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발언에 20년 만에 멈춘 추심…국민·신한·우리, 장기 부실채권 캠코 매각

대통령 ‘약탈금융’ 비판에 금융권 전격 화답 장기 연체자 추심 즉시 중단 및 채무 소각 추진 수익 중심 관행 탈피…포용금융 가치 실천키로

금융 |김한솔 기자 | 입력 2026. 05. 12. 17:25
[세줄요약]
  • 이재명 대통령 지적에 금융권은 2003년 발생한 장기연체채권을 캠코에 매각한다.
  • 우리카드 진성원 사장 등 주요 금융사는 상록수 보유 지분 전액을 모두 정리한다.
  • 캠코 새도약기금 이관 후 추심은 중단되며 취약계층 채권은 1년 이내에 소각된다.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약탈금융’ 지적 이후 금융권이 장기연체채권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은행과 카드사들은 상록수 지분을 캠코로 넘겨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돕는 포용금융 가치를 실천할 방침이다.

대통령 경고와 금융권의 전격 매각 결정

신한카드와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우리카드, IBK기업은행 등 주요 금융사가 장기연체채권 정리에 전격 합류했다. 이들 금융기관은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인 ‘상록수제일차유동화전문유한회사(상록수)’가 보유한 자사 지분 채권 전액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특정 채권 처리 방식을 ‘약탈금융’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직후 이뤄진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원시적 약탈금융이 버젓이 살아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응해 주요 은행권은 자사 지분에 해당하는 장기연체채권을 캠코로 이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상록수 관련 발언/X 캡쳐
이재명 대통령의 상록수 관련 발언/X 캡쳐

KB국민은행은 이날 상록수가 보유한 장기연체채권 중 은행 지분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환주 은행장은 “이번 매각을 통해 취약계층이 경제활동에 다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매각 대상은 상록수가 유동화한 채권 중 KB국민은행이 권리를 가진 지분 전체 물량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상록수가 보유한 자사 지분 채권 전액 조기 정리를 시사했다. 하나은행 또한 주요 시중은행들과 보조를 맞춰 장기연체채권 정리 대열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KB국민카드는 현재 별도의 채권 잔액은 없으나 지분 보유사로서 이번 채권 매각 절차에 최종 동의하며 협력하기로 했다.

우리카드는 진성원 사장의 결정에 따라 상록수 보유 장기연체채권 중 자사 지분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카드는 이번 조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차주의 재기를 지원하고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위한 결정임을 밝혔다. 매각되는 채권은 우리카드가 과거 상록수에 배정했던 부실채권 중 미회수된 지분 전체다.

신한카드는 카드대란 피해 차주들의 재기 지원을 위해 상록수 보유 지분 전액을 새도약기금에 매각하기로 했다. 박창훈 사장은 이를 ‘선제적 결단’으로 규정하며 포용금융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상환능력 맞춤형 채무 조정 착수… 포용금융 실천 ‘속도’

금융사 관계자들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제적 어려움 속에 놓인 차주들의 상황을 깊이 살피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표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카드 등은 장기 연체 채무자들이 그동안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언급했다. 금융권은 이번 전액 매각을 시작으로 포용금융의 가치를 경영 전반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매각 절차가 완료되어 채권이 새도약기금으로 이관되면 해당 대상 차주에 대한 추심 행위는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간 배드뱅크에서 진행되던 독촉 압박을 멈추고 공적 지원 체계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이후 캠코가 운영하는 새도약기금은 차주의 상환 능력에 따라 맞춤형 채무 조정을 추진한다. 각 개인의 소득과 재산 상황을 면밀히 심사하여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분할 상환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차주들은 현실적인 상환 계획을 바탕으로 경제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실상 상환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구제책이 적용된다. 이들의 채권은 새도약기금 이관 후 1년 이내에 자동으로 소각 처리될 예정이다. 채권 소각은 법적 채무 의무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으로, 취약계층의 온전한 경제적 복귀를 가능하게 한다.

2003년 카드사태와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

상록수는 지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발생한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부실채권 처리회사다. 당시 금융권은 대규모 연체 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공동으로 이 유동화 전문회사를 세웠다. 상록수는 민간 배드뱅크로서 그동안 금융사로부터 넘겨받은 장기 연체 채권을 관리하며 수익 중심의 추심을 이어왔다.

상록수의 주주 구성은 제도권 금융사가 대부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한카드(30%)를 필두로 하나은행(10%), IBK기업은행(10%), 우리카드(10%)가 주요 지분을 보유 중이다. 또한 KB국민은행(5.3%)과 KB국민카드(4.7%)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30%의 지분은 대부업체 등 3곳이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는 지배 구조를 띠고 있다. 이처럼 제도권 금융사와 대부업체가 섞인 구조에서 20년 넘게 추심이 지속되자 ‘원시적 약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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