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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엘러먼트 인터뷰

①"그래핀, 고객이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삼성·LG디스플레이에 정전기 방지 소재 공급…모바일 방열로 확대 그래핀 마스터배치 공급 늘려…고객사 분산설비 투자 부담 낮춰

산업 |최아랑 기자 | 입력 2026. 09. 21. 09:02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는 그래핀 상용화에 대해 “원소재의 성능만큼 중요한 것이 고객이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라며 “원천 소재 기술뿐 아니라 분산, 가공, 응용 설계까지 함께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발전시켜 왔다”고 밝혔다.

케이비엘러먼트는 그래핀을 생산해 디스플레이 공정용 정전기 방지 소재와 모바일 방열 소재 등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그래핀을 고분자에 미리 섞은 ‘마스터배치’ 공급을 본격 확대하고 있다. 고객사가 별도의 분산설비 없이 기존 생산라인에서 그래핀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제품이다.

21일 스마트투데이는 배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래핀 사업의 창업 배경과 상용화 과정, 주요 고객사 공급 현황, 복합소재 사업 확대 계획을 들었다.

배 대표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유연성과 전도성을 구현할 소재로 탄소나노튜브(CNT)를 검토하면서 탄소계 나노소재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래핀으로 방향을 정하고 2016년 케이비엘러먼트를 창업했다.

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배경정 케이비엘러먼트 대표.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좋은 소재 만들어도 양산까지 3~4년

배 대표는 당초 CNT 사업화를 검토했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빠르게 진행돼 차별화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같은 탄소계 소재이면서 응용 가능성이 큰 그래핀을 선택했다.

창업 이후 마주한 시장은 예상과 달랐다. 소재의 성능을 확보하는 것과 고객사의 생산라인에 실제 적용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였다.

배 대표는 “창업 당시에는 좋은 소재를 만들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열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산업 현장은 달랐다”며 “신소재는 화학물질 인허가, 고객사 품질검증, 양산 공정 적합성 평가 등을 거쳐야 해 실제 양산 적용까지 3~4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래핀은 입자끼리 뭉치는 성질이 강해 수지나 용매에 균일하게 분산시키기 어렵다. 고객사의 기존 생산설비와 공정 조건에 맞추는 것도 중요한 기술 과제 중 하나였다.

배 대표는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기존 소재 대비 가격 차이가 너무 크거나 고객사가 별도 설비에 투자해야 한다면 대량 적용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그래핀 상용화의 핵심 과제는 가격과 가공성,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조공정 줄이고 고객 공정에 맞춰 가공

케이비엘러먼트는 독자 개발한 대기압 플라즈마 기반 물리적 박리 공법으로 비산화 그래핀을 생산한다. 회사는 강산을 사용하는 화학적 산화·환원 공정과 비교해 화학약품 사용과 폐수 발생을 줄이고, 공정 단계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당사 내부 비교 기준으로는 기존 고가 그래핀 대비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공급가격을 낮춰 산업 적용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집중하는 제품은 산업용 다층 그래핀인 그래핀 나노플레이트(GNP)다. 기존 소재에 소량 첨가해 전기전도성과 방열성, 강도, 내구성 등을 개선하는 데 사용한다.

현재 그래핀 파우더의 연간 생산능력은 21톤이다. 파우더뿐 아니라 용매에 그래핀을 분산한 분산액, 고분자에 미리 분산한 펠렛 형태의 마스터배치를 공급하고 있다.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 파우더.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 파우더.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배 대표는 “그래핀 자체를 판매하는 회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가 기존 공정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그래핀을 가공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이어 모바일 방열 소재서 반복 매출

현재 반복 매출이 가장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 공정용 정전기 방지 소재다. 회사는 2020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관련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중국 디스플레이 공급망에도 진입해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방열 소재는 해외산 그래핀을 국산으로 대체한 사례다. 기존에 중국산 그래핀을 사용하던 고객사가 공급 안정성과 품질 일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소재를 검토하면서 공동 검증을 진행했다.

배 대표는 “고객사의 요구 물성과 유해물질 기준, 양산 공정 적합성, 가격 경쟁력 등을 충족하면서 2025년 초 양산 공급을 시작했다”며 “이후 고객사 내 적용 모델이 확대되면서 공급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능 수치와 공급가격은 고객사와의 계약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국내 생산을 통해 납기와 공급 대응력을 높이고, 고객 공정에 맞춰 소재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응용 분야는 양산 준비 단계에 따라 진행 상황이 다른 상태다.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적용한 해양 부표는 시양산에 들어가 초기 매출이 발생했다. 아웃도어와 전도성 장갑, 전기차 부품, 인조잔디, 와이퍼 등은 고객사 품질평가와 시제품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프로젝트는 양산 전 최종 검증 단계다.

배 대표는 “기존 양산 품목의 반복 매출을 안정적으로 키우는 동시에 여러 산업에서 검증 중인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양산 전환하는 것이 사업 성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마스터배치 확대…분산·가공 기술을 제품에 담는다

회사가 마스터배치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도 고객사의 도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래핀 파우더는 고객사가 직접 분산과 가공을 해야 해 공급 이후에도 기술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마스터배치는 고객이 사용하는 고분자와 목표 성능에 맞춰 그래핀 함량과 분산 조건을 사전에 설계한다.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 마스터배치 3종.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케이비엘러먼트의 그래핀 마스터배치 3종. 케이비엘러먼트 제공

배 대표는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 분산설비 없이 기존 생산라인에 바로 투입할 수 있어 도입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며 “단순 원소재 판매보다 당사의 분산·가공 기술과 응용 노하우가 제품가치에 포함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원소재 사업은 유지할 방침이다. 그래핀 파우더와 분산액의 안정적인 공급을 이어가면서 마스터배치 비중을 확대한다.

배 대표는 “원소재 사업 역시 고객 개발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기반사업”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주요 산업별 표준 규격의 마스터배치 제품군을 구축해 복합소재 매출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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