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아 만에서 루사일 대로로 이어지는 마리나워크(Marina Walk)는 카타르 문화가 살아 숨쉬는 활기로 가득찬 대로다. 음식 축제를 비롯해 연일 뭔가 행사가 열린다.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루사일(Lusail)은 카타르의 ‘미래의 도시’로 알려진 중동의 대표적인 스마트시티다.
중동의 스마트시티로 연상되는 곳은 단연 사우디가 500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고 있는 네옴(NEOM)이겠지만, 사실 중동 스마트시티의 원조는 루사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16강 진출의 기쁨을 안겨준 지난해 FIFA 월드컵 개최지로 친숙해졌다.
루사일 건설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되기 이전이다. 지난해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루사일에는 월드컵 이벤트 공간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루사일은 대형 쇼핑몰, 테마파크, 세계 각국의 다양한 레스토랑, 인공 섬, 독특한 디자인의 고층 건축물 등이 자리한 인공 도시다.
루사일의 상징적인 건물은 카타라 타워(Katara Towers)다. 초승달 모양의 칼을 모델로 한, 거의 원형에 가까운 건물인 카타라 타워에는 페어몬트 도하와 카타르 최초의 6성급 호텔인 라플레스 도하 등 두 개의 고급 호텔이 들어서 있다. 둘 다 도하라는 이름을 썼지만 위치하고 있는 곳은 루사일이다.
여기에 4개의 미묘하게 꼬인 루사일 플라자 타워(Lusail Plaza Towers)도 스마트시티 루사일의 자랑이다. 루사일에 접근함에 따라 높이와 모양이 달라진다. 이 타워는 월드컵이 열린 루사일 스타디움을 설계한 포스터+파트너(Foster+Partners)의 작품이다. 타워 사이에는 이탈리아 예술가 마르코 발리치의 ‘Al Nehem’이라는 거대한 금속 조각이 매달려 있다.
루사일은 19개의 주거, 상업 및 혼합 지구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시티는 여전히 건설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는 다른 지역보다 더 개발되는 등 편차가 있다. 스타디움과 루사일 플라자 타워는 음식 축제에서 연례 클래식 자동차 쇼에 이르기까지 정기적으로 퍼레이드와 행사를 주최하는 루사일 대로로 연결돼 있다.
루사일 문화의 보고인 루사일 박물관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박물관은 스위스 건축가 헤르조그&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했다. 오는 2029년 개관할 예정이며, 개관 기념으로 동양과 중동 미술 전시회를 개최한다. 알 마하 섬(Al Maha Island)은 6차선 고속도로로 해안선과 연결되는 루사일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다. 섬에는 윈터 원더랜드 테마파크와 다양한 국제 레스토랑이 영업 중이다.
카타르는 루사일이 국가 최초의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막에 신축한 계획 도시였기 때문에 루사일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히 크다.
루사일 도시 건설을 감독하고 있는 퍼슨스의 브라이스 맥데빗 부사장은 "중동 지역 인프라의 미래는 무한하다. 사막지대이지만 어디에도 없는 상상을 펼칠 수 있고 가능성 또한 높다. 깨끗한 도시를 건설하면 지속 가능성, 접근성 및 경제적 평등이라는 목표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막에서 접근하는 방식의 장점은 도시를 설계하고 건설할 때 기존 인프라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로, 공항, 대중교통, 조경 및 도시 설계는 모두 스마트한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완전히 새로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마트시티를 새로 건설할 경우의 장점으로 제시되는 것들이 중동 지역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루사일은 건설에 지속 가능성을 감안한 신도시다. 자동차를 줄이기 위해 설계된 트램 시스템과 함께, 물을 보존하고 식수로 재사용하기 위한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루사일 해안선을 따라서는 인공 암초가 건설돼 해양 생물이 정착하도록 하고 있다. 대다수 건물에는 정원에 공급하는 물 재활용, 건물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태양광 패널, 요리를 위한 가스 서비스 및 전기 공급, 층마다 분리된 폐기물 재활용 및 이송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인프라도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식료품을 비롯한 생필품, 교통, 엔터테인먼트 및 식사에 대한 모든 일상적인 요구를 루사일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 푸드트럭이 주민을 부르고 다양한 카페와 고급 레스토랑이 원하는 메뉴를 제공한다.
루사일 지구는 각각 거의 독립되어 있어 마치 ‘15분 도시’를 연상케 한다. 대략 15평방 마일에 걸쳐 도시가 펼쳐져 있다. 완성된 도시의 거주 인구는 약 20만 명이다.
뛰어난 건축물, 웅장한 야외 공간, 축제 및 이벤트를 보유하고 있는 루사일은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곳에서 자라는 ‘알 와사일’이라는 꽃에서 유래한 루사일이 궁극적으로는 카타르의 수도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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