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서부 마을 아스티(Asti)는 포도원과 스파클링 화이트 와인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와인 애호가라면 약간은 달달한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을 모를 리 없고 대부분 일상에서 즐긴다. 그런 아스티에서는 포도뿐 아니라 옥수수 재배도 일상으로 이루어진다.
19세기 와이너리를 둘러싸고 있는 농장에서는 폴렌타(옥수수죽)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오토파일(Ottofile, 옥수수의 한 품종) 생산이 이루어진다. 오토파일은 아스티에서 흔히 보이는 적황색의 크림맛 나는 옥수수로 다른 품종과의 경쟁에 밀려 멸종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스티는 농촌 지역을 재생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EU 기금을 받아 오토파일을 재배, 확산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EU 농촌 재생 정책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EU 연구개발 전문지 호라이즌이 보도했다.
아스티 지역민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포도밭이나 와이너리 경영은 적지 않은 투자와 자금이 필요하다. 물론 다른EU 국가들과 달리 이탈리아의 경우 와이너리가 가족경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런 와이너리 규모든 상대적으로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와이너리 역시 여전히 지역 유지들이나 부자들이 경영할 수 있는 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아스티 대다수 농민들에게 오토파일 재배는 농촌에서의 새로운 삶의 기회가 됐다.
EU 전체 인구의 거의 3분의 1이 시골 지역에 거주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농촌 지역은 일자리가 충분치 않고, 나은 일자리를 위해 도시 지역으로 이주하는 젊은이들로 인해 인구 감소로 시름을 앓는다.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유럽의 농촌은 수십 년 동안 인구가 감소했으며 2050년까지 800만 명이 더 사망하거나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농촌은 고령화와 공공 서비스의 부재로 특징지어진다.
유럽의 연구개발 정책은 이러한 추세를 역전시키고 농촌 지역에 대한 보다 유망한 경제 및 사회적 전망을 향한 길을 제시하기 위해 농업 및 문화유산을 활용해 왔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경제사회적인 문제를 도출해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연구개발 분야로 인식된다. 이런 이니셔티브에 맞추어 농업 분야에서도 재생 프로그램이 다수 시도됐다.
문화유산은 특히 집중 지원 대상이었다. 유럽의 풍부한 역사와 다양성이 전시되어 있는 예술, 축제, 음식, 랜드마크 및 순례와 같은 부문에서 지역을 활용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농업에서의 공급망 재생도 관심이었다. 아스티의 오토파일 옥수수 재생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오토파일은 딱딱한 바깥층이 있는 알갱이를 가지고 있으며 각 속대에는 여덟 줄(이탈리아어로 ‘otto’)이 있다는 데서 그 이름이 지어졌다. 아프리카 난민들과 함께 했던 첫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의 흥미를 유발시켰고, 이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난민들은 지역 유산에 참여함으로써 농촌에 잘 동화되고 아스티 지역에 남았다. 신규 이민자들로 인해 학교 및 기타 공공 서비스가 재개되었다.
포르투갈의 코임브라에서 노르웨이의 외를란드에 이르기까지 총 19개의 지역이 농촌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를 위해 스페인의 갈리시아에서 우크라이나의 폴레바야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역의 24개 시골 지역사회와 경험과 지식을 공유한다. 선정되는 유산은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농촌 지역을 재생하는 강력한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EU는 아스티와 같은 성공 모델이 유럽 전역의 농촌 사회로 확산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MZ세대 젊은층이 유럽의 시골 지역으로 모여 생활하고 일하고 아이디어롤 도출함으로서 유럽 전역이 지속 가능하고 생활지수 높은 지역이 되도록 한다는 취지에서다.
관계자들의 지적은 이구동성이다. 농촌 지역을 쇠퇴하게 만드는 것은 기회의 부족이며, 젊은이들은 농촌 재역에서 살기를 희망하지만 생계를 꾸릴 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경제적, 사회적 기회를 촉진함으로써 현재 농촌 지역의 인구 감소라는 부정적인 악순환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젊은층은 도시에서의 생활보다 농촌으로 이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고 강조했다.
EU 12개 회원국 23개 파트너 기관이 지역의 세대교체를 촉진하고 농촌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 EU 농민의 절반 이상이 55세 이상이며 은퇴를 앞두고 있다. 젊은 피 수혈이 절실한 상황이다.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사회 기반이 무너지게 된다. 파트너는 아일랜드의 농업 연구기관과 핀란드의 투르쿠대학,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독일의 쿨투란트(Kulturland) 농업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EU의 농촌 전략에 전반적으로 부합하는 모델은 아스티다. 이주자의 정착과 농업의 재생, 젊은 층을 끌어들임으로써 경제를 살리고 공공 부문도 활성화됐다. 호라이즌은 아스티 모델을 본보기로 해 EU 전 지역의 농업 사회 활성화를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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