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한민형 기자| 공적 기금을 운용하는 주요 기관투자자(LP)들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잇달아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MBK의 6호 블라인드 펀드 출자와 관련해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 사례로, MBK가 올해 1분기로 예정하고 있던 6호펀드 3차 클로징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이하 방폐기금)은 최근 MBK 파트너스 6호 블라인드 펀드로 250억원 출자를 확정하면서 "적대적 M&A 투자 건에는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폐기금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방사성폐기물 관리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조성한 기금이다. 공적 성격의 자금인 만큼 향후 MBK 파트너스가 적대적 M&A를 위해 자금 요청(캐피탈 콜)을 하더라도 방폐기금은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배경엔 최근 MBK가 벌이고 있는 국가기간산업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자 국내에서 안티모니·인듐 등의 희소금속을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희소금속 수출 통제를 결정하며 그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계속해 이어가자 국내 주요 LP들도 부담감을 느끼며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쪼개기 매각'에 따른 핵심 기술 유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MBK가 최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돌연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며, 고려아연이 제2의 홈플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LP들의 선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LP들 가운데 가장 '큰 손'으로 꼽히는 국민연금도 이미 MBK와 선긋기에 나선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MBK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약 3천억 원 출자를 확정하며 '적대적 M&A 투자 미참여'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킨 바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펀드 정관에 '적대적 M&A'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특별조항 삽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 사례처럼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이사회가 '반대' 의견을 내면, 이를 적대적 M&A로 간주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지난해 MBK의 공개매수 시도를 '적대적 M&A'로 규정했지만 MBK는 대주주 영풍과 손 잡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도 MBK에 대한 국내 주요 LP들의 거리두기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짐을 보여왔다. 대표적 예로 과학기술인공제회와 노란우산공제회는 지난해 진행한 대형 출자사업 위탁운용사(GP) 모집에 MBK를 배제한 바 있다.
당시 MBK는 정량·정성 심사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공적 성격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특성상 여러 논란이 있는 MBK를 운용사로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 속에 MBK가 올해 1분기를 목표로 잡은 6호펀드 3차 클로징이 사실상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사모펀드와 같은 위탁운용사(GP)는 LP로부터 출자받아 조성한 펀드로 투자를 집행해야 하지만, 고려아연 적대적 M&A에 이어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이 전 국민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거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BK는 지난 주말 뒤늦게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카드를 꺼냈지만, 땅에 떨어진 LP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규모나 구체적 시기 등도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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