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앞세운 정부 통신비 인하 계획에... 통신사, "가격 직접 통제 이례적"

헤드라인 | 최아랑  기자 |입력

정부, 중동사태 물가대책으로 통신요금제 개편 방향 제시 망 투자 회수기 맞물린 인하 압박..."이례적 직접 개입" 우려도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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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에 따른 민생 물가 관리 대책의 하나로 국내 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의 요금 체계 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취해온 시장 자율경쟁 유도라는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정부가 요금제 통합과 자동 혜택 적용 등 세부 설계에 직접 개입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기본 데이터 이용 보장 요금제 개편 추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전담 조직(TF)에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전 요금제에 데이터 안심 옵션을 도입하고 2만원대 5세대이동통신(5G) 요금제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통신3사 요금제 개편 방향을 9일 발표했다.

이번 개편 방향은 인공지능·디지털 시대에 국민들이 기본적인 일상소통에서 소외되지 않고 데이터 중심의 통신 접근권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개편 방향에서 정부는 통신 3사 등 모든 롱텀에볼루션(LTE)·5G 데이터 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을 적용하기로 했다. 

데이터 안심 옵션이란 데이터 제공량 소진 후에도 인터넷 서비스 이용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음성·문자를 기본 제공한다. 기존에는 음성 및 문자 제공량에 제한이 있는 요금제를 사용하는 어르신이 많았으나, 이번 조치를 통해 약 140만 명의 이용자가 추가 과금 걱정 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한 어르신 계층의 통신비 절감 효과는 연간 약 5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복잡했던 LTE와 5G 요금제를 하나로 통합해 간소화한다. 기존에 통신 3사가 운영하던 250여 개의 요금제를 절반 이하로 줄여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고, 2만원대 5G 요금제를 신설한다.

특히 청년층(만 34세 이하)이나 고령층의 경우, 별도의 전용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일반 요금제 가입 시 연령에 맞는 혜택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개편과 더불어 사용자가 자신과 적합한 요금제 선택을 도와주는 ‘최적 요금제 고지제도’를 오는 10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 접근권은 디지털 시대의 기본권"임을 강조하며, "통신 3사와 협력해 이번 요금제 개편 절차를 상반기 내로 마무리해 국민들이 실질적인 통신비 절감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쟁' 대신 '지침'...단기 처방 택한 정부

이처럼 정부가 사실상의 요금제 인하 안을 직접 꺼내든 것은 최근 중동사태 장기화로 인한 민생 물가 압박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은 정부 허가가 필요한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그만큼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경쟁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것이 일반적인 규제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이번 중동 사태 정국에서는 기존 방식을 통한 구조적 변화를 기다리기엔 민생 피해가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결국 정부가 요금 인하책을 직접 발표해 단기간에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이번에 도입되는 '연령별 혜택 자동 적용'이나 'LTE·5G 통합'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가입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아도 혜택이 적용되는 구조는 사실상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기름값 최고 가격제처럼 정부가 직접 가격 통제에 나선 셈"이라며 "전쟁 등 대외적 변수로 인한 물가 상승이라는 명분 앞에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G 7년 차, '회수 메커니즘' 건드렸나

정부가 이토록 강한 압박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통신업의 '투자회수기'에 고려도 깔려 있다는 것이 시장 내 평가다.

통신업은 대규모 망 투자를 단행한 뒤 2~3년에 걸쳐 집중 투자하고, 이후 장기간에 걸쳐 가입자가 내는 통신비로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5G 상용화가 7년 차에 접어든 현 시점이 통신사들이 투자비를 상당 부분 회수하고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캐시카우(Cash cow)' 구간이라는 게 정부의 시각으로 보인다. 또 정부는 이 회수 주기에 비춰 통신사에 요금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이번 개편 방향을 제시, 이를 민생 대책의 일환으로 삼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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