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시험 취소한 교수님 "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 눈여겨 보시고"

사회 |입력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촉구 집회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정권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4.12.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스마트투데이=이은형 기자 | 계엄 파동과 이어지고 있는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서 한 대학 교수가 기말고사 취소 공지를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느 서울대 교수의 기말시험 취소 공지'란 제목으로 올라온 공지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취소 공지에서 A 교수는 "수강생 여러분, 불행하게도 안녕하지 못한 밤이다. 지난주 강의 이후에 우리 사회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면서 과연 우리 강의의 매듭을 이렇게 짓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예정된 기말 지필 시험은 취소한다"고 밝히며 "대신 기말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 방식을 변경한다"고 알렸다.

A 교수는 "평가 역시 강의의 일환이고, 강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며 "그러나 교육과 사회를 연결 짓는 관점을 나누고자 했던 이 강의의 목적과 취지를 생각할 때, 지필 평가 형식은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상의 평화가 위태로워진 시기에, 마치 강의실 밖에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정해진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 장면은 떠올릴수록 괴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라며 "또한 세상에 대한 관심을 애써 돌려 시험 준비에 더 많은 공을 쏟는 학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구조라면, 평가의 목적은 상실되고 오히려 누군가에게는 불공정한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보고서 작성 기한은 가능한 여유 있게 드릴 테니, 부디 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눈여겨보시고 우리 사회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또한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고민해 보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미리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분들에게는 긴히 양해를 구한다. 기말보고서의 주제와 형식에 대해서는 내일 중에 다시 공지하겠다"고 사과의 말을 덧붙였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참 교수다, 틀린 말이 없다", "지혜로운 스승이다. 존경스럽다", "교수님 제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시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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