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태영 윤세영 회장, 82세 부영 이중근 회장 경영복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은퇴를 선언했던 건설사 창업회장들이 경영일선 복귀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김진태 강원도지자의 발언으로 촉발된 PF위기 속에 금리상승과 건축비 상승 등 건설업 경기가 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망구와 구순을 훌쩍 넘은 건설사 창업회장들이 속속 경영일선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만큼 새해 건설사 경영환경이 녹록치 못함을 방증한다

올해 90세인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아들 윤석민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지 5년여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한다.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문제로 그룹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창업주가 직접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그룹은 4일 “건설업계 전체가 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윤세영 창업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유동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8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9월 입장문을 통해 그룹차원의 지원과 PF 구조 개편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난 태영그룹 지주사은 TY홀딩스는 최근 알짜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초에는 알짜 물류기업 태영인더스트리 보유 지분 40% 전부를 960억원에, 평택싸이로 지분 37.5%를 600억원에 처분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경주시 천북면에 있는 24홀 대중제 골프장도 매물로 내놨다.

또한 지난달 말에는 SBS미디어넷 지분 70%, SBS미디어넷이 보유한 디엠씨미디어 지분 54.05% 전량을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 월드미디어제일차로부터 760억 원을 차입했다고 알려졌다.  태영그룹이 방송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례는 처음있는 일이다.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SBS 미디어그룹까지 확대되자 결국 윤세영 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해 82세인 부영그룹 이중근 창업회장도 지난 8월 말 경영복귀를 알렸다. 이중근 회장은 지난해 배임·횡령 혐의로 형기를 마쳤지만 법률에 따라 취업이 제한돼 경영복귀를 하지 못하다 올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되며 경영참여 기회를 얻었다.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서 있는 동안 부영그룹은 최근 2년 연속 매출이 큰 폭으로 줄고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등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부영그룹은 8년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대기업집단 순위에서도 재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중근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대내외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 신속하고 치밀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때”라며 “우리 부영그룹은 국민을 섬기는 기업으로 책임있는 윤리경영을 실천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복귀에 맞춰 경영승계 작업도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영그룹은 이 회장이 그룹의 지주사인 (주)부영 주식 93.79%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경영승계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

한편 GS건설은 오너가 4세 허윤홍 사장은 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허 사장은 내년 초 이사회외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허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이후 각종 이슈로 훼손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책임경영과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그룹 내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GS건설은 “대내외적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적극적이고 과감한 미래 전략사업 발굴로 신사업 부문을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도약할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회장과 오너 후계자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이유는 건설업체의 부실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전체 건설사(외부 감사 대상 기업 기준)의 18.7%인 387곳이 한계기업이라고 밝혔다.

한계기업이란 영업 활동으로 벌어서 이자비용도 감당 못 하는 상황이 3년 연속 계속되는 기업을 말한다. 한계기업에 속하는 건설 대기업은 2020년 46곳에서 지난해 54곳으로 1.7% 늘었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은 259곳에서 333곳으로 28.6% 증가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가 중단되지 않도록 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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