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기대로 급등세를 탔던 은행주들이 급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날은 정부의 정책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5일 오전 10시38분 현재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1.67% 하락한 2571.57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기대로 급등했던 자동차, 금융, 지주사들이 일제히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현대차는 3%대 급등하면서 테마 약세에도 오히려 빛을 발하는 대장주 역할을 충실히 수행중이다.
그런 가운데 은행주들의 낙폭이 두드러지고 있다. KB금융이 5.73% 떨어진 것을 필두로 신한지주가 7%대 급락세이고, 하나금융지주도 5%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3% 가까운 약세다.
은행주들은 지난주만해도 맹렬한 기세로 오르며 당장이라도 PBR 1배에 도달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가 예상보다 큰 자사주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가 이달 중 도입 발표를 예고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저PBR주의 PBR 상승 방안을 골자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즉각 효과를 낼 수 있는 자사주 소각이 으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시 3000억원 규모의 깜짝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역시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존재라는 것을 증명했다.
주말을 지나면서 저PBR주를 추격매수해야할지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즉 금융산업의 또다른 속성을 일깨워줬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오전 KBS 일요진단 라이브와 인터뷰에서 홍콩 ELS 주요 판매사 현장검사 결과에 관해 "검사 결과 보면 실제로 원금 보장이 중요한 가치인 분들에게 그런 걸 투자 권유를 해드렸다"며 "암 보험금을 수령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치료 목적으로 돈이 지출돼야 되는데 그런 것들을 원금 손실이 예상되는데 투자했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장이 홍콩 ELS 불완전판매를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원금 보장이 중요한 투자자에게 홍콩 ELS 투자를 권유한 절차가 금융 소비자 보호 원칙인 적합성 원칙을 어긴 불완전판매라는 판단이다. 불완전판매는 금융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 금융회사는 투자자의 손해를 일정 비율 배상할 책임이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주요 판매사 12개사를 현장 검사와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12개사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등 은행 5개사와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 7개사다. 특히 은행들의 판매 비중이 높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은행들은 부동산 PF에 이어 홍콩 ELS 손실 관련해서도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할 처지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4일 내놓은 은행주 상승 코멘트에서 "은행주가 급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며 "은행주를 시총 비중 정도 또는 시총 비중 이상 보유하고 있는 기관들은 향후 흐름을 좀더 지켜보겠지만 은행주 보유 비중이 적었던 투자자들의 경우는 지금이라도 추격 매수를 해야 할지 고민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단기 주가 상승 폭이 워낙 큰데다 2023년초 얼라인의 주주환원캠페인으로 촉발된 주가 상승 당시에도 이후 규제 발생으로 주가가 다시 크게 하락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주주환원 확대일텐데 아직 배당자율성이 명료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기 프로그램이 은행에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영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저 PBR 종목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확고해 만약 주주환원 확대가 은행 전반에 나타날 경우 최근 상승에도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은 적은 편"이라고 기대를 유지했다.
그는 하지만 "단기 조정 흐름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를 제외한 다른 은행들도 이번 주 연간 실적과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하나금융처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크게 확대하거나 DPS를 상향시키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특히 DGB금융과 BNK금융 등의 지방은행들은 금융당국의 PF 관련 추가 충당금 적립 권고로 인해 4분기 실적이 분기 적자로 전환될 여지가 높은데다 여기에 보통주자본비율도 타행보다 크게 낮다는 점에서 DPS가 오히려 전년대비 큰폭 감소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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