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지난 30년 넘게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초저금리에 시달려온 일본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높은 정부 부채, 생산성 저하 등은 국내 뿐 아니라 여타 선진국들이 모두 직면하고 있는 문제로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이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전망이다.
28일 한나은행 산하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정상화의 문턱에 선 일본」보고서에 따르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도한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제 정상화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규모 통화완화, 재정 부양, 구조 개혁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 정책들이 국내 구조조정 및 글로벌 공급망 변화와 맞물려 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경제 정상화는 네 가지 지표에서 확인된다.
◇ 물가 상승 36개월 연속 목표 초과
물가가 정상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초완화적 통화정책과 엔저, 원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6개월 연속 일본은행(BOJ)의 물가안정목표(2%)를 상회하고 있다. 일본 특유의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 2년 연속 임금 인상
노동시장도 활기를 되찾고 있다. 노동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기업들은 인력 확보를 위해 임금을 올리고 있다.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정부 역시 기업들의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그 결과 일본은 2년 연속 5%에 달하는 대규모 임금 인상을 기록했다. 이는 물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소비 여력을 높여 경제 선순환을 유도할 전망이다.
◇ 금리시장 기능 회복
금리 정상화도 진행 중이다.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대규모 자산 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의 시장 기능이 회복되면서, 자금의 효율적 배분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 기업 수익성 개선
기업들의 경영 성과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다.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 데다, 비핵심 사업 정리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이는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
◇ 지속가능한 성장 과제
하지만 일본 경제가 완전한 정상화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물가와 임금 상승의 선순환을 넘어 임금과 생산성 상승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디지털 경제 및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단순히 임금만 오르는 상황은 일시적 경기 부양에 그칠 수 있고, 오히려 기업 비용 부담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일본은 1995년 이후 한 번도 기준금리 1%를 넘긴 적이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살아왔다. 일본은행이 신중하게 금리 인상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0%를 넘는 상황에서 금리가 급등하면 이자 비용과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 美 MAGA 등 대외 환경 변화 '변수'
글로벌 환경 변화도 일본 경제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부상하면서 '미국 우선주의(MAGA)' 강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은 이에 대응해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 관계를 더욱 긴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 국내 산업 영향은? K-뷰티, K-소비 등 '낙수효과' 기대감 ↑
일본 경제의 정상화는 우리 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다양하다. 우선, 일본 정책당국이 장기 침체 극복 과정에서 보인 미온적 대응은 한국에 중요한 교훈이 된다.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부각된다.
또한 일본처럼 생산성 개선 없는 임금·물가 상승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보다는 산업 구조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 등 장기적 성장 기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 측면에서도 기대가 크다. 일본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인해 일본 기업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한국 기업들이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 식품 등 소비재 수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엔화 강세와 일본 내 소득 증가로 인해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 정상화 과정에서는 시장 금리 급등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산 매각 과정에서 자산 가치 하락 및 재무구조 악화 우려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 정상화는 선진국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해결할 실질적 사례를 제공할 것"이라며 "한국도 일본의 성공과 실패를 면밀히 분석해 중장기적 성장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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