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리더' 뱅가드, 이미 낮은 수수료 더 내렸다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2년 새 8500억원 수수료 인하…84개 펀드 보수 평균 27% 뚝 투자자 수익 극대화로 '승부수'…CEO "뱅가드는 펀드 투자자가 주인인 회사"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또 한 번 대규모 수수료 인하를 단행했다. 뱅가드는 최근 2026년 한 해에만 투자자들에게 약 2억5000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3562억5000만원의 비용 절감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뱅가드 역사상 단일 연도 기준으로 손에 꼽히는 규모의 비용 절감 조치다.

이번 인하 조치는 몇몇 상품에 국한된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다. 주식형과 채권형을 아우르는 총 53개 펀드의 84개 주식 클래스(Share Class)가 대상이며, 평균 인하율은 27%에 달한다. 뱅가드는 이미 지난 2025년에도 대규모 수수료 인하를 단행한 바 있어, 최근 2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돌려준 비용 절감액만 누적 6억달러(약 8550억원)를 넘어섰다.

뱅가드의 살림 람지(Salim Ramji)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조치에 대해 "뱅가드는 외부 주주가 아닌 펀드 투자자가 주인인 회사"라며 "이번 5억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은 고객을 진정한 주인으로 모시겠다는 우리의 목적과 약속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가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수록 그 혜택은 복리로 불어나 장기적인 재무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는 뱅가드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조치로 뱅가드 전체 상품 라인업의 평균 총보수(Expense Ratio)는 0.06%까지 떨어졌다. 이는 1975년 뱅가드 설립 당시 평균 보수였던 0.68%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현재 업계 평균 운용 보수가 여전히 0.3%~0.5% 수준임을 감안할 때, 뱅가드의 '0.06% 시대' 선언은 경쟁사들에게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식형 ETF에서 감지된다. 특히 Vanguard International High Dividend Yield ETF(VYMI)는 기존 0.17%였던 보수를 0.07%로 50% 이상 파격 인하했다. 이는 해외 고배당 주식에 투자하려는 서학개미들에게 희소식이다. 배당 수익률 자체도 중요하지만, 장기 투자 시 수익률을 갉아먹는 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은 실질 수익률 상승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형주 투자자들을 위한 혜택도 강화됐다. 중소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Vanguard Russell 2000 Growth ETF(VTWG)와 가치주 위주의 Vanguard Russell 2000 Value ETF(VTWV)는 나란히 보수가 0.10%에서 0.06%로 낮아졌다.

대표적인 배당 성장 ETF인 Vanguard Dividend Appreciation ETF(VIG) 역시 이번 인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기존 0.05%에서 0.04%로 0.01%포인트 낮아졌는데, 수치 자체는 작아 보일 수 있지만 VIG의 거대한 운용 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전체 투자자들이 누릴 혜택은 막대하다. Vanguard High Dividend Yield ETF(VYM) 또한 비용 구조가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되었다.

이머징 마켓 ETF의 비용도 낮아졌다. Vanguard FTSE Emerging Markets ETF(VWO)은 신흥국 투자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지수 상품 못지않은 저렴한 보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정보 접근성이 낮고 거래 비용이 높은 신흥국 펀드는 보수가 비싸기 마련이지만, 뱅가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이 공식을 깨뜨렸다.

이외에도 스타일 투자(Style Investing)의 양대 산맥인 Vanguard Growth ETF(VUG)와 Vanguard Value ETF(VTV), 채권형 ETF인 Vanguard Intermediate-Term Bond ETF(VBIL) 등의 총비용도 내려갔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2026년 2월 1일을 기점으로 즉시 적용됐다. 기존 투자자들은 별도의 조치 없이 자동으로 인하된 보수를 적용받게 되며, 신규 투자자들 역시 낮아진 비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2026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시장 수익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될 때, 투자자들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비용'뿐이다. 뱅가드는 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투자자가 가져가는 몫을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