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홈플러스 회생절차의 초점이 MBK파트너스에서 메리츠금융그룹으로 이동하고 있다. MBK가 2000억원 규모 긴급 운영자금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한 추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시장의 관심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이 회생절차상 신규자금 조달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모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MBK홈플러스 사태해결 태스크포스는 11일 서울 여의도 메리츠증권을 항의 방문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과 입점 상인들도 동행했다. 이들은 메리츠 측에 홈플러스 회생절차상 긴급 운영자금, 이른바 DIP 금융 조달에 협조할 것을 요구했다.
홈플러스가 필요로 하는 긴급 운영자금은 총 2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자금 용도는 상품 매입, 협력사 대금 지급, 점포 운영 등 정상 영업 유지를 위한 비용이다. 회생계획안 가결 전까지 영업 기반을 유지하지 못하면 인수 후보자 선정과 채권단 동의 절차도 흔들릴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이 가운데 1000억원에 대해 주주사로서 추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조치를 포함해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부담한 자금 및 신용 규모가 총 500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MBK파트너스 책임론이 홈플러스 사태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 보증 발표 이후에는 메리츠의 역할론이 부각되는 구조다.
메리츠는 2024년 홈플러스에 1조3000억원을 대출하면서 홈플러스 부동산을 담보로 잡은 최대 채권자로 거론된다. 회생절차에서 메리츠의 지위는 단순한 일반 채권자와 다르다. 홈플러스의 핵심 자산과 신규자금 조달 가능성이 메리츠의 판단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쟁점은 2000억원 DIP 금융 지원과 홈플러스 잔존 부동산 가치 평가다. 메리츠 측은 담보 가치가 충분하지 않아 추가 DIP 대출이 어렵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반면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매각된 일부 점포 시세 등을 근거로 메리츠의 담보 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회생금융인가, 담보 회수인가
회생절차의 기본 목적은 청산보다 존속가치가 큰 기업의 영업 기반을 보존하는 데 있다. 특히 유통업은 운영자금이 끊기면 매대 공백, 고객 이탈, 협력사 거래 축소가 빠르게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담보채권자의 회수 가능성도 장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생의 기본은 채권자와 이해관계자가 일정 부분 유예와 양보를 통해 회사의 존속가치를 지키는 데 있다"며 "담보채권자라고 해서 청산에 가까운 회수 논리만 앞세우면 회생절차의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를 단순한 채권 회수 문제가 아니라 회생금융의 작동 여부를 가르는 사례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 입장에서는 신규자금 지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회생기업에 대한 추가 대출은 신용위험이 크고, 기존 주주나 경영진의 책임 부담 없이 금융회사가 먼저 위험을 떠안는 구조는 내부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 보증을 공식화한 이후에도 메리츠가 추가 지원에 소극적이라면 논점은 달라진다. 메리츠는 이미 담보권을 확보한 최대 채권자이고, 홈플러스의 다른 조달 경로도 담보 구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메리츠는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회생절차의 병목을 쥔 이해관계자가 된다.
DIP 금융을 배임 위험으로만 해석하는 시각도 한계가 있다. 회생절차에서 신규자금은 기존 채권자의 손실을 키우기 위한 자금이 아니라 기업가치 보존을 통해 최종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상환재원과 우선변제 구조, 자금 용도, 회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투자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DIP 금융을 배임 문제로만 본다면 회생기업에 신규자금을 넣을 수 있는 금융회사는 거의 없어진다"며 "합리적 회수 가능성과 기업가치 보존 효과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홈플러스의 경우 운영자금 공백이 길어질수록 협력사 거래와 점포 가치가 동시에 훼손될 수 있다고 봤다.
메리츠의 수익모델과 공공성의 충돌
이번 사안은 메리츠금융그룹의 수익모델과 지배구조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메리츠는 고담보, 고수익, 회수 가능성 중심의 금융에 강점을 보여온 금융그룹이다. 평시에는 높은 자본효율성과 주주환원 능력이 시장의 평가를 받지만, 회생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 조정 국면에서는 같은 논리가 공공성과 충돌할 수 있다.
금융회사는 민간기업이지만 제도권 금융 시스템 안에서 영업한다. 증권사와 보험사도 금융채 발행, 기관자금 운용, 대규모 기업금융을 통해 실물경제와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회생 국면에서는 단순히 자기 채권의 회수 가능성만이 아니라 시장 안정, 고용, 협력사 피해까지 일정 부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투자은행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를 법적으로 사채업자라고 부를 수는 없지만, 홈플러스 사태에서 보이는 태도는 담보를 두텁게 잡고 회수 가능성을 우선하는 금융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권 금융회사라면 회생절차의 비용과 시간을 모두 남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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