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기 칼럼

'오직 한없이 아름다운 나라'를 꿈꾸며: 임시정부 수립 107주년에 부쳐

전문가칼럼 | 김욱기  기자 |입력

따스한 봄볕이 내리쬐는 4월, 우리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맞이한다. 1919년 상하이의 좁은 방 한 칸에서 시작된 그 위대한 여정이 어느덧 107주년을 맞았다. 올해의 기념일이 유독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뿌리'와 나아가야 할 '미래'가 명확히 교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 국가 정체성의 근간이 임시정부에 있음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암흑 속에서도 우리 선조들은 ‘민주 공화제’라는 근대적 국가의 청사진을 그렸고, 그 정신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의 자양분이 되었다.

최근 서대문 ‘국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과 효창공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고무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백범의 소원’을 단순히 교과서 속 문장이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갈 ‘문화 강국’의 비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건강한 복원력을 본다.

올해 기념식의 주제인 ‘오직, 한없이 아름다운 나라’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강조한 핵심 가치다. 선생이 원한 나라는 남을 침략하는 강대국이 아니라, 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 평화를 주도하는 나라였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은 미·중 갈등과 중·일 긴장이라는 거친 파고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며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펼치고 있다.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위해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는 우리의 모습은, 107년 전 임시정부 요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당당한 주권 국가’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진정한 보훈과 기념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현재의 가치’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임시정부 안에서도 노선과 이념의 차이는 존재했으나, ‘독립’이라는 대의 앞에서는 하나가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러한 ‘통합의 지혜’다.

갈등과 분열의 언어보다는 소통과 협력의 실용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경제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국제 관계가 요동칠수록, 우리는 임시정부가 가졌던 그 처절하고도 숭고한 책임감을 되새겨야 한다.

107년 전 상하이에서 울려 퍼진 “민주요, 나아가 공화다”라는 외침은 이제 “문화요, 나아가 평화다”라는 책임감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임시정부의 정신은 박물관에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내일을 살아갈 우리 청년들의 자부심이자 기업과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파워가 되어야 한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의 뿌리를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가 꿈꾸는 ‘한없이 아름다운 나라’는 바로 오늘, 우리 각자가 선 자리에서 역사를 기억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김욱기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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