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화그룹이 육상과 해상, 항공을 넘어 우주까지 진출하는 글로벌 종합 방산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7년 만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재취득, 풍산 방산 부문 인수 시도와 전격 철회에 이르기까지 한화의 행보는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통합 방산 솔루션 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그룹, 육·해·공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 구축… KAI 지분 7년만 4.99% 인수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방산 3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를 중심으로 육·해·공을 아우르는 통합 방산 체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지주사 ㈜한화 아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의 방산·우주 사업을 총괄하며 자주포, 장갑차, 항공 엔진 등을 개발한다.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통신 시스템을 전문으로,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수상함 등 해양 특수선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KAI 지분을 매입해 한화가 미래 우주항공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업보고서에서 한화그룹 연결회사들이 KAI 보통주 486만 4000주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KAI 지분 4.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본시장법상 지분율이 5% 아래로 내려가면 공시 의무가 사라지는 점을 염두에 두고 4.99%를 맞춘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입한 건 2018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 5.99%를 전량 매각한 이후 7년 만이다.
양사는 앞서 2월에는 방산·우주항공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래 핵심 사업 분야의 중장기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KF-21 전투기, T-50 훈련기, 수리온 헬기 등을 보유한 KAI와의 협력은 한화의 항공·우주 사업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전격 중단된 풍산 탄약 부문 인수…배경은?
여기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 탄약사업부 인수를 통해 방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구상이었다. 한화그룹이 탄약사업부 인수에 성공할 시, 기존 K9 자주포에 더해 소모품인 탄약까지 생산이 가능해져 지상전 무기 체계의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풍산 탄약사업부 매각을 위한 비공개 입찰에 사실상 단독으로 참여해 최종 제안서까지 제출한 상태였다.
그러나 협상은 전격 중단됐다. 풍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 철회 의사를 통보해서다.
무산 배경을 두고는 복수의 가설이 거론된다.
풍산의 방산 부문 매각가는 방산 부문 신설 법인 지분 38%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1조5000억원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화 그룹은 이보다 낮은 가격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 전체 에비타(EBITDA) 중 방산 부문은 73.3% 비중을 차지한다. 풍산 입장에서 시장에서 거론된 1조5000억원은 만족하기 어려운 금액이었고,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 채 매각될 시, 풍산 주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발을 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독과점 우려도 거래가 무산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국내 탄약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가진 풍산을 한화가 인수할 경우 공급망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는 경쟁사들의 우려가 제기된 것. 자주포와 자주포용 포탄을 특정 업체가 독점하면 경쟁사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화, 글로벌 경쟁력 제고 ‘체급키우기’ 계속될듯
다만 풍산의 방산 부문 매각은 추후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풍산의 경영권 승계 때문이다.
류진 풍산그룹 회장의 장남 로이스 류는 지난 2010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하지만 현행 방위사업법상(50조의 2) 외국기업 또는 외국인이 방위산업체를 인수하기 위해선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해당 법은 외국인이 국내 방산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배력을 갖는 건 불가능한 조항으로 해석돼 왔다.
업계에선 로이스 류의 미국 국적 문제에 따른 승계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만큼, 풍산의 방산 부문 매각은 언제든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한화의 외연 확장 행보가 단기적인 성과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체급을 키우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인만큼 추후 다시 풍산 방산 무분 인수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한화의 행보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몸집을 키우려는 전략이라고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며 “국내 방산 기업 내지는 해외 방산 기업들까지도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인수합병이 가장 빠르게 외연 확장이 가능하고 또 한화는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보니 기회가 될 때마다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후 한화의 풍산 방산 부문 인수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한 번 물러섰지만 기회가 되고 여러 여건이 성숙할 경우에는 (한화가) 계속 (풍산 방산 부문 인수를) 시도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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