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안전' 날개로 날아야

오피니언 |나기천 기자 | 입력 2026. 06. 09. 08:54

|스마트투데이=나기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 사고 희생자들이 7일 영면에 들었다. 회사 대표이사 등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1일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 폭발로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사고는 로켓 추진제 생산에 쓰인 공구를 세척하던 공간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확한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번 사고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더 아픈 대목은 이 사업장이 이미 2018년과 2019년에도 폭발 사고로 노동자 8명을 잃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 사고는 K-방산의 화려한 수출 성적표 뒤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리고 그 위험을 누가 감당해 왔는지를 정면으로 보여준 사건이라 더 아프다.

우리가 누리는 산업화의 성취와 안보의 버팀목 뒤에는 기간산업 화약산업이 있었다. 화약은 원래 위험 물질이다. 화려한 불꽃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기도 하지만, 화약은 기본적으로 폭발물이다.

그래서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이 전후의 폐허를 딛고 산업화의 비탈을 오르던 시절, 길을 내고 산을 뚫고 광맥을 깨우던 힘의 한복판에 늘 그 화약이 있었다.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첫걸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K-방산을 떠받치는 로켓과 유도무기 기술 역시 그 뿌리에는 화약과 고체 추진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폭발는 한 기업의 불운한 사고로만 넘길 일이 아니다. 화약과 같은 고폭 에너지 물질을 다루는 방산 공정은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기업에도 위험이 따르는 일이다.

실제로 미국 제프 베이조스의 항공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은 지난달 28일 플로리다에서 '뉴 글렌' 초대형 로켓 지상 시험 중 폭발 사고를 겪었다.

공개된 영상에는 발사대 일대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담겼다. 로켓 뿐만 아니라 발사대 시설까지 치명타를 입어 미국의 달 탐사 계획 차질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2025년 10월에도 테네시 에큐리트 에너제틱 시스템스라는 제조 공장에서 연쇄 폭발로 16명이 숨진 일이 있다. 이 회사는 군용 및 상업용 고폭약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 회사에선 2014년에도 폭발로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처럼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본도 화약 등 고폭 에너지의 폭발 위험 자체를 완전히 피해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냉정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큰 인명 사고가 반복됐는데, "어쩔 수 없는 위험"이라고 말하면 안된다. 대신 "왜 막지 못했는가"을 물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한다. 이제 현장의 안전 지수를 촘촘히 재점검해 '외양간'을 완벽하게 고쳐야 할 시간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고쳐야 한다. 위험한 산업일수록 더 과도할 만큼 촘촘한 안전 시스템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고 원인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규명하는 게 먼저다. 이후로는 자동화와 원격화로 위험한 수작업을 줄여야 하며, 현장의 작은 이상 징후도 비용이나 효율 논리에 밀려나지 않게 해야 한다.

'사업보국'의 거창한 구호도 사람보다 앞설 순 없다. 특히나 국가 안보를 떠받치는 산업이라면 그만큼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가장 앞에 놓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쏘아 올린 방위산업의 초석은 수출 실적만으로 세워지지 않았다. 수많은 현장 노동자의 땀과 희생이 그 바탕이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증명해야 할 것은 더 많은 수주 실적도, 이익 실현도 아니다.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절대적 책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 책임이 전제될 때에만 K-방산은 비로소 세계가 신뢰하고 존중하는 산업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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