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북쪽에는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 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반대쪽의 뉴욕대학교와 함께 맨해튼이 자랑하는 대학교육의 요람이다. 컬럼비아 대학이 최근 기후 변화에 대응, 해수면 상승이나 허리케인에 의한 홍수에 대비한 빌딩을 완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패스트컴퍼니가 전했다. 신축 건물은 테니스 체육관이다.
맨해튼은 항상 허리케인의 사정권 안에 있다. 컬럼비아 대학 건물들도 홍수 위험에서는 예외가 아니다. 최근 수 년 사이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고, 이로 인해 극심한 강우와 폭풍 해일의 위험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신축한 건물은 홍수를 차단하는 종래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장벽을 높여 물을 차단하는 대신 물이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가 빠져 나가도록 설계됐다. 건물 내부와 옥상 모두에 코트가 있는 테니스 센터로 지어진 체육관의 1층은 과거는 물론 앞으로도 오랜 기간 홍수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층고가 높다.
건물을 설계한 건축 회사인 퍼킨스앤드윌(Perkins&Will)의 선임 프로젝트 관리자 타일러 힝클리는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홍수로 위협을 받을 수 있는 건물을 피하고 장기 우려에 대처한 설계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 500년과 같은 장기간 홍수를 피할 수 있을 만큼의 높이로 건설하는 것은 비용 면에서 비효율적이다. 물을 막겠다고 창문 없이 1층을 완전히 콘크리트로 봉쇄한다면 건물 내에서의 조망은 물론 외관도 초라해질 수 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자연에의 순응’이었다.
대규모 홍수가 발생하면 통풍구 네트워크(정면에 있는 작은 문)가 열려 물이 1층으로 흐르고, 로비와 라커룸에서 테니스 코트까지 흘러 들어간다. 그러나 홍수가 끝나면 들어갔던 물은 다시 건물 밖으로 흘러나온다. 사물함은 벽에 높게 설치되어 있으며 방수 기능까지 갖추었다. 다른 기계 장비도 상부에 설치했다. 빗물이 빠져 나가면 테니스 코트 청소만 하고 다시 사용할 수 있다.
퍼킨스앤드윌 측은 “종래의 건물은 홍수를 막겠다고 1층이나 지층에 개구부가 거의 없는 거의 욕조처럼 지었다. 그리고 개구부가 있는 곳에는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여닫는 방수 홍수문을 달아 놓는다. 그러나 그런 건물은 미래를 위해서도 피해야 했기에 반대 개념을 도입했다. 신축 건물은 개방돼 있고 외부와 소통하도록 설계됐다”고 밝혔다.
물이 흐르도록 함으로써 건물은 자재 사용을 줄일 수 있었다. 힝클리는 “물에 저항하려면 건물의 모든 자재가 견고해야 한다. 장벽식으로 만들 때는 그렇다. 반면 물에 순응하면 구조물을 육중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체육관 지반을 받치는 콘크리트 슬래브 두께는 12인치가 아닌 6인치로 줄일 수 있었다. 시멘트 제조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건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셈이 됐다. 기계 장비도 홍수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에 건물 수명 주기 동안 건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줄어든다.
건물 설계 팀은 건축을 위해 2100년까지의 해수면 상승과 폭풍에 대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뉴욕시의 홍수 지도는 아직 위험 경고를 내리지 않았지만 예상치 못한 홍수가 빈발해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홍수에 대비하는 다른 유사 건축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방콕의 한 공원은 폭풍우가 치는 동안 최대 백만 갤런의 빗물을 담아 주변 지역의 홍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됐다. 애틀랜타의 한 공원도 비슷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지하 주차장과 농구장 등에 폭풍이 몰아칠 때 물을 채우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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