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도 Ctrl+C, Ctrl+V?’ 한투운용, SMR·로봇·수출 테마 줄베끼기

ACE, 경쟁사와 유사한 테마 ETF 3종 연이어 출격 SMR·로봇·수출 테마 기존 상품과 산업 테마 중복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ETF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자산운용사 간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특정 테마가 시장의 주도주로 떠오르면, 다수의 운용사가 유사한 구조의 상품을 쏟아내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경쟁사들과 동일한 테마의 상품을 연이어 내놓거나 준비 중이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최근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 휴머노이드 로봇, 수출 핵심 기업 등을 타깃으로 한 3개의 테마 ETF 라인업을 정비하고 있다. 세 상품 모두 이미 타 자산운용사가 선점해 자금을 모은 기존 상품들과 테마가 겹친다. 이 중 SMR ETF는 주식시장 상장을 마쳤고, 나머지 2개는 출시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공한 상품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이른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혹은 '미투(Me-too) 전략'이라고 부른다. 이 전략은 상품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고 검증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독창적인 투자 전략 없이 껍데기만 바꾼 '붕어빵 상품'의 난립은 장기적으로 ETF 생태계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SMR 원자력 테마의 뒤늦은 참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6년 2월 3일 ACE 미국SMR원자력TOP10을 론칭했다. 이 상품의 순자산 규모는 2026년 3월 19일 기준 337억8000만원이다.

SMR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전력원으로 꼽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지난 2025년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기술이다. 기존 대형 원전과 달리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초기 건설 비용이 적고 안전성이 뛰어나 AI 붐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떠올랐다.

문제는 SMR 테마는 이미 ETF 시장에서 '레드오션'이라는 점이다.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원자력SMR,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AI전력SMR,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원자력SMR 등이 이미 상장되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사실상 막차를 탄 격이다.

선발 주자들은 덩치 면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5년 5월 20일 상장한 SOL 미국원자력SMR의 순자산은 2627억원(3월 19일 기준), 같은 해 11월 4일 선보인 TIGER 미국AI전력SMR은 1979억원을 기록했다. 11월 25일 상장한 KODEX 상품 역시 순자산 총액이 874억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종목 구성의 차별성도 희미하다. ACE 미국SMR원자력TOP10의 포트폴리오 상위 종목을 보면 콘스텔레이션 에너지가 17.6%를 차지하고 있으며 ,  GE 버노바 가 15.8%, 오클로가 14.9%로 그 뒤를 잇는다. 이는 타사 경쟁 상품들이 이들 종목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다.

한국 휴머노이드 ETF, 이미 KODEX·NH아문디 상품 상장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테마 베끼기 행보는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로봇 산업에서도 되풀이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국내 관련 핵심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ACE K휴머노이드로봇산업TOP2+의 상장을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슬라의 '옵티머스' 공개 이후 글로벌 투자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핵심 테마다.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 인공지능과 결합해 제조와 서비스, 의료 등 일상 전반을 파고들 지능형 로봇으로 파급력이 막대하다.

하지만 이 테마 역시 선발 주자들이 깃발을 꽂은 지 오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을, NH아문디자산운용은 HANARO K휴머노이드테마TOP10을 선제적으로 상장해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 점유율 격차는 확연하다. 2026년 1월 6일 상장한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은 현재 5852억원이라는 압도적인 순자산을 자랑하고 있다. 이어 2월 26일 출격한 HANARO K휴머노이드테마TOP10도 285억원의 순자산을 모아 입지를 다졌다.

기상장 ETF 상품들의 종목 구성을 들여다봐도 차별화를 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TIGER 코리아휴머노이드로봇산업의 경우 레인보우로보틱스 비중이 17.5%에 달하며, 로보티즈가 11.4%로 그 뒤를 잇는다. HANARO K휴머노이드테마TOP10 역시 현대차 비중이 15.2%, 레인보우로보틱스가 14.3%를 차지하고 있어, 새로 출시될 상품 또한 이들 국내 핵심 기업을 중복해서 담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액티브 ETF에서도 테마 따라가기 논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야심차게 준비 중인 또 다른 카드는 ACE K수출핵심TOP10산업액티브다. 이는 한국 경제의 뼈대이자 성장의 동력인 핵심 수출 산업과 우량 기업들을 선별하여 투자하는 펀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수출 다변화 흐름 속에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국내 대표 기업들을 바구니에 담겠다는 의도다.

이 수출 핵심 테마마저 기존 상품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시장에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브랜드인 KoAct가 내놓은 'KoAct K수출핵심기업TOP30액티브'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10개 산업을 고르느냐, 30개 기업을 고르느냐, 어떤 기준을 두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K-수출 주도 기업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라는 핵심 뼈대는 동일하다.

전문가들은 유사 ETF 난립이 낳을 부작용을 경계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사한 ETF가 난립하게 되면 상품 선택의 피로도가 높아진다"며 "특히 하락장에서는 유사 테마 상품들에서 썰물처럼 자금이 동시에 빠져나가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운용사들도 할 말은 있다. 유망 트렌드는 한정적이고 자금이 몰리는 곳은 정해져 있다는 논리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상품의 단점을 보완하고 정교한 인덱스를 제공해 더 나은 선택지를 준다는 항변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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