 부품으로 위상이 격상된다.
솔리다임은 이 구조에서 고밀도 대용량 영역을 이끌고 있다. 셀 하나에 4비트를 저장해 집적도를 높인 QLC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최대 122.88TB 용량의 eSSD를 공급한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학습 데이터 저장뿐 아니라 검색증강생성(RAG) 데이터와 사용 빈도가 낮은 KV 캐시를 eSSD로 옮겨 고가의 HBM 메모리 자원을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 AI 연산 규모가 커질수록 고용량 eSSD가 담당할 데이터도 늘어나는 구조다.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 기대 속 공모 구조가 핵심 변수
솔리다임의 상장이 대규모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약 1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자체 조달하면 모회사의 재정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주가치에 미치는 최종 영향은 공모 구조에 달려 있다. 신주 발행 규모에 따른 SK하이닉스의 지분 희석 비율, AI컴퍼니가 보유한 솔리다임 지분을 구주 매출로 회수해 현금화할지 여부 등이 핵심 변수다. 향후 시장의 관심은 최대 1500억달러로 거론되는 솔리다임의 최종 몸값과 구체적인 공모 비율, 조달 자금의 세부 사용처에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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