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석유산업 중심지로 ‘석유 수도’로 불리는 스타방에르가 대중교통을 완전무료로 제공한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노르웨이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스타방에르는 이달 초부터 주민 32만 명이 거주하는 메트로 지역의 지방자치체의 주민들에게 무료 승차권을 제공하는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타방에르는 무료 대중교통 프로그램 도입에 앞서 해안선 인근 섬을 운행하는 지역 여객선 및 버스, 기차 티켓을 내려 받을 수 있는 계정을 만들어 앱을 시범 테스트했다. 4만 명이 가입해 이용 중이다. 이 서비스는 버스와 기차표의 경우 1시간 여행에 4달러 정도가 소요됐다.
스타방에르의 무료 대중교통 실험은 유럽 내에서 최초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면 시행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화석연료 산업의 중심지라는 특성과 이미지가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석유수도'→'에너지수도'로 탈바꿈
스타방에르가 이런 조치를 취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노르웨이의 석유 및 가스 산업의 중심지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스타방에르가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 수도’에서 재생 에너지, 특히 풍력 터빈이 연안의 석유 굴착 장치를 대체하면서 더 광범위한 ‘노르웨이의 에너지수도’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스타방에르의 무료 대중교통 서비스는 도시가 녹색으로 전환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종의 ‘전시 정책’이다. 그러면서 교통 부문에서의 탈 탄소화를 추구한다. 활발한 여행과 대중교통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대중교통의 도시 전체 이동 점유율을 70%로 늘린다는 것이 시의 핵심 계획이다.
정책은 현재 실험 단계에 있다. 시는 1870만 달러의 대중교통료 보상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는 시 당국이 약 1년 동안 무료 앱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대중교통 요금을 합산한 금액이다. 이 금액이 모두 소진되고 프로그램 제공이 성공적인 것으로 간주되면 추가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스타방에르 정부는 주민들에게 앱 사용법을 홍보하는 한편, 필요한 만큼만 이용해 예산 절감에 협조해줄 것도 당부했다. 주민들이 앱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은행 코드와 현지 거주 증명이 필요하다. 통근자들은 그 외에도 대중교통용 패스를 신청할 수 있다.
모든 지역 주민들이 정책의 효과를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스타방에르의 중도 좌파 선출직 공직자들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적인 정치 환경에서는 좌파가 반대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지만, 이 곳 정치는 획일적인 이념과는 달리 움직인다. 반대자들은 요금 수입의 손실을 보전하는 것이 더 필요하며, 이것이 대중교통 무료 정책보다 버스 시스템을 확장하고 개선하는 데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스타방에르의 무료 대중교통 실험은 버스, 기차, 트램 모두에 해당되며, 향후 노르웨이의 교통 정책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은 현재 주민들을 위한 무료 대중교통 정책을 10년째 시행하고 있다. 이 정책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 도시 됭케르크는 2014년에 정책을 시작했고 룩셈부르크는 2020년 전 지역에 걸쳐 현지인뿐만 아니라 방문객 모두를 대상으로 대중교통 요금을 폐지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몰타는 2022년에 전국 버스를 무료로 변경했다.
정책의 목표는 물론 기후 변화 대응이다. 통근자들이 개인 차량에서 멀어지도록 원활하고 경제적인 공공 대중교통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정책이 지금까지 의도한 대로 작동했다는 증거는 여전히 모호하다. 예컨대 룩셈부르크의 무료 교통은 도로의 자동차 대수를 줄이지 않았다.
다만 무료 대중교통은 저소득층이 무제한 이동성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형평성 조치로는 큰 성과를 거두었고, 이 부문은 옹호받고 있다. 노르웨이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평등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지만,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노르웨이 주문들에게는 환영받을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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