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골프존홀딩스 '개와 늑대의 시간'…누가 더 오래 버틸까

오피니언 |김한솔 기자 | 입력 2026. 08. 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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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골프존홀딩스 공개매수를 둘러싼 지배주주와 소수주주 간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복잡한 자본시장을 하나의 게임으로 본다면 목표는 단순하다. 골프존홀딩스의 ‘적정 가치’를 정하는 일이다. 공개매수자인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그리고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터톤캐피탈은 각자의 셈법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 게임에는 가격 못지않게 중요한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무게가 다르다는 점이다.

터톤에 기대는 소액주주, 끝까지 버틸 수 있나

공개매수 국면이 길어질수록 시간의 비대칭은 뚜렷해진다. 소액주주에게 시간은 단순한 기다림의 문제가 아니다. 불확실성이자 기회비용이다. 개별 주주가 터톤처럼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내거나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하며 지배주주 측과 직접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분을 결집하기도 어렵고 행동주의 자체가 본업도 아니다. 결국 현 공개매수가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소액주주는 터톤의 문제 제기에 기대어 버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터톤의 개입은 소액주주에게 일정한 협상력을 보태고 있다. 터톤은 공개매수 가격과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골프존홀딩스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1차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은 데 이어 2차 공개매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18일 종가 역시 공개매수가에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시장에 적어도 6700원을 웃도는 상향 조정 기대감이 살아있는 셈이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언제까지나 터톤만 바라보며 기다릴 수는 없다. 펀드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터톤 역시 외부 투자자 자금을 운용해 정해진 기한 내 회수해야 하는 펀드다. 분쟁이 장기화할수록 자금 회수 시점은 지연되고 최종 회수액이 같더라도 내부수익률은 훼손된다.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 권익 보호라는 명분과 별개로 어느 수준까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지는 결국 펀드의 손익계산서에 달렸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은 터톤의 시간표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터톤이 지배주주 측과 끝까지 맞설지, 특정 조건에서 타협할지는 전적으로 터톤의 전략적 판단에 달렸다. 터톤의 공세가 당장은 소액주주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있지만 소액주주가 그 시간표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터톤에 기댄 버티기 자체가 또 하나의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터톤에게도 만만찮은 부담이다.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1차와 동일한 주당 6700원을 2차 공개매수가로 제시했다. 2차 공개매수는 오는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터톤이 이번에도 6700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향후 포괄적 주식교환 등 후속 절차에서도 가격을 둘러싼 법정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간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까지 들어간다는 점이다. 가격을 둘러싼 분쟁이 사법부의 판단으로 넘어가면 엑시트는 기약 없이 늦어지고 법률 비용도 늘어난다. 여기에 터톤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가능성을 거론하고 나섰지만, 개정 상법에 따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판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영역이다.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송전까지 이어진다면 터톤 역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펀드 입장에서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승패와 별개로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이미 85% 확보한 지배주주… '시간 끌기'도 무기 되는 이유

반면 지배주주 측의 시간표는 여유롭다. 에스제이투자홀딩스와 특별관계인은 1차 공개매수를 거쳐 의결권 기준 85%가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 상법상 지배주주의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95% 요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포괄적 주식교환 등 후속 절차를 추진할 수 있는 지분 기반은 충분히 마련한 상태다. 2차 공개매수에서 에스제이투자홀딩스는 잔여 주식 574만2701주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 지배주주 측의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95% 요건을 채워 강제 매도청구에 나설 수도 있고, 설령 미달하더라도 굳이 상장폐지를 서두르지 않는 ‘시간 끌기’를 택할 수도 있다. 상장폐지가 다소 지연된다 한들 이미 확보한 압도적 지분율 덕에 경영권 위협은 전무하다. 상장을 유지하고 추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데 자금이 든다 해도 터톤처럼 펀드 만기와 수익률을 압박을 받는 처지가 아니다.

더욱이 골프존홀딩스 주가는 핵심 사업이 분리된 이후 시장에서 오랜 기간 낮은 평가를 받아왔다. 상장폐지 절차가 장기화하고 거래량이 마르면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소수주주에게는 이 역시 치명적이다. 반대로 지배주주 측에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협상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배주주 측에도 6700원을 방어할 논리는 있다. 1차 공개매수가 6700원은 공시 직전 종가(4255원)보다 57.5% 높은 가격이었다. 골프존홀딩스 이사회 역시 특별위원회 검토와 외부 자문을 거쳐 공개매수 목적과 조건, 절차가 합리적이라는 취지로 찬성 의견을 냈다. 1차 공개매수에서 예정 물량의 62.91%가 응모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앞서 SK디앤디의 1차 공개매수 응모율이 40.2%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는 터톤의 '헐값 매수' 주장을 반박하는 방어 논리로 쓰일 수 있다.

가격 적정성보다 무거운 질문, '누가 더 오래 버틸까'

결국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6700원은 적정한 가격인가. 그 답을 놓고 지배주주와 터톤, 소액주주의 판단은 다르다. 그러나 그 가격을 두고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시간도 서로 다르다. 지금 골프존홀딩스 공개매수에서 중요한 것은 어쩌면 가격 자체보다 그 가격을 거부한 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다.

시계를 되돌려보면 지금의 비대칭적 구도는 터톤이 초기에 제기했던 절차적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골프존홀딩스 이사회의 찬성 의견 표명은 1차 공개매수 종료를 불과 이틀 앞둔 8월 3일에야 나왔다. 터톤의 지적대로 개시 초기 1~2주 안에 이사회의 판단과 근거가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판도는 달라졌을 수 있다. 일반 주주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숙고할 시간을 확보했고, 그 과정에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주주가 늘어 지배주주 측의 지분 확보 속도 역시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1차 전은 이미 끝났다. 적지 않은 물량이 6700원에 응모했고 결과적으로 지배주주 측은 의결권 기준 85%의 고지를 점령했다. 이제 터톤은 가격뿐 아니라 시간의 비용까지 복합적으로 산출해야 하는 처지다. 소액주주를 결집하며 대주주와 대치하는 동시에, 펀드의 운용 기한과 목표 수익률을 방어해야 한다. 분쟁이 길어질수록 투입해야 할 시간과 비용도 커진다. 골프존홀딩스를 둘러싼 수 싸움에서 소수주주와 터톤의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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