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차녀가 중국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에 주가가 오른 틈을 타서 주식을 내다팔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영권 승계 후보로까지 물망에 오른 대주주 관련자가 대규모 물량을 던져 주가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곱잖은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17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제출한 최대주주 등 소유 주식 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서경배 회장의 차녀인 호정 씨는 지난 16일과 이날 이틀에 걸쳐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주식 15만3759주를 장내매도했다. 전체 발행 보통주의 0.18%다. 전날 10만7805주를 내다 던진데 이어 이날 4만5954주를 쏟아냈다. 장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더라도 손에 쥔 매각금액이 50억원 수준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호정 씨는 지난 5월 이전까지만 해도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12만8290주(0.16%)를 소유했다. 아버지인 서경배 회장이 같은 달 4일 보통주 67만2000주, 우선주 172만8000주를 각각 증여하면서 호정 씨의 지분은 보통주(0.97%, 수증전 0.16%))와 우선주(12.77%, 수증전 0%))를 합해 2.63%로 불쑥 늘어났다.
서 회장의 맏딸로 그간 유력한 승계 후보로 알려진 민정 씨(2.66%)와 지분 격차는 불과 0.03% 차이로 확 줄었다.
이 때문에 향후 승계 구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민정 씨는 현재 아모레퍼시픽 럭셔리 브랜드 디비전 AP팀 담당으로서 지난 2019년 이후 아모레퍼시픽에서 직을 갖고 있다. 반면 호정 씨는 아직 회사내에 뚜렷한 직함을 갖고있지 않다.
지난해 서 담당이 보유하던 에뛰드 지분과 에스쁘아 지분이 전부 소각된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이 지난 5월 증여되면서 호정 씨의 존재감도 덩달아 확 커진 상태였다.
설상가상 지난달 민정 씨가 의원 휴직으로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호정 씨의 향후 행보에 세간의 시선이 쏠린 시점이다.
회사측은 "(호정씨의) 주식 매도는 증여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소액주주들의 대주주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는 거세지고 있다. 호정 씨의 이번 주식 매도를 놓고, 대주주가 앞장서 주가 흐름에 찬물을 쏟았다는 불만이다.
잘 알려진 대로 화장품주, 특히 대표 화장품업체 아모레그룹과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 확대에 힘입어 전성기를 구가하다 한·중 관계가 악화하고,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주가도 이를 비껴가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지난 7월말 종가는 최고점이던 2015년 7월의 10분의 1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이 기간 투자자들은 팔고 떠나든가 중국 시장이 다시 열리기를 기원하면서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지난 10일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의 단체관광을 허용하자 닫혔던 문이 활짝 열린 것같은 느낌을 선사했다. 덕분에 아모레퍼시픽그룹 주가도 그날 하루 20% 폭등했다.
그러나 유커 기대감은 이번주 들어 중국 경제 둔화 우려에 빛을 잃는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주가도 이 때문에 지난 11일 이후 나흘 연속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정 씨의 매도 소식이 전해졌다. 호정 씨의 매도는 대주주 마저 미래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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