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안건 심의를 위해 회의당 평균 10시간 안팎을 투입했다고 공시했지만, 최근 10여 년간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에서 안건이 최종 부결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에 걸쳐 안건을 검토했음에도 대부분의 의결은 참석 위원 전원 찬성으로 처리된 셈이다.
10년간 부결 '단 1건'…경영진 안건은 '100% 찬성'
농협금융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의 최근 10년간 의결 내역을 분석한 결과, 상정 안건이 이사회의 반대로 최종 부결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부결 사례는 2021년 제12차 임시이사회에 상정된 '농협네트웍스와의 유튜브 운영 관련 용역거래 승인안'이다. 당시 참석 이사 10명 전원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져 안건을 부결했다.
2020년 최고경영자 자격요건 개정안을 두고 김용기 이사가 단독으로 반대표를 던진 사례도 확인됐다. 다만 해당 안건은 나머지 이사들의 찬성으로 수정 가결됐다.
유튜브 운영 용역 등 일부 실무 안건에는 제동을 걸었지만, 경영진 선임과 보수 등 이사회의 핵심 감시 대상과 관련한 안건에서는 이탈표가 나오지 않았다. 경영진의 성과와 보수를 심의하는 보수위원회와 최고경영자 후보를 추천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상정된 주요 안건은 최근 10년간 모두 참석 위원 전원 찬성으로 처리됐다.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안건도 마찬가지였다. 사외이사들은 매년 상정되는 '지주 및 자회사 대표이사 성과평가 방안' 등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이사 보수 한도를 결정하는 '이사 보수한도안' 역시 단 한 건의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최근 신설된 내부통제위원회에서도 참석 위원 전원 찬성 의결이 이어졌다.
서류상으론 '10시간 검토'…실제 회의는 안건당 '11분'
부결 1건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안건이 원안 또는 수정 가결된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시한 이사회 활동 시간은 상당했다. 2020년 이기연 이사와 이준행 이사는 각각 연간 598시간을, 박해식 이사는 502시간을 이사회 활동에 투입했다고 신고했다.
2021년 이진순 이사도 연간 411시간을 할애했다고 공시했다. 활동 시간에는 실제 회의뿐 아니라 안건 사전 검토와 설명 청취 등이 포함된다. 연간 활동 시간을 회의 참석 횟수로 나눠 단순 계산하면 회의 한 차례당 평균 9~10시간을 검토와 심의에 투입한 셈이다.
다만 실제 의결이 이뤄진 회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다. 2020년 그룹 주요 경영진의 성과평가 등 핵심 안건 7건을 다룬 제2차 보수위원회는 80분 만에 종료됐다. 전체 회의 시간을 안건 수로 단순 환산하면 안건 1건당 평균 11.4분이 소요됐다.
2021년 4건의 안건을 처리한 제3차 보수위원회도 50분 동안 진행돼 안건당 평균 소요 시간은 12.5분이었다. 같은 해 전체 회의가 20~40분 만에 끝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사외이사들이 사전 검토에 상당한 시간을 투입했다고 공시했지만, 실제 의결 단계에서는 다수 안건이 짧은 시간 안에 처리된 것이다.
최고등급 내부 평가…전문가 "객관적 견제 어려운 구조"
짧은 회의 시간과 만장일치 의결이 반복됐지만, 사외이사들은 최근 10년간 내부 평가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받았다. 과거 A·B·C·D 등급 체계에서는 전원이 A등급을, S·A·B·C·D 체계로 개편된 이후에는 전원이 S등급을 받았다.
학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사외이사 선임 구조의 한계를 지목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기준이 강화됐지만, 아직도 사외이사 선정을 기업 측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사례도 여전히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어 "기업이 선정한 인사들로 이사회가 구성되면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객관적인 평가나 비판적 견제를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금융은 사외이사 평가 제도가 적법하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자격 기준에 따라 선별된 임원으로 공정한 평가 절차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융사지배구조법을 준용해 위원회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있으며, 공정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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