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유럽연합의 하원 격인 유럽의회 의원 직접 선거가 5년 만에 시행된다. 유럽연합의 입법 기구로 정치적인 영향력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 유럽의회가 주도해 입법하는 것은 아니지만 법안에 대한 수정 요구나 거부권은 강력한 견제 기능이다. 정책에 대한 조언도 가능하다. 유럽 집행위원회를 감독하며 집행위원에 대한 임명 동의와 함께 불신임 투표로 해임할 수도 있다. 유럽연합의 예산 감독권을 갖는다.
유럽의회에 진출하는 각국 의원들은 대부분 유럽 각국의 대도시를 근거지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스마트시티를 이끄는 시장 및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의식은 유럽의회의 기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도시를 이끄는 시장들의 성격과 정치적 철학 등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유로시티즈(Eurocities)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주요 도시 시장들을 대상으로 ‘펄스 메이어 서베이(Pulse Mayors Survey)’라고 불리는 첫 번째 연례 조사를 실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 자료는 유럽 도시의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에 게시됐다. 조사는 유럽의회 선거를 1년 앞둔 유럽 시장들의 분위기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함이다.
조사에는 유럽 28개국에서 92개 도시 시장들이 참여했다. 유로시티즈는 이들의 설문 응답을 분석해 유럽 지자체 정책에서 손꼽히는 도전과 정책 우선순위 등을 정의하는 44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작성, 공식 발표했다.
조사 결과 시장들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유럽 사회의 최우선 정책 순위에 올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장들의 의식에서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제로 실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위기, 생활비 상승 등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다른 동시다발적인 위기보다 기후 변화가 가장 큰 문제라고 인식했다.
조사에 참여한 시장의 55% 가까이가 기후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로 높은 우선순위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이었는데, 이 항목 응답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08% 수준에 머물렀다. 경제 회복은 19.78%로 3위에 올랐다. 지속 가능한 이동성 역시 간접적으로는 기후 변화와 연결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대부분의 시장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유럽연합의 최고 정책 책임자 및 지자체 지도자들의 정책과 목표가 EU 회원국의 국가 정책 목표와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유로시티즈의 안드레 솝자크는 이와 관련, “기후 행동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의지는 국가 및 유럽 정치인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우려스러운 추세와 대조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 중립에 대한 유럽의 약속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논평했다.
시장들은 유럽연합과 각국 정부의 기후 대응을 위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U 거버넌스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 회원국간 긴장과 갈등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유로시티즈 보고서는 유럽연합과 지자체 정부가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 밖에 설문 조사 결과에서,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이 투자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지속 가능한 이동성(24%), 건물 리노베이션 및 에너지 효율성(23%), 재생/녹색 에너지 개발(20%) 등으로 나타났다.
답변한 시장의 92%는 자신들의 도시가 유럽연합의 정책 우선순위에 기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럽연합 내 시장의 50% 이상이 유럽연합이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기후 대응 관련 이슈들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며, 에너지 전환 및 도시 빈곤 퇴치, 경제 부흥, 주택 문제 해결 등도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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