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심장 파리에서 자전거 학교가 성업 중이다. 자전거 학교에 등록하려면 상당 기간을 대기자로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자전거 타기는 이제 파리 시민을 진정한 파리지앵처럼 느끼게 하는 변화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자전거가 파리 시민 교통의 필수 수단이 됐다.
르몽드, 슬레이트, BBC 등 여러 언론이 파리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자전거가 모빌리티의 주축으로 변신한 파리의 사례는 전 세계 스마트시티의 표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1090년대에는 파리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드물었다. 자전거 라이더끼리 서로를 알아볼 정도였다. 자전거 도로는 5km가 채 되지 않았다. 여러 보도에 나타난 변화는 놀라움 그 자체다. 자전거 도로는 현재 250km에 달한다. 2020년 10월에는 자전거 1일 이용 횟수가 40만 명을 넘어섰다. 파리 주민 5명당 1명 꼴이다. 도시에서 가장 붐비는 자전거 도로의 교통량은 2020년 이후 20% 이상 증가했다. 도시 중심부 교차로 신호등에는 수십 대의 자전거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파리는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에서 가장 큰 대도시의 심장부에서 자동차를 몰아내기 위한 운동의 일부다. 앤 이달고 시장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시정부에 따르면 파리 내 자동차 여행은 2001년에서 2018년 사이 거의 60% 감소했다. 도시와 교외 사이에서의 이동은 35% 감소했다. 이와 비례해 자동차 사고도 30% 줄었다. 대기 오염도도 현저히 떨어졌다. 버스 노선, 트램, 지하철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객은 같은 기간 동안 거의 40%나 급증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은 더욱 급진적이다. 내년 여름부터 시작되는 파리의 저공해 구역은 화석연료 차량 진입을 배제한다. 2030년까지는 휘발유 자동차의 전면 금지가 시행되고 일부 보행자 구역을 포함한 도심의 통행 금지가 확대된다. 노변 자동차 주차는 절반으로 줄인다. 순환도로와 고속도로를 재설계해 보행자 친화로 혁신한다. 파리를 더 깨끗하고, 더 푸르고, 더 시원하고, 더 조용한 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로 일하는 사람들은 이런 조치에 적대적이다.
연금개혁 문제에서 보듯, 프랑스에서 상황을 바꾸는 것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8년 제안한 휘발유세는 강력한 시위에 부딪혀 철회됐다. 그런데 이와 대조적으로 파리에서의 이달고 시장의 노력은 놀라울 정도로 반대가 적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결정을 싫어하지만, 조직적인 시위는 거의 없다. 이달고는 파리 시민들로부터 대체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리는 그 사이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자전거다. 자동차로 꽉 막힌 프랑스 수도 파리는 자동차가 지배했던 과거에서 해방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시티 주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파리에서 이러한 변화가 제기하는 질문은 일상적인 논쟁을 초월한다. 그것은 바로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에 있다.
파리에서 자동차는 한때 상승하는 생활 수준과 산업력을 상징했다. 전후 고속도로 프로그램은 1960년대와 70년대에 파리 지역의 고속도로망을 촘촘하게 엮었다. 파리는 시민들의 삶과 자동차의 필요에 부합하도록 조정되어야 한다고까지 인식됐다.
1990년까지 파리는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를 소유했다. 이는 뉴욕시보다 높으며 샌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파리에는 여전히 자동차가 있는 가구가 맨해튼보다 거의 두 배나 많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1996년 일요일과 공휴일에 거리를 폐쇄해 자동차 운행을 막는 일종의 ‘숨쉬는 파리’ 정책이 등장했다. 1998년에 도시는 60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지하철 메트로14호선을 개통했다.
그리고 2007년 파리는 처음으로 자전거 친화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시는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인 벨리브(Vélib)를 출시했고, 현재도 파리 안팎의 1400개 스테이션에서 2만 대의 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의 자동차 보유율은 1990년에 정점을 찍었고, 현재까지 인구가 1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감소하고 있다.
앤 이달고의 시정에 대해서는 누구도 공로를 인정하지도,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저 긍정적인 눈으로 지켜보며 파리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달고는 2017년 파리의 중앙 고속도로를 영구적인 강변 유원지로 바꾸었다. 이에 대한 소송이 있었지만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이로 인한 봉쇄가 이어지면서 이달고는 다시 변화의 고삐를 죄기 시작한다. 코로나19는 행동 변화를 유도하고 거리를 재설계할 구실을 제공했다. 2020년 이달고는 파리의 주요 동서 동맥이자 상업 중심지인 ‘루 데 리볼리’ 거리도 개조했다. 6개 차선이었던 종래 도로는 택시와 버스용 1개 차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하루 8500명의 라이더를 위한 자전거 전용 도로로 바꾸었다.
물론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자전거 도로가 이용된다. 자전거 도로는 긴급 차량이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로 인해 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화재 대응 시간을 7분 미만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수만 개의 주차 공간이 징발돼 새로운 용도로 전환했다. 수백 개의 학교 앞 도로가 영구적으로 폐쇄되었다. 거리의 개조 외에[도 이달고는 도시 전체의 최고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했다. 주차요금은 시간당 6유로로 치솟았다.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약은 이달고 시장에게는 가장 중요한 목표다. 파리에서의 자동차 추방은 도시의 많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잦은 스모그, 녹지 공간 부족, 열섬 현상, 자동차로 인한 소음, 지리적 불평등 모두가 과도한 자동차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판단이다. 이달고는 더 적은 수의 자동차가 도시를 더 깨끗하고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정한 곳으로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15분 도시로 거듭나 자동차가 전혀 필요 없도록 한다. 오로지 자전거와 도보로 생활이 해결되는 스마트시티를 이달고는 꿈꾸고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