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임원들이 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시행사들의 약점을 잡고, 적게는 40억원부터 많게는 500억원까지 부당한 돈을 손쉽게 벌었다.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사례들을 살펴본다.
시행사는 건물만 짓는 시공사와 달리, 부동산 개발사업 전체를 맡아 책임지는 사업 주체를 말한다. 자금조달부터 토지 매입, 공사, 분양, 입주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한다.
◇ 500억원 번 증권사 임원의 나눠먹기 수법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A 증권사 임원 김주식(가명) 씨는 수천만원에 산 전환사채(CB)를 약 500억원에 팔아서 단번에 500억원을 벌었다.
수법은 이랬다. 김주식 씨가 일하는 증권사가 시행사 호구건설(가칭)의 브릿지론과 본PF(프로젝트 파이낸싱)의 자금 조달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김주식 씨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호구건설의 최대주주인 호구그룹의 발행 전환사채를 사들였다.
김주식 씨가 직접 사지 않고, 김 씨가 관련된 회사를 통해 우회해서 전환사채를 손에 넣었다.
이 전환사채를 다시 시행사 호구건설의 하청업체격인 PM(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용역사에 수백배 비싼 값에 되팔았다. 호구건설의 사업부지 땅값이 오르자, 개발사업이 끝나기도 전에 사업수익을 가로챈 셈이다.
김주식 씨가 500억원을 버는 것은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더 쉬웠다.
◇ 고리 이자놀이까지 해 40억 번 증권사 임원
B 증권사 임원 박갑질(가명) 씨는 시행사들한테 700억원을 빌려주고, 20%도 넘는 고금리를 받아낸 덕분에 40억원을 벌었다.
박갑질 씨의 증권사가 PF 사업장 4곳의 브릿지론을 주선했는데,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얻었다. 박 씨는 자신과 관련된 회사를 통해 시행사들에 약 700억원을 빌려주는 계약 5건을 맺고 이자 40억원을 챙겼다.
이 중에서 원금 600억원의 채무 계약 3건에 당시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한도인 20%를 넘는 이자를 요구했다. 박갑질 씨는 40억원을 벌기가 세상에서 제일 쉬웠다.
◇ 부동산 투자로 100억 번 증권사 임원도
C 증권사 임원 이투자(가명) 씨는 부동산 투자로 편하게 100억원을 벌었다.
수법은 이렇다. 이투자 씨의 증권사는 부동산임대 PF를 주선했고, 이투자 씨는 이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얻었다.
그 정보를 이용해서 이투자 씨의 가족법인이 대출 받은 돈 900억원으로 부동산 11건에 투자했다. 이중에서 3건을 팔아서 매매차익만 100억원을 챙겼다.
3건 중 하나를 상장회사인 호구이앤씨(가칭)에 떠넘겼다. 호구이앤씨는 그 부동산을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전환사채까지 발행해야 했다.
이투자 씨의 부하직원들은 임원의 900억원 대출을 주선한 대가로 10억원을 받았고, 호구이앤씨 전환사채 인수와 주선 업무까지 담당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 5곳의 부동산 PF를 기획검사한 끝에 사익 추구 행위를 적발하고 검찰에 넘겼다.
저금리 상황에서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많이 내주고, 보증까지 서면서 폭리를 취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말 6조3천억원으로, 지난 2022년 말 4조5천억원보다 40% 증가했다.
한편 부동산 PF는 증권사를 비롯한 2금융권에서 착공 전 자금을 조달하는 브릿지론과 착공 후 브릿지론을 1금융권 대출로 갈아타는 본PF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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