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자동차는 기후 변화의 심각성이 더하는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도시 미관을 저해하는 주범 중 하나라는 인식도 강하다.
유럽의 도시들 역시 대중교통의 가용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자동차가 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큰 변화가 감지된다. 거리에서 자동차를 축출하려는 노력이다. 작은 마을에서 큰 도시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일부 지자체들은 공공장소를 자동차 통행이 없는 과거로 되돌리려는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인 칼 벤츠(Karl Benz)가 말이 아닌 화석연료 엔진으로 움직이는 마차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자동차를 발명한 이후, 세상은 전혀 다른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자동차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탈취했고 그 결과 빌딩숲 및 대기 오염과 소음으로 특징되는 오늘날과 같은 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대를 거슬러 보행자와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자동차 위에서 최고로 군림하도록 지원하는 도시들도 있다. 자동차를 역사의 뒤안길로 넘길 세상과 무대를 마련하는 도시들이 유럽에서도 꽤 많다. 유럽 각지의 소식을 알리는 포털 더메이어EU가 자동차 없는 유럽의 도시 9곳을 소개했다.
◆ 스페인 폰테베드라
첫 번째 도시는 ‘유럽 자동차 없는 미래의 선구자’라고 묘사한 스페인의 북서쪽 구석의 매력적인 도시 폰테베드라다. 1999년 취임하고 여전히 현직에 있는 미구엘 앙소 페르난데스 로레스 시장이 취임하면서 폰테베드라를 ‘미덕의 빛나는 본보기’로 만들어 줄 뭔가 획기적인 일을 하고 싶다며 변혁을 시작했다.
8만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폰테베드라는 올바른 ‘보행자 중심으로의 전환’의 성공적인 사례로 여러 번 인정받았다. 이 도시에서 마지막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1년 배달 밴에 의해 발생했다. 그 이후 차량 사고는 없다. 보행자 입장에서 폰테베드라는 스페인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다.
물론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티체인저(CityChangers)에 따르면 자동차가 아예 없는 도시는 실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폰테베드라 역시 배달 차량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도시의 공공 서비스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차량은 필요하다. ‘사실상’ 자동차가 없는 도시의 의미일 것이다.
◆ 이탈리아 베니스
호수의 도시 베니스의 역사적인 중심지 좁은 거리에는 차가 없다. 차량을 운영하는 것은 대단히 비실용적이다. 게다가 베니스는 자전거도 허용하지 않는다. 고대 도시 베니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보행자 전용 도시 공간일 것이다.
베니스에는 438개의 다리, 183개의 운하 및 수많은 좁은 골목이 있다. 주요 이동 수단은 상징적인 곤돌라 보트다. 그래도 근처에서 모터보트와 인근 섬으로 가는 페리가 있기 때문에 대운하인 카날그란데에서는 가끔 엔진 소리가 들린다. 2019년 페리가 부두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거대한 유람선도 과거의 일이 되었다.
◆ 네덜란드 히트호른
네덜란드 히트호른은 북유럽의 베니스라고도 불린다. 배로 가득 찬 운하는 베니스의 전유물은 아니다. 히트호른이 그렇다. 히트호른에는 도로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화석연료나 전기로 움직이는 동력 차량도 없다. 자전거가 허용되기 때문에 모든 주민들에게 자전거는 가장 선호하는 교통수단이다.
◆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할슈타트는 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목록에 정기적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이 정확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 도시는 오스트리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동차가 없는 도시다. 이 점이 도시에 매력을 더해 준다는 평가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도 등재된 이 도시는 주변에 주차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방문객, 호텔 투숙객 및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다. 다시 말해 이 도시 역시 최소한의 차량 운행은 허용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심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통행을 차단하는 장벽이 굳건히 세워져 있다.
◆ 크로아티아 로비니
두브로브니크보다는 덜 알려져 있지만 매혹적인 이 아드리아 해의 보석 도시는 아마도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큰 보행자 전용 도시일 것이다. 도시 도로에는 자갈이 깔려 있고 골목길이 아름답다.
구시가지에 머물 생각이라면 인근에 주차장이 있는지, 호텔까지 무료 교통편을 제공하는지 숙소에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 자동차 이동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구시가지 호텔은 일반적으로 골프 카트를 사용해 손님을 이동시킨다. 유럽 도시들이 그렇듯 로비니 역시 그리 크지 않아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선물이다.
◆ 그리스 루트로
루트로는 그리스에서 가장 큰 크레타 섬에 위치해 있다. 구체적으로는 크레타 서쪽 부분의 남쪽 해안에 있으며, 푸른색 만에 가려져 있다. 그곳에 가는 방법은 배타고 또는 걸어서 두 가지뿐이다. 두 번째 걸어가는 방법은 오직 도전적이고 강인한 영혼들에게만 허용된다. 루트로는 전통적으로 고독하고 자부심이 넘치며, 반항적이며 독립적인 사람들의 고향으로 알려져 온 스파키아 지역의 일부다.
최근에는 페리를 타고 루트로로 가는 방문객이 많다. 깨끗한 물과 하얀 집들과 함께 작은 항구에 도착하는 것은 여행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마을 전체 주민은 300명에 불과한 마을 수준이지만 주목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 이탈리아 치비타 디 바그노레지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마을 치비타 디 바그노레지오는 동화에서도 등장하는 곳이다. 동화에서처럼 그곳의 식량과 자원 공급 시스템은 당나귀를 기반으로 한다. 오직 당나귀만이 마을과 외부를 연결하는 좁은 육교에 접근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원하더라도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다. 고대 도시 기획부터 만들어진 이곳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다.
대신 변한 것이 하나 있다면 당나귀의 은퇴다. 동물 권리 보호도 작용했지만 당나귀 수도 줄어들었다. 당나귀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이 모페드다. 약간의 이미지 퇴보일 수는 있지만 적어도 모페드는 자동차는 아니라는 점에서 전통은 이어지고 있다.
◆ 벨기에 루뱅 라 뇌브
중세시대부터 이어진 루뱅 라 뇌브라는 가톨릭 대학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9년에 건설된 마을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독특한 학문적 본질과 정신은 자동차가 흔한 시대였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자동차 교통이 허용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루뱅 라 뇌브는 요즘 에르게 박물관 덕분에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자동차로 접근하는 유일한 길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서 마을까지 10분을 걷는 방법 뿐이다.
◆ 포르투갈 오비도스
성벽으로 둘러싸인 오비도스 마을은 외부로부터의 침입자들을 막는 가장 좋은 요새다. 그랬기 때문에 성벽을 그대로 유지해 왔다. 이는 특히 자동차에 해당된다. 또 전통적인 파란색 타일로 장식된 포르타 다 빌라라고 불리는 정문은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감탄을 자아낸다. 이 곳으로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길을 걷고 교차로를 건널 때마다 좌우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실제 성벽을 걸을 수도 있어 멋진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이다. 모두가 이날을 기념할 수 있다. 자동차 엔진을 켜는 대신 휴대폰의 만보기를 켜고 걸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 지구에서 차 없는 도시를 꿈꾸는 것이 이제는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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