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전성시대에도 세단만의 맛은 분명하다. 안정적인 운전 자세와 승차감, 길게 뻗은 차체에서 오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다.
기아 K5는 이런 세단의 장점을 비교적 뚜렷하게 보여주는 차다. 특히 직접 운전대를 잡았을 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묵직함’이었다. 단순히 스티어링 휠이 무겁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향부터 가속과 감속까지 차가 가볍게 부산스럽게 움직이지 않고 안정적으로 중심을 잡는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과 부드러운 가속까지 더해진다. 화려한 고성능보다는 일상에서 편안하게 탈 수 있는 중형 세단의 특징이 고루 담겨있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기아 K5 하이브리드를 타고 도심과 수도권 일대 고속도로를 주행했다.
낮고 길게 뻗었다…여전히 강한 K5의 존재감

외관은 K5의 분명한 장점 중 하나다. 전면부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중심으로 좌우로 넓게 펼쳐졌고, 보닛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는 선도 낮고 길다. 후면 역시 수평과 수직으로 이어지는 스타맵 라이팅과 볼륨을 키운 트렁크가 차체를 실제보다 더욱 넓어 보이게 한다.
수치로 보면 전장 4905㎜, 전폭 1860㎜, 전고 1445㎜다. 축거는 2850㎜에 달한다. 이 수치를 구태여 모르고 타더라도 준중형과의 체급 차이는 쉽게 느껴진다. 운전석에서 바라보는 대시보드의 폭부터 다르다. 뒤로 가면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성인이 2열에 앉아도 무릎 공간에 여유가 있고 시트 역시 장거리 이동을 염두에 둔 중형 세단다운 구성이다.
이렇듯 차체는 크지만 인상은 둔하지 않다. 낮은 루프라인과 긴 보닛, 뒤로 갈수록 떨어지는 실루엣 덕분에 정차해 있을 때도 앞으로 달려 나갈 것 같은 자세를 만든다. 패밀리 세단의 크기에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키는 외관을 입힌 셈이다.
운전자 쪽으로 모인 실내…화려함보다 익숙함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의 공격적인 분위기는 한층 차분해진다. 전체적인 구성은 운전자 중심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각종 조작 버튼이 손이 닿기 쉬운 위치에 모여 있고, 시트 포지션도 비교적 낮다. 전자식 다이얼 기어가 탑재된 것도 특징이다.
K5는 트림에 따라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연결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수 있다. 기아 디지털 키 2와 지문 인증, 헤드업 디스플레이, 빌트인 캠 2 등도 마련됐다. 디지털 기능은 충분하지만 모든 것을 화면 안으로 몰아 넣지 않고, 운전 중 필요한 기능을 비교적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편리하다.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계기판을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와 에너지 흐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주행 중 엔진이 멈추고 전기모터만 구동할 때는 전기차(EV) 주행 여부가 표시돼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운전자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간 역시 장점이다. 1열뿐 아니라 2열에서도 중형 세단의 체급이 체감된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성인 남성 기준으로도 다리 공간이 넉넉해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사람을 자주 태우거나 가족용 차를 찾는 소비자에게는 이 부분만으로도 준중형과 비교할 이유가 생긴다.
K5, 무게감 있는 주행
본격적으로 차를 움직이자 K5의 인상은 외관과 조금 달랐다. 겉모습만 보면 날카롭고 공격적인 주행을 예상하게 되지만 실제 성격은 훨씬 편안했다.
주행 중 계속해서 느낀 건 ‘묵직함’이다. 단순히 스티어링 휠이 무겁다는 뜻은 아니다.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하고, 다시 속도를 줄이는 일련의 과정에서 차체가 가볍게 부산스럽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코어 힘이 좋아 균형을 잘 유지하는 느낌이다.
또 페달을 살짝 건드렸다고 차가 앞으로 확 튀어 나가기보다는 운전자가 밟는 만큼 속도가 차분하게 붙는다. 시내에서 출발과 정지를 반복할 때도 반응이 과민하지 않아 차를 다루기 쉽다.
K5 하이브리드는 2.0ℓ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다.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19.2kgf·m를 내며 전기모터 최고출력은 38.6kW, 최대토크는 205Nm다. 한편, K5 2.0 가솔린 기준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 20.0kgf·m의 성능을 낸다.
승차감 역시 안정적이다. 노면의 작은 요철이 완전히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큰 충격을 한 번 걸러 차체로 전달한다. 휠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과속방지턱이나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는 차체가 위아래로 튀기보다 한 번 눌렀다가 자리를 잡는 느낌이 강하다. 이렇듯 단단한 주행 성능 덕에 전반적으로 일상 주행 및 장거리 주행에 용이해 보였다.
낮은 운전 자세와 긴 차체, 운전대와 페달을 조작할 때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을 함께 놓으면 다소 남성적인 인상이 강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K5만의 멋이 나온다. 요란하게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운전자가 차를 직접 끌고 간다는 느낌이 있다.
K5 하이브리드, 3334만원부터...가솔린은 2763만원

2027 K5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세제혜택 적용 후 프레스티지 3334만원, 베스트 셀렉션 3443만원, 노블레스 3670만원, 시그니처 3964만원이다. 2027 K5의 2.0 가솔린 스마트 셀렉션은 2763만원부터 시작한다.
연비도 K5 하이브리드의 중요한 경쟁력이다. 기아가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16인치 휠 기준 최대 19.8km/ℓ다. 17인치는 18.8km/ℓ, 빌트인 캠이 적용된 18인치 모델은 17.1km/ℓ다. 휠과 사양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중형 세단이라는 차급을 고려하면 효율이 높은 편이다.
K5는 최신 차 가운데 가장 빠르거나 가장 화려한 차는 아니다. 대신 넉넉한 공간과 낮고 긴 디자인, 그리고 조향과 가감속에서 가볍게 날리지 않는 중형 세단의 질감을 갖고 있다. 직접 몰아본 뒤 가장 오래 남은 감각도 그것이었다. 묵직한 세단의 맛. K5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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