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적 혁신" 스타트업도 '禁女의 벽'…전체 등기임원 중 여성비중 6.9% 그쳐

- 스타트업 250개사 분석했더니…10곳 중 7곳 '전원 남성 이사회' - CEO는 100명 중 3명만 여성

경제·금융 | 통합뉴스룸  |입력
*제미나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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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통합뉴스룸 기자| 국내 주요 스타트업 이사회의 여성 이사 비중이 평균 6.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기이사 1,122명 중 남성이 1,043명(93.1%), 여성은 79명(6.9%)에 그쳤다. 기존 대기업의 관행을 타파하고 이른바 혁신기업으로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겠다고 표방하는 스타트업이지만, 정작 핵심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만큼은 전통 대기업 못잖은 남성 중심의 편중된 지배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최근 발표한 '스타트업 이사회와 성별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총 투자유치금액 500억원 이상 또는 연 매출 600억원 이상인 국내 스타트업 250개사의 등기임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같이 집계됐다. 분석 대상 기업의 70.8%(177개사)는 이사회 전원을 남성으로만 구성하고 있었다. 여성 이사가 1명이라도 포함된 기업은 29.2%(73개사)에 불과했다. 의미 있는 거버넌스 변화의 임계치로 평가되는 여성 이사 비중 20% 이상을 달성한 기업은 전체의 18.4%(46개사)에 그쳤다.

CEO 자리는 '금녀의 영역'…대표이사 100명 중 여성은 3명뿐

직위별로 보면 성별 격차는 최고 의사결정 단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대표이사 직위의 여성 비중은 3.2%(270석 중 9석)로 가장 낮았고, 사내이사 10.1%(347석 중 39석), 사외이사 7.9%(129석 중 11석), 기타비상무이사 6.8%(384석 중 28석) 순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외치는 스타트업 문화 속에서도, 여성이 최고 의사결정자 자리까지 오르는 도전만큼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는 현실이다.

* 보고서 내용 중 발췌.
* 보고서 내용 중 발췌.

VC업계 남성 편중이 스타트업 이사회까지 전염…"생태계 구조가 문제"

성별 불균형의 뿌리는 스타트업 내부를 넘어 생태계 구조 전반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가 주로 맡는 기타비상무이사의 여성 비중이 6.8%에 머문 것은,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 생태계의 남성 편중이 피투자사인 스타트업 이사회 구성으로 그대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투자 단계별로는 중기(Series B·C) 단계에서 여성 이사 비중이 7.7%로 가장 높았지만, 상장 준비가 본격화되는 후기(Series D 이상)에서는 6.8%로 다시 낮아졌다. 기업공개(IPO)가 임박할수록 기존의 남성 중심 경영 네트워크를 통한 이사 선임이 강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여성 이사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고용 인원 50인 미만 기업의 평균 여성 이사 비중은 8.8%였으나, 300인 이상 대형 스타트업에서는 4.7%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업계 판도를 뒤흔들겠다던 혁신 기업들이 몸집을 키울수록 오히려 더 견고한 남성 중심 지배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역설이다.

"여성 이사 20% 넘기면 매출 성장률 1.7배"…다양성이 만드는 실적

그러나 이사회에 여성이 일정 수준 이상 참여한 기업은 성과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 이사 비중 20% 이상 기업의 평균 매출증가율(2023~2024년)은 53.3%로, 20% 미만 기업(32.0%)보다 21.3%포인트 높았다. 누적 투자유치 금액도 평균 1,380억원으로 20% 미만 기업(1,118억원)보다 262억원 많았다. 업력·이사회 규모·산업군 등을 통제한 다중회귀분석에서도 여성 이사 20% 이상 여부는 투자유치 금액(계수 714.9, p〈0.05)과 매출증가율(계수 30.3, p〈0.01) 모두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보였다.

기술 스타트업선 매출 두 배, 소비재선 투자유치 400억 더…산업별 효과도 갈려

산업별로는 효과가 갈렸다. 바이오·헬스케어·반도체·SaaS 등 기술 집약적 산업에서 여성 이사 20% 이상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145.3%로, 20% 미만 기업(70.0%)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커머스·콘텐츠·유통 등 일반 산업에서는 자본 조달 측면의 효과가 두드러졌다. 여성 이사 20% 이상 기업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평균 1,759억원으로, 20% 미만 기업(1,342억원)보다 417억원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선임전문위원은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단순한 ESG 지표나 상징적 대표성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집단사고(groupthink)를 완화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핵심 거버넌스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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