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가 1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인공지능(AI) 기반 과학 연구와 신약 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알파폴드(AlphaFold)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자신이 설립한 아이소모픽랩스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 설계와 자체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준비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구글은 지난 5일(현지시간)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 구글 딥마인드 CEO 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허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의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를 맡고, 아이소모픽랩스 CEO직은 유지한다.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2021년 설립해 이끌어온 AI 신약개발사 아이소모픽랩스(Isomorphic Labs) 역시 지난 5월 21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자체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과 AI 신약설계 플랫폼 확장에 투입했다.
경영 일선서 물러나 장기 AI 과학 연구에 집중
데미스 허사비스 CEO는 이번 인사로 구글 딥마인드의 일상적인 경영 업무에서 손을 떼고 과학 연구와 장기 AI 전략 수립에 집중하기로 했다. 딥마인드의 실무 운영은 오랜 동료인 코레이 카부크추오울루 수석부사장이 맡았다.
구글 측은 허사비스 CEO가 AI를 활용한 과학적 발견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도록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허사비스 CEO 역시 의장 및 알파벳 최고과학자 역할을 수행하며 AI의 과학 분야 적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 업계 일각에서는 허사비스 CEO의 구글 이탈 가능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기술 전문 매체 패스파운더스(Pathfounders)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딥마인드 제프 딘 수석 과학자가 퇴사를 결정한 시기에 데미스 허사비스 CEO도 함께 구글을 떠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그가 앞으로 아이소모픽랩스 업무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허사비스 CEO 측의 공식적인 퇴사 계획이나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다.
알파폴드로 노벨상 수상…생명과학 분야로 영역 확장
데미스 허사비스 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은 알파폴드2(AlphaFold2)를 개발해 아미노산 서열 정보만으로 단백질 3차원 구조를 정밀하게 예측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두 사람은 해당 공로로 2024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단백질 3차원 구조 정보는 구조 기반 신약설계의 핵심 기반이다. 질병에 관여하는 표적의 구조와 결합 부위를 파악하면 후보물질이 표적과 어떻게 결합할지를 설계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알파폴드는 기존 실험만으로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는 데 필요했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예측 도구로 생명과학 연구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됐다.
허사비스 CEO는 알파폴드2의 성과를 신약 개발로 확장하기 위해 2021년 아이소모픽랩스를 설립했다. 이후 구글 딥마인드와 아이소모픽랩스는 2024년 알파폴드3(AlphaFold3)를 공동 개발했다. 알파폴드3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DNA, RNA, 저분자 리간드 등 복잡한 생체 분자 간 상호작용까지 예측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에서 DNA·RNA·저분자 리간드를 포함한 생체분자의 결합 구조와 상호작용 예측으로 범위를 넓혔다.
알파폴드 기반 아이소모픽랩스…AI 신약설계 엔진 IsoDDE 가동
알파벳 자회사인 아이소모픽랩스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하는 전문 기업이다. 허사비스 CEO가 창업자 겸 CEO를 맡고 있으며,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각지에 연구 거점을 두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AI 알고리즘과 화학·생물학 데이터를 결합해 질병 표적 단백질과 약물 간 결합 구조를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한편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공동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자체 파이프라인은 종양학과 면역학 분야에 집중돼 있다.
개발 대상 치료제도 다변화했다. 저분자 화합물을 비롯해 항체, 펩타이드, 분자 접착제 등 다양한 형태의 약물을 AI로 설계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특히 핵심 기술인 통합 AI 신약설계 엔진 IsoDDE는 단백질 구조와 약물 결합 형태를 예측하고, 후보물질의 결합 친화도 및 결합 부위 등을 정밀 계산하는 데 활용된다. 알파폴드에서 축적된 생체분자 구조 예측 역량이 실질적인 신약 설계 엔진으로 정립된 셈이다. 아이소모픽랩스는 이를 통해 초기 표적 탐색부터 후보물질 설계까지 신약개발 과정의 계산 비중을 끌어올렸다.
릴리·노바티스와 잠재 30억달러 규모 협력
아이소모픽랩스는 독자 파이프라인 구축 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공동 신약 발굴 사업을 확대했다.
2024년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바티스(Novartis)와 다수 질병 표적에 대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두 계약의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합친 잠재 규모는 약 30억달러이며 로열티는 별도다.
노바티스는 이후 기존 공동 연구에 최대 3개의 연구 프로그램을 추가했으며, 올해 1월에는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과 저분자 화합물 및 바이오의약품 분야 연구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공동 개발 프로젝트는 아이소모픽랩스의 AI 신약 설계 기술력을 외부에서 검증받는 주요 창구가 됐다.
21억달러 조달로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 가속
아이소모픽랩스는 지난 5월 2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자체 신약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스라이브 캐피털(Thrive Capital)이 투자를 주도했으며 알파벳, GV, MGX, 테마섹(Temasek), 캐피털G(CapitalG), 영국 주권 AI 펀드(UK Sovereign AI Fund) 등이 참여했다.
조달된 자금은 IsoDDE 엔진 고도화와 자체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진입에 투입된다. 2025년 6억달러 규모의 첫 외부 투자를 받은 지 1년여 만에 대규모 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이러한 자금 운용은 아이소모픽랩스가 AI 모델과 신약설계 엔진 개발을 넘어 자체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임상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와 자체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운영하며 실제 의약품을 개발하는 체계도 갖췄다.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맡은 알파벳 최고과학자 역할 또한 단순 연구를 넘어 생명과학, 수학, 재료과학 등 산업적 AI 혁신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알파폴드로 단백질 구조 예측의 시대를 연 데미스 허사비스 CEO의 AI 연구는 이제 자체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임상 진입을 준비하는 단계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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