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삼성전자와의 협력이 레인보우로보틱스 성장의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회사 자체의 사업 경쟁력이다. 현재 협동로봇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이루고 있고 모바일 매니퓰레이터가 차기 성장 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직 연구·실증 수요 비중이 높아 본격적인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의 가격·양산 경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핵심부품 내재화를 실제 원가·품질 경쟁력으로 연결하고, 삼성이라는 캡티브 고객에 더해 외부 시장에서 지속적인 상용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본체'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협동로봇이 사업 기반…모바일 매니퓰레이터는 미래 성장축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사업 영역은 △협동로봇 △사족보행로봇 △모바일 휴머노이드 △자율이동로봇(AMR) 등으로 나뉜다. 회사는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을 개발하며 축적한 핵심부품과 요소기술, 소프트웨어·제어 알고리즘을 각각의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현재 사업 기반은 협동로봇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은 회사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이고,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는 미래 성장을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 영역”이라며 “각 제품군이 서로 기술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협동로봇은 판매망도 갖췄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서 실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며 상반기 기준 38개 SI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제품군이 겹치는 두산로보틱스와 뉴로메카 등이 경쟁한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로봇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뉴로메카 역시 ‘인디(Indy)’를 주력 협동로봇으로 판매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기술 내재화다. 회사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휴보’부터 이어져 온 20년 넘는 기술 축적과 핵심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직접 개발하는 역량을 가장 큰 강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공시에서도 자체 개발한 핵심부품과 소프트웨어, 제어 알고리즘을 협동로봇 경쟁력으로 제시한다.
매출 40% ‘모바일 휴머노이드’…아직 연구·실증 중심
향후 성장성을 판단할 핵심 제품은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다. 올해 상반기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매출 214억원 가운데 ‘모바일 휴머노이드’ 매출은 86억5000만원으로 40.5%를 차지했다. 협동로봇 45억원(21.1%)보다 큰 규모다. 기타 로봇 매출은 약 66억원이다.
대표 제품은 바퀴형 이동 플랫폼에 두 개의 로봇 팔을 결합한 RB-Y1이다. 이동하면서 물체를 조작할 수 있어 고정된 장소에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활용 범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매출 비중만으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가 이미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반기보고서에서 모바일 휴머노이드를 '연구·개발 및 실증 단계의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실제 환경의 운용 데이터를 확보하며 향후 제품화·사업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처도 현재는 산업현장보다 연구 수요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에 따르면 모바일 휴머노이드는 주로 대학과 정부 산하 연구소, 공공기관에 직판되며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나 특수목적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다. 이에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미래 성장 축으로 키우려면 연구·실증 고객에서 실제 생산공정의 상용 고객으로 수요처를 확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구용 플랫폼이 실제 제조·물류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제품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AI 역량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제언도 나온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랩(Lab) 수준의 접근을 하고 있는 상태이지 (로봇을) 실제 필드에서 접근하는 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율제조와 무인물류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면 VLA(Vision-Language-Action·시각언어행동)를 비롯한 AI 모델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中은 가격 낮추는데…내재화에서 ‘반복 주문’까지
모바일 휴머노이드 시장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피지컬 AI 로봇의 가치사슬은 액추에이터·센서 등 핵심부품에서 제어기술과 AI·소프트웨어, 완성 로봇 설계와 양산, 현장 적용까지 이어진다. 중국은 가격과 대량생산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고 일본은 기존 로봇 제조 기반을 갖췄다. 한국 역시 전자·자동차를 중심으로 대규모 제조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유니트리는 대표적인 경쟁 사례다. iM증권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2025년 매출 3560억원, 순이익 583억원을 기록했다. 휴머노이드 평균판매가격도 2023년 59만3000위안에서 2025년 16만6000위안으로 낮아졌다. 가격 하락은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업계에서는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작업능력을 갖춘다는 전제에서 한 대당 휴머노이드 가격 2만달러 안팎을 경제성 확보의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도 가격과 생산 경쟁 심화를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시장이 연구·실증 단계에서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가격과 생산 경쟁이 치열해질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며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신뢰성, 품질, 고객 현장에 맞춘 적용 역량으로 경쟁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이 핵심부품 내재화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연구개발비 63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회사 관계자는 “액추에이터 등 핵심 부품을 직접 개발하는 것은 원가뿐 아니라 성능 최적화,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 역시 제조 역량을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제조 역량이다. 특히 로봇 같은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라며 “로봇을 상용화 제품으로 본다면 결국 단가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액추에이터 등 핵심부품을 자체적으로 확보할수록 목적에 맞춘 설계 변경과 원가 절감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부품 내재화만으로 사업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최 교수는 “로봇이 경쟁력 있다라고 말을 하려면 첫 번째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공급 원가가 충분해야 되고 세 번째는 관련 생태계가 존재해야 한다”며 AI 모델 탑재 능력과 부품 소싱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본체’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기술을 보유했는지에 더해 이를 상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능력에서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협동로봇에서 확보한 고객·SI 기반을 유지하면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를 연구용 플랫폼에서 산업용 제품으로 끌어올리고, 핵심부품 내재화를 원가와 품질 경쟁력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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