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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칼 꺼내고서야 움직인 HL만도

사고 발생 62일 뒤·국감 증인 발표 6일 後 몰딩머신 정비 중 램에 끼여 참변

산업 |김종현 기자 | 입력 2026. 09. 22. 09:43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홍영일 HL만도 부사장이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서 '고 김승모님 사망 사건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안전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 진행을 위해 회견장으로 이동하던 중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홍영일 HL만도 부사장이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HL만도 판교 사옥서 '고 김승모님 사망 사건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안전개선대책 발표 기자회견' 진행을 위해 회견장으로 이동하던 중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경기 평택 공장서 하청노동자가 숨진 중대재해가 발생한 HL만도의 경영진이 사고 발생 두달 만에 사과에 나섰다. 유족과 노동계가 진상 규명 및 경영진 책임을 요구하고 청와대 인근서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정치권도 정몽원 HL그룹 회장 등 주요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 나온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 오후 1시경 HL만도는 출입기자단에 ‘HL만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사과 성명 및 종합 안전 개선 대책 발표 기자회견’ 안내메시지를 발송했다. 기자회견 시작 예정 시간 오후 4시로부터 3시간 전에 긴급히 날아온 메시지였다. 회견 수일 혹은 수주 전 안내문을 보내는 다른 기자회견과 다른 유사시의 긴급 기자회견과 같은 형식이었다. 그룹 총수 정 회장은 참석자 명단에 오르지도 않았다.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김현욱 부사장이 회견문을 발표한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었다.

유족 항의 땐 쳐다도 안 보더니 ‘회장 국감 증인’ 나오자 “죄송하다”

이날 HL만도의 사과 기자회견에 대해 업계는 물론 각계 전문가들은 ‘칼을 목에 대고서야 나온 악어의 눈물 사과’라는 평을 내놨다. 하청노동자가 설비 사이에 끼여 숨진 날로부터 62일이 지난,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정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는 입장을 밝히고 난 뒤 6일이 지난 시점에서 사과문이 나온 데 따른 비판 여론이었다. 서 의원은 “정 회장에게 반복되는 산재사고 및 불법파견 의혹, 중대재해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료 배포를 통해 HL만도서 발생했던 산업재해 내역을 공개했다. HL만도가 이 의원실에 제출한 산업재해조사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HL만도 사업장서 끼임 사고는 21건 발생했다. 국외 미국 공장에선 2023년 몰딩머신을 정비하던 노동자가 램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고 김승모 씨의 부모님이 21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만도 평택공장 비정규직 고 김승모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고 김승모 씨의 부모님이 21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만도 평택공장 비정규직 고 김승모 추모제'에 참석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정부도 사안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서 ‘HL만도 전체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의원 질의에 “특별근로감독 범위 확장과 관련한 적정 기준을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에 대한 조사 검토 여부에 대해선 “유족과 고 김승모 중대재해 대책위원회가 정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며 “피고발 대상이기 때문에 (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족 “우리한테 해야 할 사과를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거냐” 반발

유족의 항의는 기자회견장서도 이어졌다. 고 김씨의 아버지는 “유족인 나한테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 누구한테 사과를 한다는 거냐”며 회사의 일방적인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기자회견 개최 사실은 물론 사과 내용, 안전 대책에 대해서도 회사가 유족에 사전 협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서려던 조 부회장은 유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에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현장에 온 취재진이 ‘재발방지 대책’ 및 ‘향후 기자회견 개최 여부’등을 물었지만 일절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HL만도는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자료를 통해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고 김씨는 지난 7월 22일 낮 12시 50분경 HL만도 평택공장서 고장 난 부품 가공설비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김씨는 HL만도 협력사 소속이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김씨가 기계 내부서 작업하던 중 HL만도 소속 직원이 설비를 시운전하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조치 이행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Q&A
1. HL만도가 사망사고 발생 두 달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유족과 노동계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집회를 여는 등 반발 여론이 확산된 데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정몽원 HL그룹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진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2. 사과 기자회견 현장에서 경영진 참석 현황과 반응은 어떠했는가?
정몽원 HL그룹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으며 조성현 HL만도 부회장과 김현욱 HL만도 부사장이 회견문을 발표하려 했다. 그러나 유족과 대책위원회의 거센 항의에 조성현 HL만도 부회장은 발걸음을 돌렸고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3. 정부와 정치권은 HL만도의 중대재해 및 산업재해 내역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HL만도 사업장에서 21건의 끼임 사고가 발생했음을 공개했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업장 특별근로감독 범위 확장 기준을 살펴보고 피고발된 정몽원 HL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4. 평택공장 하청노동자 사망사고의 경위는 어떻게 되는가?
지난 7월 22일 HL만도 협력사 소속 고 김승모 씨가 평택공장에서 고장 난 부품 가공설비를 점검하던 중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김승모 씨가 내부 작업 중 HL만도 소속 직원이 설비를 시운전하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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