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며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D램 제조사인 창신메모리(CXMT)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한 데 이어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최신 모바일 D램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YMTC)가 생산능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와 제조장비에 대한 대중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중국 메모리 산업은 범용 제품을 넘어 모바일과 인공지능(AI)용 메모리까지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CXMT의 기업가치에서도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가 확인된다. 8일 기준 CXMT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0.8배다. 같은 기준 삼성전자(4.5배)와 SK하이닉스(4.3배) 대비 약 5배에 달하며, 마이크론(7.0배)보다도 세 배가량 높다. 시장에서는 현재 이익보다 향후 중국 메모리 시장에서 가져갈 점유율과 성장성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성장세도 수치로 확인된다. CXMT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03억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873% 증가했다. 모회사 귀속 순이익은 776억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D램 가격 상승과 판매량 증가에 생산능력 확대, 수율 개선, 중국 내 메모리 국산화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상반기 매출총이익률은 84.8%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평균인 76.1%를 웃돌았다.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 상승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CXMT의 글로벌 D램 점유율은 10%로 전년 동기(4%)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시장의 당초 예상보다 이르게 두 자릿수 점유율에 진입했다.
HBM 블랙홀이 만든 빈틈…범용 메모리로 파고든 중국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점유율 확대 배경으로는 AI 가속기 수요 급증에 따른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생산 라인 재편이 지목된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는 가용 생산능력을 HBM과 고부가 D램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HBM 생산에 일반 D램보다 약 3배 많은 웨이퍼가 투입된다고 분석했다. 동일한 웨이퍼 생산능력 조건에서도 HBM 비중이 늘어날수록 PC와 스마트폰, 자동차 등에 쓰이는 범용 D램을 생산할 여력은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AI용 메모리뿐 아니라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세가 확산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올해 2분기 표준 D램 계약가격이 58~63%, 낸드 가격은 70~7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이 HBM으로 생산 역량을 이동하면서 생긴 범용 시장의 공백은 CXMT와 YMTC에 기회로 작용했다. 중국 내수 기업뿐 아니라 메모리 조달이 어려워진 글로벌 PC와 스마트폰, 전장 업체 입장에서도 중국산 제품을 도입할 유인이 커졌다.
생산 규모 면에서도 CXMT는 이미 후발주자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나증권이 추산한 올해 D램 12인치 웨이퍼 월 생산능력은 삼성전자 72만장, SK하이닉스 59만5000장, 마이크론 38만5000장, CXMT 35만장이다. CXMT의 생산 규모가 글로벌 3위인 마이크론 턱밑까지 다가선 셈이다.
실제 CXMT의 월 생산능력은 2021년 5만장에서 2025년 27만장으로 늘었고, 올해 35만장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불과 5년 만에 일곱 배 수준으로 커졌다.
범용 D램 넘어 플래그십 스마트폰으로…LPDDR6까지 추격
중국 메모리 업계의 공정 기술과 제품군은 범용 D램을 넘어 차세대 모바일 메모리로 확장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CXMT가 올해 2분기 약 16나노미터(nm)급인 4세대 B1 공정 전환을 마쳤으며, 수율은 9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DR5 제품은 현재 5600MHz를 지원하며 향후 6400MHz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다중 패터닝 의존도가 높아 공정 단계가 많고,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비트 수와 제조원가에서는 글로벌 선두 업체보다 여전히 뒤처진다.
차세대 모바일 D램 시장에서는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모습이다. CXMT는 자체 개발한 LPDDR6의 샘플 공급과 검증을 마치고 양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대 전송속도는 12.8Gbps, 단일 칩 최대 용량은 16GB다. 하나증권은 이 제품의 성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개한 LPDDR6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고객사 확보도 성사됐다. 샤오미는 출시를 앞둔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CXMT의 최신 모바일 메모리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메모리가 저가나 보급형 스마트폰을 넘어 고성능과 고효율 요구 수준이 높은 플래그십 제품군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으로 보고 있다.
CXMT의 사업 구조 역시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 가운데 LPDDR 비중은 52%, 일반 DDR은 46%였다. 두 제품을 합친 D램 매출 비중은 98%에 달했다.
HBM은 아직 한 세대 뒤처져…중국 내부 수요에는 충분
다만 최첨단 AI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XMT는 2027년 12단 HBM3E 양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같은 시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은 HBM4E 단계로 넘어갈 계획이다. 로드맵상 CXMT와 선두 업체들 사이에는 한 세대 이상의 격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중국 시장 관점에서는 반드시 세계 최고 수준의 HBM을 확보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제한으로 중국 내 AI 가속기와 메모리 공급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CXMT가 2027년 약 300만~400만개의 HBM3E 스택을 생산할 수 있다면 중국 내 AI GPU의 메모리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데 충분한 규모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CXMT가 2028년 중국 전체 D램 수요의 약 절반을 공급하고 HBM 수요의 최대 40%를 담당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글로벌 HBM 시장을 40% 차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중국 내부의 HBM 수요 상당 부분을 자체 공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낸드에는 YMTC…2028년 D램 50만·낸드 40만장 생산 체제 조성
D램에서 CXMT가 대규모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면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YMTC가 설비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CXMT가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을 추격하고 있다면, YMTC는 중국 낸드플래시 산업의 대표 주자다. 두 회사 모두 향후 2~3년 동안 대규모 설비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YMTC의 월 웨이퍼 생산능력은 2025년 18만장에서 올해 21만5000장, 2027년 30만장, 2028년 40만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CXMT 또한 27만장에서 50만장까지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2028년이 되면 중국에 월 50만장 규모의 D램 생산라인과 월 40만장 규모의 낸드플래시 생산 기지가 동시에 자리 잡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중국의 단순 내수 자급률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CXMT의 생산능력이 글로벌 D램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지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글로벌 D램 공급 부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 전후에도 CXMT가 공격적인 증설을 이어갈 경우 범용 D램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AI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다. 신규 팹을 건설하고 실제 제품을 양산하기까지 2~3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공급 부족에 대응해 결정된 투자가 2028년 전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공급될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 AI 투자 증가세가 둔화할 경우 지금의 공급 부족이 급격한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은 기존 메모리 3사의 점유율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고유의 가격 사이클 진폭을 한층 키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미국 장비 통제 맞서 장비 국산화 추진…글로벌 수급 새 변수로 부상
미국 정부는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를 주시하며 장비와 기술에 대한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첨단 AI 가속기뿐 아니라 중국이 선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기술의 대중 수출을 제한해왔다. 미 의회에서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기술 통제를 강화하고 동맹국과 규제 수위를 맞추려는 MATCH 법안이 발의되는 등 추가 견제가 이어지고 있다. CXMT 역시 화웨이 등과 함께 미국의 추가 통제 대상으로 거론돼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반도체 제조장비 자체 공급망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2025년 중국 전체 반도체 장비 시장의 국산화율은 약 21%로 추정됐지만, 신규 메모리 팹에서는 국산화 비중이 이를 크게 웃돈다. YMTC 우한 3공장의 장비 국산화율은 약 60%, CXMT 상하이 공장은 약 35%로 파악된다.
특히 YMTC는 낸드 생산라인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식각·증착 장비와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방화창과 AMEC 등 중국 현지 장비 기업들의 메모리 팹 수주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의 최첨단 기술 진입 속도를 늦추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압박이 오히려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메모리 제조부터 장비에 이르는 자체 공급망을 마련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메모리가 던지는 위협은 당장 CXMT가 HBM4에서 SK하이닉스를 앞서는 데 있지 않다. 최첨단 HBM의 성능과 제조원가에서는 여전히 격차가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3사가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은 그 아래 시장을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며 CXMT와 YMTC가 중국 내 메모리 국산화 수요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28년 이후에는 글로벌 메모리 수급과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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