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로보틱스 '못 뛰는 피지컬 AI'로 정부·오너 이슈 극복할까 [중복상장 후폭풍]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전형적 중복상장 구조, 믿을 구석은 '미래 산업 포지션' 관측 시장이 주목하는 피지컬 AI와는 거리감, 한컴 그룹 사례도 부담

HD현대 계열 HD현대로보틱스, 삼성전자 계열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차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대기업 계열 로보틱스 기업.
HD현대 계열 HD현대로보틱스, 삼성전자 계열 레인보우로보틱스, 현대차 계열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대기업 계열 로보틱스 기업.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HD현대로보틱스가 당국 중복상장 불가론에 도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높아진다. 정부 역점 사업에 속한 기업마저 쉽사리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주력 제품의 기술 정체성과 그룹 승계 구도에 대한 명분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 정부 중복상장 불가론에 도전하는 미래 성장성, 시장 기대와 거리감

11일 기업공개(IPO)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가 중복상장 불가론을 견디는 배경으로는 미래 성장 산업이라는 명분이 꼽힌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중복 상장에 비판적인 입장은 맞지만 로봇 같은 미래 산업에 호의적인 것 역시 사실"이라며 "두 입장 중 후자를 우선할 가능성이 HD현대로보틱스가 기대해 볼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강조하는 지점은 피지컬 AI 잠재력이다. 피지컬 AI는 올해 당국이 장려하는 맞춤형 기술특례 중 AI 3대 섹터(반도체·솔루션·피지컬)에 속한다.

문제는 HD현대로보틱스와 시장이 주목하는 피지컬 AI 사이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피지컬 AI와 단순 자동화 로봇을 구분하는 기준은 주로 확장성이다. 피지컬 AI는 예측 불가능한 비정형 환경에서 자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할수록 높은 가치를 받는다. 휴머노이드나 로보택시 등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이 대표적이다. HD현대로보틱스 주요 제품군은 이와 다르다. 한번 설치하면 이동이 자유롭지 않고 최대 동작 범위 역시 4m에 못 미친다.

다른 대기업 로보틱스 사업 가치를 보더라도 제품 형태에 따른 격차가 뚜렷하다. 현대차 계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등으로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높은 로보틱스 사업 가치를 인정받는다.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가 있는 삼성전자 계열 레인보우로보틱스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가순자산(PBR) 비율을 기준으로 99배를 웃돈다. HD현대로보틱스 모델과 유사한 두산로보틱스 PBR은 19배 안팎이다.

● 한컴 그룹 우주 기업도 상장 불가, 주주 보호·지배구조의 벽 높다

최근 한컴인스페이스 상장 좌초 역시 성장 기업 낙관론의 힘을 약하게 한다. 주주 보호와 지배구조에 엄격한 기준이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면서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과 드론 등을 만드는 우주 항공 기업이다. 맞춤형 기술특례 3대 산업(AI·에너지·우주)에 속한다. 인공위성 제조와 위성 데이터 서비스 등 사업 영역이 당국 우주 섹터 기준에 폭넓게 걸쳤다. 그런데도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에서 지난 5일 미승인을 받았다.

미승인 배경으로는 중복 상장과 오너 이슈를 꼽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최대주주 한글과컴퓨터가 지분 약 28%를 보유한 계열사다. 일각에서는 이 구조로 인해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을 둘러싼 법률 리스크가 상장 심사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배구조와 오너 이슈는 HD현대로보틱스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HD현대가 지닌 HD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82%다. 한컴 그룹 지배력을 크게 웃돈다. 지배회사에 대한 두 그룹 지분율 차이는 이사회 보통결의와 특별결의 단독 실행 여부를 가르는 수준이다.

HD현대 오너와 관련해서는 법률보다 승계 및 정치적 이슈가 엮인다. 현재 HD현대 최대주주는 정몽준 전 회장(약 27%)이다. 중복상장에 따른 모회사 디스카운트로 HD현대 주식 가치가 내리면 정기선 현 회장이 비교적 저비용으로 정 전 회장 주식을 증여·상속받을 수 있다.

다수 HD현대 그룹 자회사가 정 회장이 전면에 등장한 2021년 전후부터 상장했다. 일각에서는 HD현대로보틱스가 중복상장 논리를 돌파했을 때 다른 자회사 줄 상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전 회장은 정치적으로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 있다. 7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대선후보까지 지낸 정 전 회장은 여전히 보수 진영 원로로 꼽힌다. 정계 은퇴 뒤에도 외교 현안 등에 대해 정부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한일 정책 대화 등에서는 일본 과거사 문제를 비판하면서도 일본과의 군사·핵 협력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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