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정부가 10월부터 시행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이동통신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사가 가입자의 데이터 이용량 등에 맞는 요금제를 6개월마다 안내하도록 하는 제도인데,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처럼 읽힌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동통신사의 최적요금제 고지 대상과 방법을 규정한 고시안을 지난달 행정예고했다. 전년도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액이 1조원을 초과한 사업자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SKT)과 KT, LG유플러스는 오는 10월부터 후불요금제 가입자에게 6개월마다 최적요금제 정보를 가입자에 알려야 한다.
약정 기간 있는데 6개월마다 요금제 바꿀 수 있나
업계에서는 6개월로 정한 고지 주기가 실제 요금제 변경 시점과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동통신 가입자는 선택약정과 단말기 지원금 약정, 가족결합 등 여러 조건을 함께 적용받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따라서 6개월 단위로 최적요금을 고지 받더라도 약정이 남아 있거나 결합 조건이 달라지면 바로 요금제를 바꾸기 어렵다는 문제가 생긴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용자에게 더 유리한 요금제를 안내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지 주기를 6개월로 정한 근거는 분명하지 않다”며 “약정 만료 3개월이나 6개월 전처럼 가입자가 실제로 요금제를 비교하고 변경할 수 있는 시점에 안내하는 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 가입자에게 광범위하게 적용 중인 결합할인 제도도 최적요금제 안착 여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요금제를 낮추면 월 기본료는 줄어들 수 있지만, 가족결합이나 유무선 결합 할인 규모도 함께 감소할 수 있어서다.
약정 조건에 따라 할인반환금이나 위약금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이동통신 3사는 기존 결합 혜택을 잇달아 줄이는 추세다. SKT는 ‘T끼리 온가족할인’ 신규 가입을 중단했다. KT는 기존 ‘맞춤형 결합’ 가입자의 모바일 회선 추가를 중단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일부 2만~3만원대 신규 저가 요금제를 ‘참 쉬운 가족결합’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기존 요금제에 소비자 선택지는 충분한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중간요금제가 부족하다는 점도 제도 안착에 걸림돌로 꼽힌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은 국내 이동통신 요금제가 약 250개에 달하지만 30~100기가바이트(GB) 구간의 선택지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AI가 새 제도에 따라 이동통신 가입자의 이용량을 정확히 분석해도 해당 구간에 맞는 상품이 없으면 기존 요금제를 유지하거나 데이터 제공량이 크게 적은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최적요금제 고지를 시행한 해외에서는 통신 가입자가 사업자 변경보다 기존 통신사와의 재계약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됐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의 2024년 조사에서 한 통신사의 자사 재계약률은 4.75% 증가했지만 타사 전환율은 1.4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른 통신사에서도 재계약 효과는 2.02%로 전환 효과 0.87%를 웃돌았다.
이에 유럽연합은 이후 정기 고지 의무를 줄이고 계약 자동 연장 직전에 안내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최적요금 안내 정보가 자사 요금제 안에서만 비교되면, 해당 고지 제도가 고객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월정액뿐 아니라 결합할인 감소액과 약정 위약금을 반영한 총비용 비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나 제3자가 가입자의 이용량과 약정·결합 조건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를 함께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용희 교수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려면 통신사가 자사 요금제만 안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부나 제3자가 가입자의 이용량과 약정·결합 조건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3사의 요금제를 함께 비교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적요금제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스마트초이스’와 기능이 겹친다는 말도 나온다. 스마트초이스는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해 요금제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기존 스마트초이스는 이용자가 직접 정보를 입력해야 해 이용률이 낮다”며 “새 제도는 문자나 앱 알림을 통해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과 적합한 요금제를 함께 안내하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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