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세형 기자| 시가총액이 4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바이오업체마저 이사의 보수를 당분간 지급하지 못할 판이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덕분에 확립된 이사인 주주의 이사보수한도 의결권 행사 제한에 걸려서다.
지난 26일 코스피 297개사, 코스닥 424개사, 코넥스 19개사 등 740개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치른 가운데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상장사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표적인 업체는 코스닥 바이오 업체 올릭스다. 올릭스는 지난 26일 기준 시가총액이 4조원에 달하는 대형 바이오업체다. 코스닥 시총 순위도 18위에 최상위권이다.
올릭스는 정기주주총회에 재무제표 승인 건을 필두로 주식 및 사채 발행, 자사주 보유 및 처분 등 총 7개의 안건을 상정했다. 그런데 유독 임원 보수 규정 제정의 건만 미결됐다.

올릭스는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적대적 M&A에 따른 해임 시 대표이사 100억원, 이사 30억원, 감사 10억원의 퇴직보상금을 지급한다는 황금낙하산을 도입했다. 이어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지난해 40억원이었던 이수보수한도 총액을 60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회사측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인한 미결이라고 정기주주총회결과에서 설명했다.
해당 안건에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22.3%만 의결에 참여했다. 최소 25%가 필요한 의결권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최대주주인 이동기 대표이사와 백영혜 부사장 등 등기임원들의 의결권 행사 제한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관측된다.
올릭스는 이동기 대표이사가 지분 15.6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이 대표를 포함한 등기 임원들 지분은 대략 15.3%다. 해당 지분은 임원 보수 규정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산정 자체에서 제외됐다.
이에 이들 지분을 제외한 84.7% 지분 가운데 25%인 21.18% 이상의 지분을 모았어야 하는데 실제 모은 절대 지분율은 19% 안팎에 그치면서 25%를 밑도는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기 대표는 지난해 급여 5억7000만원에 상여 8억7000만원 등 총 14억8100만원, 사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았다. 백영혜 부사장은 14억7700만원, 강충길 사장은 5억1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임원 보수 규정이 제정되지 못하면서 올릭스가 가장 빨리 돌아오는 월급 지급일 등기 임원들의 급여를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다. 업계에서는 가지급 등의 명목으로 부채로 잡고, 추후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통해 해당 규정을 확립해야할 것으로 본다.
등기이사에 대한 보수의 연간 총액 한도는 금 육십억 원(\6,000,000,000)으로 한다. 보수 한도를 증액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를 거쳐야 한다.
올릭스에 이어 반도체 소부장 업체인 월덱스도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만 통과시키지 못했다. 월덱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493억원에 영업이익 598억원을 올렸고, 시가총액은 5000억원에 달한다.
월덱스는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이 44.5%에 25% 이상인 절대 요건은 충족했다. 그런데 의결권 행사 주식수 기준, 즉 실제 의결에 참여한 지분 가운데 69.2%가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월덱스는 배종식 대표가 34.79%를 가진 최대주주다. 지난해 회사는 급여 13억8200만원에 특별 성과급 1억5100만원 등 총 15억33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사내에서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직원은 배 대표가 유일했다.
결국 배 대표의 급여에 불만을 갖고 있던 소액주주들이 대거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보수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
올릭스와 월덱스 외에도 창해에탄올, 푸른기술, 코리아나, 현대바이오, 제이엔케이글로벌, 케이사인, 멕아이씨에스, 탑엔지니어링 등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주로 시가총액이 1000억원 미만으로 소액주주들의 참여도가 낮은 소형 상장사에서 이사보수한도 승인에 필요한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편 정기주주총회 개최 마지막날인 오는 31일 코스피 131개사, 코스닥 481개사, 코넥스 55개사 등 총 667개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치른다. 두번째 슈퍼주총데이다. 30일에도 코스피 28개사, 코스닥 191개사, 코넥스 9개사 등 228개사가 주주총회를 연다.
소형 소외업체들에서 이사보수 규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업체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 올릭스와 월덱스에서 대주주의 책임경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본 만큼, 소액주주들이 덩치가 되는 상장사에서 이 수단을 적극 활용할 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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