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한국의 부자들이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머니무브에 이미 올라탔음을 시사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15일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2026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Korean Wealth Report)'를 발간했다.
K-에밀리를 아시나요
발간 18년째인 이번 웰스 리포트는 최근 10년 이내 부자 반열에 오른 50대 이하 자산가를 ‘K-EMILLI(K-에밀리, Korea Everywhere Millionaires)’로 명명하고, 이들의 부 형성 과정과 투자 철학을 부자 전체 집단과 비교 분석했다.
또 올해 자산관리 전망, 상속ㆍ증여 트렌드, 부자의 모임(커뮤니티)과 부의 상관관계 등을 폭넓게 다뤘다.
이에 따르면 ‘K-EMILLI’의 프로필은 평범하다.
평균나이 51세로 다수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나 일반 ‘부자’보다 서울 외 수도권 거주자도 많고, 이들 중 44%는 30평형대 이하 ‘국민평형’ 아파트에 산다.
사실상 X세대 자산가들인 셈이다. X세대는 우리나라 인구분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앞으로 살 날도 30년 넘게 남아 있다.
K-EMILLI의 30%는 회사원 또는 공무원으로, 전문직이나 기업 대표가 아닌 샐러리맨이 많다.
하지만 이들의 연평균 가구 소득은 5억원대로 근로ㆍ재산 소득 외 다양한 소득원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또 K-EMILLI 10명 중 4명은 대학원 졸업 이상의 고학력자로 높은 소득 활동을 통해 향후 자산 축적 가능성이 높은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됐다.
K-에밀리 예적금 통해 종잣돈 마련 뒤 공격적 투자..파이어는 없다
K-EMILLI가 부를 형성한 공식은 단순하지만 치열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균 8억5000만원의 종잣돈을 모을 때는 예적금(43%)을 적극 활용했다.
이후 자기계발을 통한 ‘소득 인상(44%)’과 함께 ‘주식 등 금융투자 수익(36%)’을 극대화하며 자산을 확대해 나갔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예적금 활용은 줄고 금ㆍ은ㆍ예술품 등 현물 자산을 활용하거나 개인투자조합 및 스타트업ㆍ벤처기업 투자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투자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차별적인 요소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도 절세를 위한 금융상품을 탐색하고 관련 제도와 다양한 투자 방법 등을 공부한다. 또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 금융투자에 무게를 두고 자산을 늘리고자 노력한다.
K-EMILLI의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저축성 54% vs 투자성 46%로 부자보다 투자자산이 더 많은 편이다.
주식 투자 시 해외주식에 할애한 자산 비중(30%)이 부자(24%)보다 1.2배 많고 실물자산이나 가상자산 투자 비율도 부자보다 더 높은 편이다.
이들 10명 중 9명은 ‘투자 대상을 충분히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한다’고 말하며 분산 투자보다 충분히 공부한 영역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K-EMILLI(48%)는 부자(43%)보다 자산을 증식하는 방법으로 ‘부동산보다 금융투자가 더 효율적’이라고 인식하며, 새로운 투자 방법을 남보다 빨리 알고 실천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투자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 AI 앱, 도서 등 셀프 채널을 활용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주체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부자들, 이미 머니무브하고 있다
한편 올해 부자들의 실물 경기 기대심리는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주주 친화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 기조가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린 영향이 크다고 하나금융연구소는 분석했다.
최근 자산운용 방향도 명확하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을 증식하는 방법으로 부동산보다 금융투자를 우선 고려한다. 실제 최근 5년간 부자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봐도 부동산 비중이 줄고(63%→52%) 금융자산 비중이 늘어나는(35%→46%) 방향으로 변화했다.
올해 부자의 39%는 금융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할 계획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을 축소하고 금융자산을 확대할 의향(18%)이 그 반대(10%)보다 1.8배 높았다.
올해 금융자산 운용을 통한 목표 수익률도 대폭 상향돼, 부자 10명 중 6명은 10%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한다.
금융상품에 대한 선호도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는 예금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나, 올해는 ETF로 관심이 옮겨갔다.
이른 상속증여에 대한 관심..절세에 귀쫑긋
이와 함께 부자의 대다수는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후손의 삶에 성장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부자의 약 80%는 이미 구체적인 자산 이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증여와 상속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의 절반은 이미 자산의 일부를 증여한 경험이 있고, 40대 이하 젊은 부자도 1/3 이상이 증여를 실행했다.
부자들은 보유자산의 절반을 가족에게 이전(48%)하고 나머지 절반은 본인(44%)과 사회(8%)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상속할 자산의 유형은 관리나 분할의 어려움이 따르는 부동산보다 현금ㆍ예금을 선호하고 부자의 연령이 낮을수록 주식이나 현물자산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자산을 물려주려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다.
모임 참여는 필수
부자의 83%는 정기적 모임에 참여한다. 자산이 많을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참여하는 모임이 많다. 모임의 절대적 가치는 ‘친목 도모ㆍ즐거움’이지만 자산운용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모임 참여자는 ETF에 더 많은 자산을 배분(미참여자의 1.5배)하고 연금자산도 더 많이 확보한 반면, 모임 미참여자는 예금 등 현금성 자산에 더 많은 돈을 예치(참여자의 1.4배)해 금융 수익 측면에서 모임 참여자가 더 유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모임 참여자는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져야 진정한 부자’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따라 기부 연계 소비 또는 녹색 소비를 실천하는 경향이 높아, 모임을 통한 사회적 교류가 공동체 의식과 부의 책임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선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K-EMILLI는 과거 사업 성공이나 상속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관점으로 적극적인 금융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새로운 부자 유형"이라며 "이들은 사회의 주요 경제 주체로서 부의 개념을 바꾸고 기존과 다른 부의 형성 방식을 선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중심으로 과거 부 형성의 원동력이었던 부동산 불패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자산관리의 무게중심이 금융으로 이동한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한 변화”라며, “자산 구조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금융회사가 진정한 자산관리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 역할의 확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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