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 불황에 해외로 눈 돌렸지만…'사나에노믹스'로 무장한 日기업과 '혈전' 예고

건설·부동산 | 김종현  기자 |입력

불황 장기화에 건설사들, 해외 에너지 플랜트 일감 확보 ‘열일’ 삼성물산-대우건설, 오만 LNG 사업권 두고 일본 JGC와 경쟁 “정부 차원 전방위 지원 있어야” 전문가들 호소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대건설·삼성물산·대우건설 등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한 해외 주요 지역 액화천연가스(LNG), 소형모듈원전(SMR) 등 에너지 시설 공사 수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국내 건설사의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중동 에너지 플랜트 사업권 두고 일본 비롯한 세계 기업과 경쟁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오만 LNG 액화 트레인 사업 수주를 두고 일본 기업과 경쟁 중이다. 삼성물산은 일본 치요다와 대우건설은 이탈리아 사이펨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일본의 JGC 코퍼레이션도 경쟁상대로 참여했다. 승자는 올 상반기 결정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카타르에너지의 탄소포집·저장(CCUS) 프로젝트 EPC(설계·조달·시공)를 수주하며 성과를 냈다. 연간 43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20~25억달러(약 3조원 안팎)에 달한다. 일본 치요다와 인도의 라센 앤투브로 에너지 하이드로카본 등 쟁쟁한 경쟁상대를 제치고 얻어낸 값진 결과다.

하지만 낭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과거 일본 JGC와 총 22억 달러(약 2조 6800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줄루프(Zuluf) 에너지 플랜트 사업권을 두고 경쟁했으나 고배를 마신바 있다. 해외 수주전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 건설 CEO들 “해외로”…에너지·SMR 전면 배치

(오른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오른쪽부터)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국내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됨에 따라 건설사들은 해외 수주를 통한 수익 다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최고경영진(CEO)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 ‘해외 판로 개척’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이사는 올해 시무식에서 해외사업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토목사업본부는 이라크 신항만 후속공사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플랜트사업본부는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 비료공장 공사로 중앙아시아 시장을 개척했다”며 “체코 원전 수행 업무를 맡은 원자력사업단도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고 발언했다. 수주 성과를 강조하며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상신 DL이앤씨 대표이사도 신년사를 통해 ‘해외 시장 개척’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표는 “발전·데이터센터·SMR을 비롯한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며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재원이 미수금과 불확실한 투자사업 위험(리스크)에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불안한 국내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해외 판로 개척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도 연초부터 호주 대형 기반시설(인프라) 공사 현장을 방문하며 수주 상황을 점검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도 신년사에서 “생산-이동-소비에 이르는 에너지 공급망(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SMR을 비롯한 해외 에너지 플랜트 사업에 집중할 방침을 전했다.

◇ 일본, 에너지 등 핵심 산업군 67조 투자 ‘수출 전방지원’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당장 우리와 자주 마주치는 일본 기업이 다카이치 총리의 공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문 시장 진출을 노리는 미국도 관세장벽 등으로 진입장벽을 높이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18일 제105대 총리로 재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사나에노믹스’로 불리는 국가 주도 전략산업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에너지 등 핵심 산업군 17부문 기업을 집중 지원해 해외 프로젝트 수주 확대를 추진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본부장을 맡은 성장전략본부가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다. 경제안보상 중요한 해외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민관 협의 플랫폼 구축, 종합 경제안보 싱크탱크 설치를 추진한다. 핵심 산업군에 투자하는 금액만 7조 2000억엔(약 67조 2689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상호관세도 악재다. 현지 에너지 플랜트 시장 진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로 EPC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사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졌다. 자국우선주의를 강화한 미 정부의 정책 기류로 현지 생산·투자 압력도 높아진 상태다. 인건비가 비싼 미국 노동자를 우선 고용해야 하는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오른쪽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청와대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미국 상호관세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규모 기업에만 지원이 이뤄졌다. 해외 판로 개척 전방에 나서는 대형 건설사에는 지원이 전무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우용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원자력산업과 교수는 “플랜트 건설 연구개발(R&D)은 국토교통부만 일부 다루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중심으로만 일부 다룬다”며 “원전건설 R&D는 한국수력원자력 용역형태로 진행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기업이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정부가 에너지 플랜트 R&D 부문에 소액이라도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태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 실장은 “해외 에너지 플랜트 건설 시장도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며 “관련 기업 지원을 위해 ‘복합금융 결합형 사업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배구조(거버넌스)와 디지털 기술·인력 역량 강화 방안도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10대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원채 좋지 못해 해외 수출 판로를 넓혀야 하는 실정”이라며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북아메리카 유수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공사대금 미납 등 여러 절차적인 리스크도 국내보다 많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