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행동주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가운데, 주주행동주의의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과거 기관투자자 중심이었던 주주행동주의가 소액주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소액주주가 기업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에 따르면, 상장기업 40.0%인 120개사가 최근 1년간 주주들로부터 주주관여(Engagement)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주주관여란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letter), 주주제안 등 기업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위한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의미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주관여의 주체가 과거 연기금·사모펀드 등 기관투자자에서 소액주주로 변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주주관여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20개 기업 중 90.9%가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를 주요 주체로 꼽았다. 이어 연기금(29.2%), 사모펀드 및 행동주의펀드(19.2%), 기타(2.5%) 순이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 분석 결과, 전체 주주제안 주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비중은 2015년 27.1%에서 2024년 50.7%로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주주관여의 주요 요구사항으로는 ▲배당 확대(61.7%), ▲자사주 매입·소각(47.5%), ▲임원 선·해임(19.2%), ▲정관변경(14.2%) 등이 꼽혔다. 기업의 단기 이익을 중시하는 요구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2000년대 초 해외 사모펀드에서 시작된 국내 주주행동주의가 2010년대 중반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거쳐,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 발달 및 정부의 기업 가치 제고 정책과 맞물리며 소액주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의 요구사항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집중됨에 따라, 기업의 중장기적 투자 및 연구개발(R&D) 차질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소액주주들의 영향력 확대는 기업 경영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주로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체였지만, 최근에는 소액주주연대가 최대주주 수준의 지분율을 확보해 기업의 구조개편 철회는 물론, 최대주주의 사내이사직 해임까지 요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이 주주관여 활동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상장기업의 83.3%는 ‘주주관여 활동이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규정이 확대되면, 주주들이 이를 경영 개입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도 주주제안 및 대표소송을 통해 주주의 권익이 보장되고 있는 만큼, 기업 경쟁력 훼손 우려가 있는 상법 개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으로는 ▲주주와의 소통 강화(61.0%) ▲면담·서한·제안 대응 매뉴얼 마련(30.7%) ▲이사회 구성 변경(14.0%) ▲법적 대응 준비(4.0%) 등이 제시됐다. 반면, ‘특별한 준비 없음’이라는 응답도 27.7%에 달해 일부 기업들은 대응 전략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가장 시급한 정책과제로 꼽은 항목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명확한 한계 설정(27.3%) ▲차등의결권·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25.3%)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상법 개정 신중(23.7%) ▲주주제안의 거부사유 확대(22.0%) 등이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주주행동주의는 더 이상 행동주의펀드의 전유물이 아닌, 소액주주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기업들은 일반주주의 합리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면서도,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인해 장기적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