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 ‘트리아논(Trianon)’ 빌딩에 투자했다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한 이지스자산운용의 공모펀드가 이번에는 은행권과의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해당 펀드의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해 체결했던 통화스왑(Currency Swap) 계약이 문제였다. 펀드 부실화로 스왑 계약이 조기 종료되자, 계약 상대방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은행)이 정산금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C은행은 이지스자산운용(집합투자업자)과 NH농협은행(신탁업자)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정산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C은행은 법무법인 지평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SC은행 측은 펀드 수탁은행인 NH농협은행에는 신탁재산 한도 내에서의 정산금 지급을,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는 이를 위한 운용 지시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펀드는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 229호(파생형)’다. 지난 2018년 10월 설정된 이 펀드는 국내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약 3700억원을 모집해 독일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했다. 당시 연 6%대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팬데믹 이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 직격탄을 맞았다.
핵심 쟁점은 ‘통화스왑 정산금’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통상 현지 통화 가치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과 만기 시점의 환율을 고정하는 스왑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펀드 기초자산에 부실이 발생하거나 EOD(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은행은 스왑 계약을 조기 종료(Unwind)할 수 있다.
SC은행은 트리아논 빌딩의 현지 대출 만기 실패와 자산 처분 절차 돌입 등을 이유로 스왑 계약을 종료했고, 이에 따른 정산금 지급을 청구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적으로 스왑 계약 종료 시점의 환율과 금리 차이에 따라 정산금이 결정된다. SC은행이 청구한 정산금 규모는 약 37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트리아논 빌딩은 대주단에 의해 기한이익상실(EOD)이 선언되었고, 현지 특수목적법인(SPC)은 도산 절차를 밟고 있다. 건물 매각 주도권이 대주단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매각가가 대출 원금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시되어 지분(Equity) 투자자인 펀드의 원금 회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펀드 내에 남아있는 소규모 유동성이나마 SC은행이 정산금 명목으로 가져가겠다고 나선 셈이다. 만약 법원이 SC은행의 손을 들어줄 경우, 펀드에 남은 최후의 자산마저 은행으로 넘어가게 되어 투자자들은 말 그대로 '빈털터리'가 될 공산이 크다.
트리아논 빌딩 사태의 근본 원인은 주요 임차인의 이탈과 고금리였다. 빌딩의 핵심 임차인이었던 데카방크(DekaBank)가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2024년 퇴거를 결정하면서 건물의 자산 가치는 급락했다. 공실률 상승은 곧바로 건물 감정평가액 하락으로 이어졌고, 이는 담보인정비율(LTV) 상승을 초래해 대출 약정 위반을 불러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 대주단과 함께 자금 보충(capital call)이나 리파이낸싱을 시도하며 펀드 회생을 모색했으나, 독일 현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현지 대주단은 담보권 실행을 통보했고, 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자산이 처분되는 과정을 지켜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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