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뜻하는 'WFH(Work from Home)'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남긴 가장 뚜렷한 사회경제와 문화유산 중 하나다. 가정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에서 강제로 근무해야 했던 봉쇄는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 수천만 명의 근로자들의 일하는 방식은 영구적으로 바뀌었다. 재택과 현장 근무를 겸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어젠다를 통해 유연근무 제도의 확산이 요구된다고 권고했다.
영국은 올해 새로운 고용관계법(유연근무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직원이 유연한 근무형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추가됐다. 앞으로 노동자는 1년에 2회 유연한 근로 방식에 관한 요구를 할 수 있게 되며, 고용주는 2개월 이내에 그 요구에 응해야 한다. 과거에는 유연 근무를 요구하는 종업원에게 근무 패턴의 변경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도록 요구되었지만, 새 법에서는 이 요건이 삭제됐다. 보다 노동친화적으로 바뀐 것이다.
법안이 법률로 서명되었을 때 중소기업·시장부 케빈 홀린레이크 장관은 유연하게 일하는 방식이 종업원과 비즈니스 모두에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다양한 연구를 언급했다. 유연한 근무는 학교 픽업, 공부, 친구 및 가족 돌봄 등 개인이 일과 사생활에서의 역할을 양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업은 더 많은 유능한 인재를 끌어들여 인력 정착률을 높이고 노동력의 다양성을 향상시킨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이치에 맞는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1996년 유연근무법이 제정되었다. 핀란드가 도입하고 있는 노동시간법은 종업원이 직장에서 노동할 때 출퇴근 시간을 3시간 앞당기거나 미룰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2020년 법 개정에 따라 근로자들은 근무시간의 50% 내에서 일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유연한 근무 방식에 있어서 개척자적 존재다. 포르투갈은 8세까지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 고용주와 교섭하지 않고 자택에서 일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또한 기업은 재택근무자가 부담하는 전기세나 인터넷 요금 등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차이나브리핑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고정된 시간대에 얽매이지 않고 하루 또는 주당 일정한 시간을 자신이 편한 시간대에 분산시켜 일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일본도 탄력근로제나 주 4일 근무제를 재검토하는 단계에 있다.
미국에서는 공정근로기준법이 탄력근로제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고용주와 종업원 간에 근로시간 유연성에 관해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금융이나 하이테크, 컨설팅 기업들은 하이브리드 근무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보다 유연한 근로시간 약정은 경제, 기업, 근로자에게 이익을 주고 보다 건전한 워라밸 실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KPMG는 2022년 글로벌 조사에서 원격근무 추세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대상이 된 세계 530개 기업 중 89%가 원격근무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의 요구가 원격근무 도입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으며, 25%의 사람들이 원격근무에 관심을 보였다.
원격근무로의 이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그밖에 유능한 인재의 획득과 유지, 사업 운영에서 유연성의 필요성, 비용 절감, 지속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
포브스어드바이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현재 40% 이상의 노동자가 유연 근무를 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풀타임 직원의 12.7%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28.2%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다. 또 16%의 기업이 완전 원격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EF의 '근로의 미래 리포트 2023'에서 인용된 연구에 따르면 83%의 근로자가 일하는 시간 유연성을, 71%의 사람이 일하는 장소 유연성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 많은 고용주가 종업원의 사무실 복귀를 추진하고 있지만, 주 대부분을 재택근무로 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은 유연 근무 방식이 생산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IT 컨설팅 기업 가트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43%가 노동시간에 관한 유연성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이유 중 1위라고 대답했다. 응답자의 30%는 출퇴근 시간이 짧을수록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대답했다.
유연한 근무 방식은 전직 희망자에게도 큰 매력이다. 가트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원하는 근무지에서 일할 수 있는 일만 검토한다고 답했고, 64%가 유연근무제로 일할 수 있는 일을 더 선택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노동환경 글로벌 조사 2023(Global Survey of Working Arrangements 2023)'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시간의 절반밖에 재택근무를 하지 못했다. 조사 대상이 된 영어권과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직원들이 일주일의 절반을 재택근무로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영어권 국가들의 풀타임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평균 재택근무 일수는 주 1.4일에 불과하고,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주 0.9일인 것이 현실이다.
WEF의 '굿 워크 프레임워크(Good Work Framework)' 이니셔티브는 근로의 미래를 향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다. 이 어젠다는 유연한 근로조건 제공, 다양성·공평성 확대 등을 권고하고 있다. 여성에게 유연한 근무 패턴을 제공하는 것은 포괄적인 노동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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